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의 영화 리뷰
<변호인>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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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을 지난 주말에 관람했는데, 주연 배우가 송강호이기 때문이 아니라 용감하게 역사를 다룬 영화라서 더욱 관심이 갔던 영화이다. 영화 시작전에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지만 허구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문구가 보여진다. 외국영화들이 역사관련 영화에서 실화임을 강조하는것에 비해 이렇게 어느정도의 안전장치를 걸어둘수밖에 없는 현실이 조금은 씁쓸했다. 뭐, 그 말이 틀린건 아니다. 완벽하게 실화 그대로 재연한것이 아닌 등장인물 등은 가상의 인물들이 추가되어 영화적인 요소를 더욱 충족시켰다.
이 영화가 故노무현 전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의 이야기라는것을 모르는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실제 사건과 영화를 잘 비교해놓은 분들이 많기 때문에 나는 가능한 영화에 관해서만 말해보려한다. 이 영화는 돈을 버는데만 목적이 있었던 세법전문 변호사가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인권전문 변호사로 거듭나는 스토리를 담고있다. 그 과정에서 부패한 공권력과, 그에 맞서는 힘없고 빽없고 가방끈 짧은 변호사의 한이맺힌 정의에 대한 외침. 진정한 법조인으로서의 자세에 대한 신념까지... 송우석 변호사라는 인물을 통해 관객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단순히 예전의 부당했던 사건을 재조명하는것이 전부가 아닌 정의를 잃어가고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현 세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람이 나서야할때와 참아야할때의 구분을 일러주고, 정의가 무엇인가, 국가란 무엇이고 국민의 자세는 어떤것인가 한번쯤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뭐, 이런 거창한 교훈같은걸 억지로 끄집어내어 느껴보려 하지 않더라도 이 영화의 재밋는점은 많이 찾을 수 있다. 사실, 영화 보면서 감독의 숨은 의도를 찾고 메시지를 파악하려고 신경쓰며 무언가 교훈을 찾으려고 애쓰는것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긴 하다. 그런건 일년에 영화를 300편이상씩 보는 평론가들에게 맡겨놓으면 되는거고 관객들은 영화를 그저 즐기는게 가장 좋은것 같다.
속물변호사였던 송우석의 행동과 대사들은 여러가지 웃지못할 해프닝을 보여준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크게 관심없고 돈버는 일에만 혈안이 되있던 송우석은 전형적인 그시대의 평범한 국민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신문과 방송을 맹신하고, 법집행에 의심을 품지 않는다. 그렇게 정부가 원하는 착한 국민이었던 송우석이 변하게 되는 계기는 오래전 신세를 졌던 국밥집 아줌마의 아들이 억울하게 경찰에 연행되면서부터 시작된다. 아줌마에게 항상 빛을 갚고싶었던 송우석이 면회라도 도와줄 요량으로 선의를 베푸던중에 감금되어 있던 국밥집 아들(임시완)의 망가진 몰골을 보고 변호를 맡겠다고 다짐하게된다.
정의는 타협하지 않는다!
그 당시의 다른 인권변호사들과 정부의 생각에 반감을 가진 지식인, 기업인들은 나름의 정의로운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고 있다. 그중에서 영화에서 보여지는 몇몇 인물들... 이미 인권변호사로서 유명한 김상필(정원중)과 박병호(차광수)를 보게되면 극히 이성적인 변호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미 말이 통하지 않고 암묵적인 합의가 되어있는 판사와 검사에게 무죄를 받아내기보다는 형량을 줄이는데 힘을 쏟으려는 일종의 타협안을 기본으로 깔고 변호를 맡으려 한다. 어찌보면 이것이 더욱 합당한 변호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인공인 송우석은 어떻게든 무죄를 입증하려 자신의 인생을 걸고 몸을 대던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주변의 변호인들이 송우석을 질타하지만 그것은 자신들의 부끄러움을 감추기위한 보호행동일 뿐이라고 생각되었다.
그 다음으로는 송우석의 동창인 이윤택(이성민)이 있는데, 그는 당시의 언론을 대표하는 인물로 보면 될것같다.잘못된 정보임을 알면서도 묵묵히 입을 다물고 칼바람을 피해왔던 그는 겉으로는 표현하지 못하면서 속으로만 불만을 품고있는 대다수의 지식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상물정에 어두운 송우석을 비난하던 그가 계란세례를 받은 송우석에게 옷을 벗어줄때... 자신의 부끄러움과 송우석에대한 존경심이 느껴졌다.
또 한명은 많이 등장하진 않았지만 당시 기업인들의 마인드를 보여주었던 이창준(류수영)의 행동. 기업의 세금을 줄여보려고 송우석을 고용하게되는데 뇌물로 주는 돈이나 송우석에게 들어가는 돈이나 별차이가 없음을 밝힌다. 하지만 나라에게 뇌물을 바치고 세금을 내느니 변호사에게 주는게 낫다는 말을 하는데 그들 기업인 나름대로의 정의에 대한 신념이었을까? 그리고는 제대로 국민들의 목소리를 내기위해서는 GDP가 더욱 상승해야 한다며 때를 기다린다는 통계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들이 기업을 키워가는거라는 합리화와 함께...
송우석은 이런 모든 타협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저 억울한 사람이 있으면 인권을 지키기위해 모든 노력을 쏟고 죄가 없는 사람은 반드시 무죄를 주장하며 지켜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자세로 재판에 임한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그런일을 해내는 송우석을 보며 주변의 변호인들과 사람들도 함께 변화되어 가는 모습이 흥미롭다. 사건이 끝나고 몇년후 송우석 본인의 공판때 99명의 변호인단이 차례차례 일어나는 모습은 정말 감동스러웠다. 한사람이 세상을 바꾸는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가끔은 이렇게 한사람이 그 불씨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경우가 있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이 좀더 나은방향으로 변해가는거 아닐까.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이 영화를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영화 그 자체로 바라보고 그런 정의로운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이 오기를 희망해보는것만으로도 감동이 전해지는.... 영화로서만 접근했으면 좋겠다. <변호인>은 영화이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이 영화가 이렇게나 인기를 끌고 있는것도 그만큼 대중들이 진짜 정의에 목말라 있다는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대중들의 정서를 파고드는 이 영화의 신드롬이 어디까지 갈지... 최근 그 어떤 영화보다 빠르게 관객수를 늘려가는 <변호인>의 성적이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