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한국국제협력단을 통해 라오스 방비엥중학교의 체육교사로 봉사활동을 떠나게 된다. (지금은 군복무 대체 국제협력요원제도 폐지 절차 진행 중) 그리고 그곳에서의 일상과 느낌을 에세이로 묶어냈다. 간만에 마음 훈훈한 여행기 한편을 읽었다. 바로 저자가 실천하고 있는 치카치카 프로젝트 때문이다. 사실 어찌 보면 당장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여기저기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활동영역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그의 이런 실천을 보며.. 평상시에 습관처럼 하는 일조차도 나눔이 될 수 있다는걸 배웠다. 한번도 가난한 아이들의 치아 문제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었다. 늘상 칫솔질은 당연하게 누구나 하고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탓! 칫솔과 치약을 모르는 아이들이 여전히 많다는걸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세상은.. 매일매일 배우고 또 배워도 넓고 넓은 것 같다. 같은 곳을 여행한 에세이를 여러권 읽어도 몰랐던 부분들이 책마다 등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긴.. 난 내나라도 모르는 곳 투성인데 다른 나라들이니 오죽할까. 암튼 저자의 치카치카 프로젝트!! 응원하고 응원합니다!!!
이곳의 청첩장은 한국에서처럼 날짜와 약도만 보고 버리는 종이가 아니다. 초대를 받은 사람은 청첩장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가 청첩장 봉투에 축의금을 넣어 결혼식 당일 주인공들에게 직접 돌려줘야 한다. 한국에서 받았던 청첩장보다 종이 질도 좋지 않고 인쇄 상태도 나쁜 데다 디자인이 예쁜 것도 아니지만, 나에게 '잠시 맡겨진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소중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선 결혼식에 갈 때마다 식권과 축의금을 교환(?)하는 기분이지만,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축의금에 진심을 담아 부부의 행복을 빌게 된다. 사실 한국에서는 인간 관계 관리 차원에서 억지로 참석했던 결혼식이 없지 않은데, 여기에 모인 하객들은 모두 마치 자신의 파티인 것처럼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 - P 49-50
왠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도..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만 하는 결혼식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그저 축하를 해줄 수 있으면 좋은데 말이다. 또 난 청첩장에 딱히 의미를 두지 않는다. 어차피 한번 보고 버릴텐데.. 낭비 같고 아깝다는 생각만 들뿐. 그냥 전화로 직접 알려주고 와달라는 말이면 충분한데.. 근데 작년 결혼식때 주변에 알리니 청첩장을 주지 않으면 정식으로 초대받지 못한 기분이 든다는 지인들이 의외로 많아서 깜짝 놀랐었다. 그래서 라오스의 청첩장 문화가 더 마음에 와닿았다. 잠시 맡겨진 것뿐, 소중하게 간직했다가 다시 돌려줘야하는 청첩장이라니.. 이것이야말로 꽤 의미있는 청첩장이잖아?! 우리나라에도 이런 문화가 있음 좋겠다. 아깝게 마구 버려지는 초대장이 아니라, 다시 돌려줘야하는 초대장 문화.. 왠지 느낌도 의미도 넘 좋다.
"선생님은 왜 항상 1등한테만 상을 주세요? 1등보다 더 열심히 한 학생들이 있다는 거 모르세요?"
난 나름대로 아이들에게 의욕을 불어넣으려던 것인데, 은연중에 학생들의 우열을 가르고 편을 갈랐던 것 같아 아차 싶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강한 정신이란 무엇일까. 성공이든 실패든 과정을 통해 배우는 것이 중요한데 이기는 결과만 강요했다면, 적어도 그건 건강한 정신이 아니다. 과정에는 최선을 다하며 함께 즐기고, 결과에는 서로 격려하고 축하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 P 109-110
다른 아이가 자신의 경쟁자로만 인식해야하는 요즘 일본의 한 유치원에서는 경쟁을 시키기보다 모두 함께 즐기는 법을 가르치고 있고, 그로 인해 아이들의 행복지수라던지, 배움의 즐거움이 더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어떤 프로그램이었는지.. 잊었지만.. 그때 당시 잠깐 나왔던 것 같은데.. 암튼, 1등을 하는 아이든, 꼴등을 하는 아이든 모두 웃으며 즐기는 모습이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선생님들도 1등한 아이만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한 아이들 모두를 칭찬하니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더 열심히 할 수 밖에.. 경쟁만 가르치고 1등만 우대하는 지금, 아이들이 어떤 것을 배우고 받아들이는지 생각해볼 문제이다.
"수많은 동물이 숲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지 않나요? 사냥을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너는 한국에서 어떻게 고기를 구하니?"
"마트나 정육점에서 사죠."
"우리에겐 바로 이 숲이 시장이고 가게야. 여기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얻어 쓰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소유를 위해 사냥한다고 들었어. 소유한다는 것은 곧 욕심을 가진다는 말 아니야? 우리들은 소유가 아닌 생존을 위한 사냥만해. '소유'와 '생존'에 대해 잘 생각해보게." P 161
"처음 새를 잡았을 때 기분이 어땠어? 엄청 짜릿했지?"
"네에?"
깜빤은 자연을 닮은 깊고 큰 눈을 깜박거리며 의아해했다. 나는 그 표정에 담긴 의미를 읽어내지 못하고 계속 질문했다.
"맛은 어땠어?"
"씨야짜이(속상했어요)."
맛이 어땠냐고 물으니 속상했단다. 깜빤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씨야짜이. 새가 나한테 생명을 주었잖아요. 슬프고 고마웠어요." - P 178
소수민족들의 삶에서 우리가 배워야할 부분이 참 많은 것 같다. 소유가 아닌 생존만을 위해 딱 필요한만큼만 사냥을 한다는 이들의 말에서 왠지모를 숙연함이 느껴졌다. 많은 것을 바라고 원하는 도시의 사람들. 무조건 소유하고도 더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애를 쓰는 우리의 모습이 그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지혜가 도시의 사람들에게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중후반까지는 저자의 라오스의 일상이었고, 마지막 즈음 드디어 궁금했던 치카치카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치약과 칫솔을 가지고 정말 너무 가난해서 이를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찾아 오지로 향하는 저자의 발걸음엔 미래의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이 담겨있었다. 벌써 4차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글이 보였는데,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은 그의 치카치카 프로젝트. 많은 이들의 응원 속에 세계의 많은 아이들이 그를 만나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만났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