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이걸 보고 있자니 사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구나.. 싶었다. 지금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솔솔하고 흥미진진! 특히 부정부패는 지금과 크게 다를게 없어보였다. 출산 복지만은 예전이 더 나아보이고ㅋ 예전의 법을 더 발전시켰어야 정상인데, 보다보면 오히려 뒤로 퇴행한 법도 보이고, 그 언저리에 머물러 있는 법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님 안 좋은 쪽으로 발전하던지..-_-.. 이런걸 보면 참.. 우리 옛 선조들의 지혜가 뛰어났구나.. 생각하게 된다.
세종대왕께서는 관천에 소속된 계집종이 임신을 하면 100일간 출산휴가를 지급하라는 명을 내리셨죠. 아예 세종 12년에는 출산 후 휴가 100일에다가 출산 전 휴가 한 달을 보장하라는 명을 내리십니다. 사실 그 이전에도 출산휴가가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 있기는 한데 실록의 내용을 보면 그 전까지는 겨우 일주일의 출산 후 휴가만을 지급했던 것 같습니다.
거기다 더 놀라운 것이 있는데 지금보다 몇 백 년 전에 '남편의 출산휴가'까지 보장하셨다는 겁니다. 세종 16년 4월 실록 내용을 보면 관청의 계집종에게 100일 휴가를 지급하는데 남편에게는 휴가가 지급되지 않아서 부부가 서로를 구원하지 못하고 사고까지 생길 수 있으므로 따라서 남편에게도 30일간의 휴가를 지급하르는 놀라운 명을 내리십니다. 지금 대한민국 현행법에 남편의 출산휴가가 30일로 규정되어 있고 그나마 유급인지 아닌지는 각자 자율에 맡기는 상황을 생각하면 세종대왕 시절의 조선은 지금보다 더 나은 복지규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지요. - P17~P18 조선시대 출산휴가 中
정말 출산휴가에 관해서는 조선시대가 훨씬 나은 것 같다. 솔직히 출산휴가를 제대로 이용하고 있는 여성이 과연 얼마나 될까? 출산휴가를 간 사이 내 자리가 없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해야하거나 은근하게 회사를 그만두라는 압박을 받기 일쑤다. 게다가 남자들도 출산휴가가 있기는 하지만 역시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 눈치 보여서.. 있어도 무용지물인 출산휴가! 지금같은 저출산 시대에 더더욱 출산을 기피하게 되는 요인 중 하나라는 걸.. 정부는 아는걸까? 적극적으로 출산 장려만 하면 뭘하나.. 제대로 된 대첵과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준 뒤에 장려해야지..!!
여성은 남자가 결혼식을 치르기도 전에 죽어버려도 시댁의 귀신이 되라며 쫓겨 다녔고, 남편이 병약한 걸 앙ㄹ면서도 그 가문이 좋은 집안이면 딸을 억지로 혼인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런 형태는 사실상 죽으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라 남편이 먼저 죽어버리면 소위 '서방 잡아먹은 년'이라며 시댁에서 쫓겨나고, 친정으로 가면 '여자는 시댁 귀신'이라며 다시 쫓겨납니다. 결국 오도 가도 못하는 여자가 서낭당 나무 밑에 서 있을 때, 결혼 못한 동네 총각이 업어 가면 그나마 다행인데, 보통 양반집 부녀자는 이런 형태를 혐오하도록 교육받은지라 목매달아 죽는 경우가 많았죠. 시댁도, 친정도 이런 일을 모르지는 않을 것인데 이렇게 함으로써 딸을 죽여버리고 열녀라는 칭호와 함께 무형, 유형의 혜택을 얻어갔던 것입니다. -P23 과부와 수절 中
열녀에 이런 무서운 비밀이 숨어있었다니.. 아.. 정말이지.. 왜 이렇게 가혹해? 딸, 며느리를 자살로 몰아놓고 혜택 누리며 떵떵거리고 살아서 좋았을까? 여자 한사람만 죽으면 많은 가족들이 헤택을 받으니 무조건 희생해라.. 이거였나? 열녀.. 어찌보면 불행하고 불운한 여자들이었구나.. 왠지 씁쓸한 역사다.
정조4년(1780) 3월 18일 정언 이제만이 올린 보고에 따르면 '어염의 젊은 아낙이 법을 무릅쓰고 가마를 타면 찾아 잡아서 감죄하는 것은 본디 법례가 있는데, 너울을 벗겨보고 예쁘고 못난 것을 지점하며 조례가 다그쳐서 금품을 받아내는 것이 비일비재하니, 형조참의 이평을 파직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라는 기록이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까 원래 집에 돈 좀 있는 젊은 아낙이 화려한 가마를 타고 다니는 일이 자주 있었다는 거죠. 그런데 신분이 맞지 않으면 이건 엄연히 불법이라 비리관원들은 이걸 단속한다는 명목으로 가마의 발을 벗겨 그 안에 있는 여인을 보고는 얼굴이 못났으면 돈을 받고, 예쁘면 봐준 사건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관원들을 관리해야하는 형조참의에게 죄를 물어 이런 놈들을 잘라버리라는 상소문인 것입니다. - P35 가마단속 中
헉;; 못생기면 벌금물고, 예쁘면 그냥 가고..-_-;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런 차별을!!! 헐!! 이런 부패관리들 같으니라고!! 근데 여자들끼리 모여서 얘기하다가 누구는 벌금 물었다, 누구는 안물었다. 이런 얘기 나오면.. 얼마나 뻘줌했을까 분위기;; ^-^; 왠지 그런 장면이 상상이 되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상왕(태종)이 첫눈이 내리자 장난기가 발동합니다. 그래서 첫눈을 상자에 담아 최유를 시켜서 노상왕(정종)에게 약이라고 속이고 전달합니다. 그런데 노상왕전에 약상자(?)가 도착하기도 전에 소식을 들은 노상왕은 이미 이를 알고 최유를 잡으라고 하지만 이미 최유는 히히덕거리면서 튄 상황이었죠. 할 수 없이 노상왕은 상왕에게 술을 한 잔 쏴야 했습니다. 고려 때부터 내려온 풍습에 첫눈이 왔을 때 눈을 담아 상대에게 보내면 받은 사람이 술을 한 잔 쏴야 했는데 반대로 심부름 오거나 혹은 미리 보낸 사람을 잡으면 보낸 사람이 쏴야 했던 것이랍니다.
