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하게 이 영화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보게 되는데 그러한 내용은 분명하게 제작사에서 쏘스를 언론에 뿌렸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무런 정보도 없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누군가를 떠 올리며 영화를 보았을 사람은 많이 없었을 것이다. 마지막에 가서 좀 더 구체화되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아는 사람들만 아는 내용이다.

순수하게 영화적인 관점과 내용으로 봤을 때 얼마나 영화가 재미있고 잘 만들어졌느냐가 영화를 보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영화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살짝 오버랩 되는 느낌도 있었지만 영화의 재미와 감동으로 봐야 좀 더 즐겁게 관람할 수 있다. 선동하는 영화라면 오히려 영화는 재미도 떨어지고 내용도 부실해지고 흐지부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예전에 웹툰으로 유명한 '26년'을 영화로 만들었을 때도 극장에서 직접 관람을 했지만 약간 거북한 감정도 들기는 했지만 그 보다는 영화의 완성도 측면에서 다소 떨어진 점이 가장 안타까웠다. 무엇인가를 주장하는 것에 좀 더 방점이 찍히다보니 영화라는 시스템의 장점이 다소 퇴보되었다는 느낌이 있었다. 조금 만 퀼리티를 높혀 만들었다면 훨씬 더 많은 파급력과 대중성을 갖고 대중들에게 다가 설 수 있었던 영화였는데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변호인'은 영화적으로 완성도측면에서 흠 잡을 것은 없다. 특히, 송강호라는 배우에게 이 영화는 전적으로 의지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주연배우의 에너지와 집중력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얼마나 끌고 갈 수 있느냐의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아마도 송강호가 아니라면 이 영화는 훨씬 더 재미없고 힘이 없는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법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상당히 집중력있게 관람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데 그 외의 부분에서는 다소 처 지면서 약간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법정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워낙 집중력있게 봐야해서 다른 장면들이 나올 때는 다소 쉬어가면서 집중도가 떨어져서 그럴 수 있겠지만 그것과는 논외로 어딘지 모르게 늘어진다는 것은 집중과 이완의 편집에서 실패한 것이 아닐까 한다.

영화에서 임시완은 대단한 연기력을 보여주지는 못할지라도 용기있는 출연이였을지 않을까 싶다. 아이돌로써 그러한 연기를 보이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으로 보였다. 곽도원은 작년에 존재감을 알린 후에 올 해 다소 조용했는데 아마도 '변호인'을 위해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존재감만큼은 확실하다. 좀 더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졌으면 보다 영화가 재미있었을 것 같다.

실제 내용은 모르지만 영화에서처럼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빠졌는데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현실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른척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가 정말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바로, 눈 앞의 이익을 놓친다고 하여도 인간의 또 다른 면이라 본다. 번민을 하기도 하지만 뻔히 눈 앞에 보이는 것을 말이다.

헌법 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라고 써 있다. 애초에 국가라는 것을 없었다. 한 개인이 있었을 뿐이다. 개인이 많아지면서 가족이 되고, 집단이 되고, 부족이 되고, 민족이 되고, 국가가 되었다. 개인이 모든 것을 처리하기에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너무 다양해서 대신 해 줄 사람을 뽑아 줬다. 민주주의에서는 투표라는 행위였고 과거에는 족장이나 왕같은 인물이 다스렸다. 왕이나 족장이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도 일정한 한계는 있다. 아무리 절대왕이라고 해도 개인들이 들고 일어나면 문제가 있어 적당한 선에서 하게 마련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과거의 대한민국이 아니다. 분명히 A임에도 B라고 말해야 하는 세상은 지났다. 영화에서 나온 책들이 불온서적이라고 치부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 당시에도 그랬지만 - 마음 먹으면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볼 수 있는 시대이다. 문제는 여전히 국가는 국민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잊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를 위한다는 충정으로 저질러지는 만행이 가장 두렵고 무섭다. 국가는 분명히 국민들로 이뤄졌는데 국가를 위한다면서 그 국민을 잡으려고 한다는 것이 이상하다. 다수의 국민을 위해 그런다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하여 그런다고 한다. 그 국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국가일까?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최소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가 비록 어떠한 사상이나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하여도 대한민국을 이루고 있는 한 명의 구성원이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심지어, 세금까지 내고 있다. 국가가 있어야 국민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전후와 선후가 뭔가 이상하다. 무엇인가 반대를 하는 사람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다행이도 영화를 봐도 알지만 그래도 과거와 비교하면 분명히 많이 좋아졌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특정한 것에 함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무조건적으로 일방적인 일들이 벌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역사는 느리게 보이지 않는 듯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전진하는 것 같다. 좀 많이 답답하고 억장이 무너질 것 같아도 말이다.

현재를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볼 때 과거보다는 분명히 좋아질 것 같다. '변호인'은 한 명의 과거에 벌어진 특정사건을 논하는 영웅적인 이야기로 읽는 것은 그 자체로 끝날 것이다. 지금 무엇을 보고 읽고 있느냐에 따라 사람은 변한다. 이미, 머리에 지배하고 있는 걸 변경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더 좋은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영화를 보고 마무리가 좀 이상하지만, 오히려 영화에 나오는 책들을 보면서 그와 관련된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변호인'은 영화적으로 재미있다. 무엇보다 무엇인가를 선동하려고 하지 않은 점이 좋다. 다소 선동적인 것도 있어 보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