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 다저스와 계약한 재키 로빈슨이 팀 감독 브랜치 리키의 지도아래 자신만의 야구 역사를 쓴다. 메이저리그에서 인종차별을 딛고 자신의 등 번호 42번을 영구 결번으로 남긴 야구 전설 재키 로빈슨의 인생을 담은 이야기.”

야구는 민주주의가 사실임을 분명하게 증명했다

야구의 기록표는 결국 민주적인 것이다

그것은 당신이 어떠한 사람인지

따르는 종교가 무엇인지 말하지 아니하고

당신의 투표 행위나 피부색을 알 수도 없다

그건 특정 야구 선수의 단순한 기록들이다

그는 자신을 빼고는 모든 것이 복잡했다

그는 세상을 바꾸고 그가 바뀌는 것을 거부했다

요즘은 야구가 인기를 끌고 있는 계절이고,

이런 분위기에 맞물려서 보게 되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단순히 야구를 즐기는 것을 떠나서 그 역사를 안다는 것은 야구에 대한 또다른 재미를 느끼게 만들어주게 되는 것 같다. 그게 아니면 최소한 재미를 더하게 만들도록 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것이든 그 역사를 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역사를 떠나서-역사를 모르면서 현재를 즐긴다는 것은, 즐기기만 한다는 것은 항상 일정한 위험성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재키 로빈슨

영구결번 42번

가볍게 생각한다면, 무겁게 생각한다고 해도

일종의 시작을 알리는 인물이었고,

하나의 상징으로서 존재하는... 의미심장한 존재로서 다뤄질 수 있는 인물이고, 그걸 안다는 것과 모른다는 것은 단순히 야구를 즐기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엄청난 거리감을 갖게 만들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순전히 아는 사람들만이 느끼게 되는 우월감일지도 모르고,

모르는 이들이 느끼게 되는 아는 척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것이든 아는 것만큼 보이기 마련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 항상 노력해야만 하는 것이다.

야구는 기록의 경기라고 말하고 있고,

그 기록만을 놓고 본다고 해도 재키 로빈슨은 야구선수로서 충분한 활약과 좋은 기록들을 많이 보유한 훌륭한 선수이면서도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백인이 아니면서 최초로 메이저리거가 된 인물이라는 점으로도 기록만을 놓고 본다고 해도 무척 중요한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최초의... 시작을 알리는 이만이 차지할 수 있는 위치일 것이다.

인종차별

차별정책

흑백분리-유색인종분리

2차 세계대전이 끝마쳐진 이후에도 계속되었던,

법을 넘어선 관습과 불문율로서 계속되었던 그 거대한 장벽이 허물어지게 된 1947년이라는 중요한 시기를 중심으로 한 재키 로빈슨에 대한 작품인 ‘42’는 이처럼 단순하게는 재키 로빈슨이라는 야구선수에 대한 작품이지만 그를 둘러싼 사회적, 정치적 변화에 대한 작품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상업적인 목적도 고려한 작품이기 때문에 사회적, 정치적 맥락을 부각시키려고 애쓰지는 않는 것 같다. 은근슬쩍 다뤄내고 있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일정한 선(암묵적인...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불문율)을 지켜내면서 다뤄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재키 로빈슨의 개인적인 위대함과 함께 그를 둘러싸고 있었던 온갖 편견과 악조건들을 자주 둘러보고 있다는 점 때문에 여러 면에서 좋은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재키 로빈슨이 흑인들(아마도 흑인들을 포함한 유색인종들)만으로 (메이저리그와는) 별도로 운영되는 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브루클린 다저스에 스카우트 되는 과정을 담은 전반부와 최초의 흑인-유색인종 메이저리그 선수가 되어 1947년 첫 번째 시즌을 보내면서 겪게 되는 온갖 험난한 과정들에 대한 후반부로 나눠져 있는 ‘42’는 야구와 야구선수에 대한 작품이면서 야구장 바깥에 놓인 온갖 악조건들에 관한 내용들로 꾸며져 있다.