이렇게 우리의 거짓말하는 날은 과도한 거짓말을 한다기보다 첫눈으로 인한 다음해의 풍년을 기원하고 서로 즐기면서 기분 나쁘지 않은 즐거운 거짓말을 하는 풍류넘치는 날이었던 것입니다. - P43~P44 조선시대 만우절 中
우리의 만우절 거짓말이 이렇게 예쁘다니.. 왜 이런 풍습이 없어지고 나쁜 쪽으로 발달했을까.. 정말 아쉬운 풍습이다. 이런 풍습이 다시 퍼졌으면 좋겠다. 핑계삼아 첫눈을 만끽하며 친구들끼리 만나서 술한잔 하며 즐겁게 수다의 시간을 갖는 것이 일반 만우절에 행하는 못된 거짓말들보다는 훨씬 의미있어 보인다. 그나저나.. 만우절날 112나 119등 정말 중요한 기관에는 장난전화를 좀 안했으면.. 차라리 이런 거짓 제보에 벌금을 물려도 되지 않을까?!
술은 역시 사고를 불러오기 마련인지라 1900년 8월에 영국인이 살해당했는데 이대도 술이 문제였습니다. 술을 마시고 외국인과 시비가 붙어 싸우다가 술김에 그만 외국인을 살해한 것이었죠. 덕분에 알렌 공사는 평양 주변을 금주구역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어디 그게 가능했겠습니까? 나라의 임금님도 금주령을 수시로 내려봤지만 별별 꼼수를 써서 술을 마신 사람들인데 말이지요. 덕분에 알렌은 평양 사람들을 가리켜 "인생의 단 한 가지 목적만을 가지고 사는데, 그것은 바로 많은 양의 소주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돈을 버는 것"이라고 혹평합니다.
술 자체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취로 인해 일어난 사건엔 심신미약 같은 것을 적용하지 말았으면 하는데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이런 역사 때문에 술에 대해 너무 관대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엄중하게 처벌한다 해도 음주량이 좀 줄어들지 의문은 듭니다만.- P62, P64 조선인의 음주벽 中
전국적으로 담배가 퍼진 덕분에 17세기 이후에는 담배 접대가 차나 음식을 대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손님에 대한 예의로 정착되었는데 선비의 에티켓으로 담배를 피우지 않더라도 담배 피울 수 있는 도구를 갖춰놔야 하며, 높은 손님이나 어른이 담배를 피우면 직접 담뱃불을 붙여주는게 도리라고 하는군요.
담배가 없을 때라면 모르되 담배는 수백 년간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에 싸움을 유발했던 것입니다. 심지어 술보다 더 말이죠.- P72 애연자와 혐연자의 담배 논쟁 中
허참.. 예전이나 지금이나.. 술과 담배에 대한 논쟁과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았었구나.. 휴.. 특히 술!! 술을 마시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이기지 못할 정도를 술을 마시는게 나쁜 거다. 술 마시고 홧김에 저지르는 사건사고가 얼마나 많은가! 그 중에서 제일 싫은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폭행과 성폭행! 정말로 저자의 말처럼 술 때문에 벌어진 사건사고에 심신미약이 붙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사람들도 정신을 좀 차리지.. 오히려 강하게 벌금을 물려서 예방을 하는게 좋지 않을까? 솔직히 담배도 비 흡연자가 아니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금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음식점 안에서 피우지 못하게 한 법 너무나 환영했다. 그 동안 원치 않게 마셔야 했던 담배 연기가 얼마나 싫었는지 모른다. 몸에 배는 냄새도 너무 싫었고. 피는 사람들도 담배 연기를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왜 피는 거지? 걸어다니면서 피는 사람들도 정말 싫다. 예의없는 이기주의자로만 비친다. 임산부나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주부들 앞에서 담배를 피면서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때려주고 싶다. 그냥 일반인인 나도 싫은데 말이다. 흡연자들은 흡연의 권리를 주장하지만, 담배의 장점이라고는 단 한가지도 찾아볼 수 없다는 걸 생각하면.. 담배라는 거.. 차라리 세상에서 없어져버렸으면 싶다.
이 외에도 정말 다양하고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았다. 과거시험장의 대리시험이라던지, 컨닝, 학력위조, 병역비리, 외국어 공부 , 권력다툼, 칭찬까지 받은 살인사건에 TV에서 보여지는 것과는 다른 유배에 대한 이야기 등등.. 지금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로 현재와 옛 시대를 비교해볼 수 있는 재미를 톡톡히 선사해주었다. 더 많은 이야기는 저자의 블로그(http://idealist.egloos.com/5740606)를 통해 만나봐야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