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의 영화 리뷰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난 저 연인들의 사랑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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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가 등장하는 영화중에 러브스토리를 주소재로 다룬 영화는 오랫만에 만나보는것 같다. 게다가 뱀파이어와 인간의 금단의 사랑이 아닌 뱀파이어끼리의 사랑을 다룬 내용은 오래전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이후로 처음이다. 중간에 여러 영화가 나왔겠지만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뱀파이어 영화중에 이토록 영원 불멸의 사랑을 강조하는건 본적이 없다.
수세기를 살아온 뱀파이어 아담과 이브... 악마의 일종이라고 여기는 뱀파이어의 이름이 아담과 이브라니 반어법도 이런 반어법이 없다. 태초부터는 아니더라도 수세기를 살아오면서 겪어온 이야기들을 담담히 늘어놓는 장면들에선 어이없으면서 실소도 터져나왔다. 얼마전 봤던 <맨 프롬 어스>라는 영화에서 말하는 방식과 비슷하게 각 세기의 유명인사들과 친분을 쌓고 지냈던 이야기들을 하는데 약간은 유치하면서 어떤 부분은 그럴듯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뱀파이어의 사랑이라는 소재자체는 특이함이 없었지만 거의 영생을 이루었다고 말할수도 없는 그들의 삶을 특별히 괴기적이지 않고 마치 일상을 소개하듯이 풀어낸점이 이 영화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너무 일상적이어서 대체 뱀파이어와 인간의 차이점이 뭘까... 어떤면에선 영생을 얻고 수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그들이 부럽기까지 한데? 하는 생각도 들더라.
주인공 아담(톰 히들스턴)은 음악에 빠져 수세기 동안 여러 음악가와 시인들을 만나며 친분을 쌓아왔다. 그들은 모두 죽고 이름만이 남았지만 아담에게는 지나간 추억속의 친구들... 그들의 음악세계에 많은 도움까지 주면서 그 시대를 함께 살아왔지만 아담은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그런 삶을 살아왔다. 21세기에 와서도 얼굴없는 가수로 활동하며 세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여주인공인 이브(틸다 스윈튼)은 또다른 뱀파이어 말로우(존 허트)와 함께 책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이기도 하며 문학을 존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뱀파이어들은 기본적인 전설상의 약점을 거의 가지고 있고, 보통 사람보단 특별한 능력도 가지고 있다. 태양을 피하는건 기본이고, 나무못에 심장이 찔리면 죽기도 하는 모양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자살을 꿈꾸는 뱀파이어 아담은 나무로된 총알을 만들어 지니고 다닌다. 특별한 능력은 개인차가 있는것 같은데 아담같은 경우는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것 같고, 이브는 사물의 기억을 읽을 수 있는것 같다. 애초에 뱀파이어가 등장하는것부터 판타지이긴 하지만 너무 SF로 빠지지 않고 소소한 일상들을 보여주는 적당한 판타지만 존재하는게 그나마 다행이긴 하다.
이렇게 말했듯이 이 영화는 액션이 난무하고 피가 막 뿌려지는 그런 상업적인 영화는 아닌것 같다. 뱀파이어 헌터가 등장하는것도 아니고, 뱀파이어들도 사람들을 마구 공격하지 않고 지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극히 정상적인 모습을 주로 보여준다. 물론, 인간을 좀비라고 부르며 비하하긴 하지만 애초에 종족이 다르니까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단순히 호러나 괴기 영화가 아닌 뱀파이어라는 장치를 통해 영원한 연인들의 모습은 어떨지 상상력을 동원해 보여주려 했다고 생각된다. 인간이 영생을 살아가는것 보다는 뱀파이어라서 죽지 않는다는 편이 굳이 설명도 필요없고 간단할테니까. 그래서 나는 그들의 영원한 사랑의 방식을 이해했을까? 크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몇가지는 보통의 인간과 다른점을 느꼈다.
일단 그들은 크게 질투하지도 화를 내지도 않는것 같다. 그냥 생각하기에 엄청난 큰일이 벌어졌는데도 너무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그 상황을 인정한다. 지난일은 지난일일 뿐이다~ 라고 생각하는듯...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이별을 하고 변화를 겪게 되어야만 생길수있는 습관같은 반응같다. 그외에 그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사랑할 수 있는 이유는 동질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같은 뱀파이어이기 때문에 오랜시간을 사랑해올수 있는거 아닐까? 아마 그냥 인간이었다면 몇백번은 상대가 바뀌었을것 같은...
그리고 단순히 러브스토리만 보여주는게 아니라 인간이 아닌 존재가 바라보는 인간에대한 비판도 서슴치않고 쏟아내고 있다. 인간들이 자신들 말고 다른존재를 얼마나 배척하는지... 뱀파이어를 괴물로 표현하고 무서워하는 모습에 상처받은 아담은 실제로 자살할 계획까지 세우기도 한다. 뱀파이어가 인간들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 어떻게든 공존해서 살아가려는 모습에 비해 인간들은 환경을 오염시키며 스스로를 망치고 있다고 질책한다. 특히나 물의 오염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물이라는것은 인간뿐만 아니라 뱀파이어들에게도 중요한 존재인것 같다.
흔히 우리가 알고있는 최상위 포식자가 인간이라고 생각하던것에 뱀파이어를 하나더 추가시켰다고 생각하면 된다. 인간이 오염되면 그 피를 먹고 사는 뱀파이어들도 오염될수밖에 없는 악순환. 영생을 얻은 그들이 유일하게 두려워 하는 일이다. 석유전쟁 대신 물전쟁을 걱정하는 그들의 대화속에서 약간의 경각심을 일깨우려는것도 느껴졌던것 같다.
결말이 가장 어이없으면서도 직관적이었는데, 그렇게나 잘난척 하듯이 지성을 자랑하던 그들도 결국은 본능을 선택하게 되는것. 목숨이 걸린 일 앞에서는 신념이나 의지따윈 소용없는것 같다. 게다가 그걸 자기합리화하듯이 포장하면서 본능에 몸을 맡긴다. 이런 모습은 대부분의 인간들에게서도 쉽게 볼수있는 장면이다. 마치 인간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영화를 보면서 그냥 그 분위기와 음악에 취해서 빠져드는 영화이긴 하지만 딱히 큰 내용이나 느낌을 전해받진 못했다. 마치 패션모델들을 보는듯한 도도하고 품위있어 보이는 뱀파이어 연인들의 생활을 살짝 엿보며 색다른 상상력을 조금 펼쳐본정도~ '짐 자무쉬' 감독의 세련된 느낌의 연출과 계속 밤만 계속되는데도 지루하지 않게 장면전환을 해주는 방식은 칭찬하고 싶다. 나도 밤에 선그라스 쓰고다니면 멋져 보일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보면서 약간은 밍숭맹숭했던 영화의 감상을 마친다.
ps. 영화에 이안으로 등장했던 배우가 '안톤 옐친'이라는 배우였다. 머리도 기르고 수염까지 있어서 못알아봤었는데 <스타트랙>에서 러시아식 영어 발음으로 인상깊은 그친구~ 그리고 출연진들이 <설국열차>덕분에 더욱 익숙해진 얼굴들이라서 굉장히 반가운 느낌도 있었다. 그냥 그뿐... 익숙한 얼굴들이 나오니까 봤지 그게 아니었다면 더 아쉬웠을것 같은 영화였던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