" 알람이나 맞추면서 그렇게 사는게 진짜 좋아요 ? "
작품속에서 언제나 훌륭한 캐릭터 소화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믿고 보게되는 배우 정재영씨와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에서 정말 의외의 팜므파탈적인 매력을 본 뒤로 오랜만에 영화에서 보는 한지민씨라는 두 주연배우의 조합만으로도 이 작품 <플랜맨>은 기대되는 영화였습니다. 거기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일과 같은 정말 사소한 일에도 알람을 맞추고 행동하는 철저한 '나노계획남'이라는 설정 역시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이기도 했었구요.
좋아하는 두 배우가 출연한 작품, 역시 돋보이는 극 중 배우들의 매력
< ▲ 모든 일에는 알람을 ! 1분 1초 나노계획남 '정석' >
이처럼 좋아하는 두 배우가 출연한 영화 <플랜맨>은 역시 배우들의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무척이나 심한 결벽증을 갖고 있음과 동시에 병적으로 계획적이었던 플랜맨 '정석'을 연기한 정재영씨는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캐릭터를 재밌게 소화하면서 다른 작품속 그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느껴지기도 하는 '어리버리함'까지 표현해냈는데 이런 그의 캐릭터는 영화의 재미를 책임지는 것이었죠. 그리고 한지민씨가 연기한 '소정'은 외모와 어울리는 귀엽고 톡톡튀는 매력을 발산하면서도 어떨때는 과하게 느껴질만큼 적극적이고 당찬 성격으로 정석을 조금씩 변화시켜가는 캐릭터였는데 그런 매력적인 캐릭터 만큼 매력적인 노래까지 불러주면서 극의 재미를 더해줬습니다.
'정상' 혹은 '비정상', 이분법적인 현대인의 단면을 이야기하고도 있는 영화
< ▲ 정석이 만나게 된 무계획 즉흥녀, '소정' >
그리고 밝고 유쾌하게 느껴지지만 그 속에 '정상' 혹은 '비정상'으로 나눠지게 되는 이분법적인 현대인의 단면을 이야기하고도 있었습니다. 정석이 참석했던 모임을 통해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 심지어 그 모임의 '장'이라고 할 수 있을 정신과 의사까지 모두가 남모르는 고민과 문제를 하나쯤은 갖고 있었지만 누군가는 '비정상'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혼자서 감내할 수 밖에 없었던 고민들을 그렇게 속에만 담아 둘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과의 소통과 적극적인 관심을 통해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말하는 착한 모습까지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했었으니까요. 이처럼 <플랜맨>은 극 중반까지의 분위기는 상당히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스스로 템포를 죽여버리고 캐릭터의 매력까지 죽여버렸던 신파
< ▲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서 변화가 필요했던 정석, 소정과 오디션 참여를 결정하는데 ! >
하지만 이런 캐릭터의 매력과 이야기의 매력은 정석이 그렇게 '계획'에 집착하는 이유가 됐던 '어린시절의 기억력 천재소년 이야기'를 포함하면서 사그라드는데 장광씨가 이끌어간 그 '플랜맨 탄생의 비밀 에피소드(?)' 는 전부 들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밝았던 영화의 분위기와 동떨어져있고 캐릭터들의 매력 역시 많이 죽여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로맨틱 코미디는 외국의 로맨틱 코미디처럼 그냥 끝까지 유쾌하고 톡톡튀는 밝은 분위기로 영화를 만들면 안된다는 불문율이라도 있는 것인지 여지없이 빠져들었던 신파 역시 별로였구요. 왜 그렇게 스스로 템포를 죽여버리고 왜 그렇게 캐릭터의 매력을 스스로 죽여버리는 것인지...
'그렇게까지 힘을 쏟아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겉가지들
< ▲ 오디션에서 불렀던 노래 '유부남' 좋더군요 >
그냥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정석이 그렇게까지 지독하게 '계획'에 집착하게 되었고 그로인해 세상의 밝은 부분보다 어두운 부분을 먼저 생각하게 되면서 미리 계획하지 않은 일은 결코 하지 않았으며 '살균청정제'라는 자신만의 보호막을 거치지 않은 모든 것들을 '더러운 것'으로 취급하며 세상과는 한발짝 경계를 두고 있던 정석이 그와는 정반대의, 정석과 같은 것을 보면서도 부정적인 부분이 아닌 긍정적인 부분을 볼 수 있는 소정을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이야기만 깔끔하게 담아냈다면 훨씬 재밌는 영화가 될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 <플랜맨>은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부분에 너무 힘을 쏟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쉽더군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와 같은 영화를 기대한게 잘못이라면 잘못이겠지만 말이죠.
플러스 요소도 많았지만 마이너스 요소도 많았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았던 <플랜맨>
< ▲ 이야기에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역시 매력적인 배우들, 특히 한지민 !! >
이처럼 중반부까지는 상당히 괜찮았었지만 후반부 급속히 처지고 늘어지는, 때문에 러닝타임도 덩달아 늘어나게 되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모습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았던 영화. 그리고 풀어놓은 이야기 역시 온전히 매듭짓지 않고 마무리 되버렸다는 느낌도 들었던 영화 <플랜맨>.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런 연출적인 아쉬움을 배우들의 매력이 어느정도 커버해주는 작품이긴 했습니다. 그리고 '평범해 보이지만 남모르는 아픔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를 담아내려고 했던 이야기 역시 누군가에게는 힐링이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었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