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1939년에 발표된 소설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1947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한다.

영화를 보고 난 후 한 권의 책을 읽은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은 그래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영화의 제목은 “Secret Life of ……”라는 원제와 달라 가슴속에 와 닿지 않는다.

영화 속의 그는 세상을 사는 방법에 대하여 영리하지 못하다,

그의 세상은 어두운 곳에서 작업을 해야만 하는 직업 때문에 빛을 포기하였고, 타인의 눈을 통하여 바라보는 세상이다.

아름다움은 그의 주변에 널려있으나 그가 바라보는 것은 타인의 시각을 통해 볼 수 있는 단편에 불과하였다.

그래서 그는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자에게 호감이 있으면서도 직접 말을 하지 못하고

인터넷 매칭 사이트를 통하여 마음을 전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풍부한 상상력이 있고 적어도 그의 상상 속에서만큼은 슈퍼맨과 다름없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처해 있는 그 현실에 늘 최선을 다한다. 마치 그 일 말고 다른 일은 없는 것처럼......

그러던 그에게 가상의 공간을 위주로 하는 인터넷의 현실이 눈앞의 실존을 위협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다가온다.

그래서 그에게는 자신의 상상을 현실로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지고,

그는 마지막 “Life”,

인생의 표지를 채우기 위한 “Quintessence ^{정수(精髓)}”를 찾아서 길을 떠난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그렇게 자신에게 내재되어있는 현실과 상상의 가치에 대하여 의문을 품게 되는 시기가 있다.

대상으로 인식되는 현실은 언제나 나를 테스트한다.

그것은 때로 철학적인 질문으로 수천 년간 사람들에게 존재에 대한 의문과 답을 주었다.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1

이 시는 시인이 어떤 의미를 두고 시를 지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느 날 내가 이 시를 보고 문득 뇌를 깨운 것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의 구절 때문이었다.

이런 느낌의 글을 얼마 전 읽은 책에서 보았고, 또다시 며칠 전에 읽은 책에서도 보게 되었다.

이 글의 느낌은 문자로 표현하면 쓰레기가 되므로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선생이 남진을 유람할 때, 한 친구가 바위틈에 있는 꽃을 가리키며 "마음 밖에 는 사물이 없다고 했는데, 

이 꽃은 깊은 산속에서  스스로 피고 지므로 내 마음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라고 물었다. 

그러자 선생은 "자네가 이 꽃을 아직 보지 않았을 때 이 꽃과 자네의 마음은 모두 적막했었네. 

하지만 자네가 이 꽃을 보자마자 이 꽃의 모습이 일시에 분명하게 드러났네. 

그러니 이 꽃이 자네의 마음 밖에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지 않은가"라고 대답했다. 2 

"어떤 사람이 깊은 산속에서 꽃나무가 스스로 피었다가 스스로 지는 것이 자심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묻자 왕 양명은 “그대가 이 꽃을 아직 보지 못했을 때, 이 꽃과 그대의 마음은 고요함 속에 있었지만, 그대가 와서 이 꽃을 보았을 때는 바로 이 꽃의 색깔이 일시에 분명해졌으니, 이로부터 이 꽃은 그대의 마음 밖에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라고 대답했다. 이러한 화법은 혜능선사가 법성사에서 두 스님이 바람과 깃발에 대한 논변을 들은 뒤에 발표한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며 사람의 마음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한 논단과 상당히 비슷하다. 마음밖에 사물이 없다는 세계관의 기초 위에서 왕수인은  ‘치양지(致良知)’라는 인식론을 세웠다. 그가 말하는 양지는 청정하고 어리석지 않은 불성과 같은 점이 있고, 사람 몸에 있어서는 선천적으로 착한 마음을 가리키며, “이것은 곧 천명의 성품이요, 내 성품의 본체로서, 스스로 그렇게 신령스럽고 밝게 깨닫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로써 그의 치양지의 인식론은 인간의 인식대상이 외계가 아니라 자심이며, 인식의 원천은 객관적 세계에 있지 않고 마음 안에 있다는 것을 밝혔다, 마음은 인식의 주체일 뿐만 아니라 또한 인식의 대상이기도 하다."3

동양을 만든 13권의 고전

작가

쑤치시, 웡치빈

출판

글항아리

발매

2011.03.15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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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결국 자신이 모든 세상의 대상에 대한 주체가 될 수 밖에 없음에도

우리는 외부에서 Quintessence를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에서 주인공은 세상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자신의 현실로 돌아오지만 그가 찾은 그의 25번째 사진은

그야말로 그가 깔고 앉은 그의 바지 뒷주머니에 언제나 엉덩이에 눌려 있는 지갑 속에 있었던 것처럼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아주 가깝게……

이런 이야기는 신년이면 누구나 찾아보는 올해의 좌우명에도 있다.

수처작주 입처개진

師云: 你且 隨處作主 立處皆眞 境來回換不得 (니차 수처작주 입처개진 경래회환부득)

스승이 이르기를(師云),

그대들은(你且) 이제 어디에 가든지(隨處) 거기에서 주인이 되도록 해라(作主).

네가 서있는 그곳이(立處) , 그대로 진실된 곳인 것이다.(皆眞)

어떤 경계가 닥쳐오더라도(境來), 돌려서 바꿔 놓을 수 없다. (回換不得) 4

이런 뜻은 인류가 세상을 고민해 온 이래 쭉 지속되어온 고민과 답으로 기원전 호라티우스 ^{Quintus Horatius Flaccus: 65 BC} 도 비슷한 말을 했다.

"괴로울 때엔 마음의 평정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언제나 잊지 말 것이며, 행복할 때엔 과도하게 기뻐하는 것을 삼가라."5

대상에 대한 자극으로부터 마음은 생기는 것이며 그 마음은 온갖 희로애락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그것이 결국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며 자신이 스스로 정한 정의에 의한 것임을 안다면

'Walter'와 같이 세상을 한 바퀴나 돌아 볼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신의 뒷주머니에 있는 삶의 정수 Quintessence를 얻으려면

항시 자신의 현실에서 초연함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지만 누구나 그런 어려운 일을 쉽게 하였더라면

호라티우스부터 임제6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지금까지도 고민할 그 무엇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가끔은 눈앞에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담은 유령과 같은 눈표범,

사진가에게 있어 일생에 한번이라도 볼 수 있다면 행운이라는 눈표범이 나타나더라도 태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설원의 히말라야에 나타난 피사체로서의 눈표범은 주체와 합일하여 결국은 그 자체(ding an sich)로 남아있을 것이다.

초연함은 그토록 사는데 있어 죽음을 마주할 때 가장 필요한 덕목이겠지만 가장 어려운 목표로 나에게 남아있다.

누구에게나 있을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현실 같은 상황. 그러나 가상이며 착각일 것 같은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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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Cheryl’의 집 현관에 서서 눈 앞에 보이는 모습에 현혹되어 상상하지 않고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초연함만 가졌더라도

자신의 사랑을 얻는데 있어 굳이 우울한 나날의 일상을 더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 월터는 항상 주어진 그 순간에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로 드디어 초연함에 가까워졌다.

중국의 육상객(陸湘客)이라는 사람이 주장하는 구절로

누군가 '수처작주 입처개진'에 더하여 “육연(六然)”이라는 제목으로 풀어냈다.

주변의 환경에 따라서 흔들리지 말고 초연하며     (자처초연-自處超然)

사람에 따라서 감정을 달리하지 말고 초연하며     (처인초연-處人超然)

일이 많아 바빠도 일에 쫓기지 말고 초연하게       (유사초연-有事超然)

일이 없더라도 불안하게 생각 말고 초연하게        (무사초연-無事超然)

뜻을 이루고 성공해도 들뜨지 않고 담담하게        (득의담연-得意澹然)

최선을 다하였으나 실패했더라도 태연스럽게       (실의태연-失意泰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