법보다도 더 무섭고 고약한 분문율과 관습에 대한 짧은 장면과 어째서-하필이면 재키 로빈슨이 선택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간략한 장면이 인상적으로 지나친 다음 왜 이런 모험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솔직하진 않지만) 냉소적이고 퉁명스러운 대답을 접하게 된다면 정치와 사회적인 장벽을 넘어서게 만드는 자본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경제적인 논리가 어떻게 사회적, 정치적인 변화를 모색하게 만들기도 하는지에 대한 역설적인 질문과 난감한 순간에 놓이게 만든다.

   야구판 모든 사람들이 날 반대할 거라는데

그래도 난 하겠네

흑인 선수를 데려올 거라네

진심이십니까?

생각해 보세요...

비난에 대해 고려해야죠

신문들의 비판은 고사하고

브루클린에서 매장당할 겁니다!

여기는 관습이 있습니다

법을 어기고 그것을 모면한다면

어떤 이는 단장님을 똑똑하다고 여기겠지만

불문율을 깬다면...

외톨이가 되실 겁니다

그래도 할 수 없지

뉴욕은 흑인 팬들로 가득 넘쳐나지

돈은 흑과 백이 없어 오직 녹색

달러는 녹색이라고

하지만 경제적인 논리만이 고려되었을지는 몰라도 그 논리적 결론으로 인한 파장은 사회적, 정치적인 의미를 갖게 되어버리면서 점차 거대한 변화의 과정이 (사회와 정치적인 변화에 앞서) 야구장에서-야구판에서 일어나게 되고 그 과정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거나,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부감을 갖거나, 앞선 흐름에 기민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여주며 각자의 선택이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서는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이후의 시대에서는 어떤 평가가 되어버리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재키 로빈슨과 함께하지만 그를 거북해하는 다저스 선수들의 변화들과 함께 조금씩 그의 존재를 받아들이게 되는 야구와 야구관계자들 뿐만이 아닌 사회적인 변화를 ‘42’는 효과적으로 담아내고 있지는 못하지만(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건 너무 거대한 내용이니까) 이미 그런 내용들에 관해서는 알게 모르게 다양한 방법으로 많이 접했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기는 했지만 그 변화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은 아니라 생략된 내용들로 이해할 수 있었다.

단순하게는 메이저리그 선수 중에서 흑인이 한명 포함되었을 뿐이겠지만, 그것이 어떤 사회적, 정치적 의미를 갖게 되는지를 알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이처럼 사회적, 정치적인 폭탄-논란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 어떤 특정한 영역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모든 영역에서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우리들이 각자 머물고 있는 영역도 언제라도 그런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했다.

  세상은 더 이상 그리 간단하지 않지

간단한 적은 결코 없었겠지

야구는 그걸 무시했고 이제 우리는 그럴 수 없네

그저 이전과 같은, 지금과 같은 세상이 언제까지나 이어지길 바라는 사람들은 세상은 항상 그런 적이 없었으며 끝없는 변화가 있어왔고 간단하게 구성된 적이 없었음을 알려주는 ‘42’는 야구에 대한 것도, 재키 로빈슨에 대한 것도, 재키 로빈슨을 둘러싼 것들 모두를 부분적으로만 채워내고 있을 뿐 어떤 식으로도 철저하게 파고들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런 대략적인 다뤄짐 때문에 일반적인 스포츠 영화가 갖고 있을 기본적인 재미와 감동을 일정 수준으로 담아내는 것에 성공한 것 같다.

그래서 좋은 작품이라고 말해야 할 것인지,

그렇기 때문에 아쉬운 작품이라고 말해야 할 것인지... 그건 쉽사리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야구를 좋아한다면... 이 작품이 나쁜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참고 : 1. 아주 좋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충분히 야구를 즐길 수 있고, 그것 말고도 좋은 점들이 많은 ‘42’에서 개인적인 아쉬움을 꼽으라면 아마도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와 야구에 대한 좋은 판단력을 보여주고 있던 단장이 유색인종-흑인이 메이저리그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인간적인-개인적인 이유를 알려주는 장면은 (실제로도 그렇다고 해도) 약간은 불필요한 장면이었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철저하게 경제적인 논리만을 고집한 사람으로 인물을 만들어냈다면 좀 더 인상적인 존재가 될 수 있진 않았을까?

        2. 가장 몸서리치는 장면은 재키 로빈슨이 백인 투수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머리에 공을 맞는 장면이었던 것 같다. 지금처럼 타자용 헬멧이 없던 시절에 머리를 맞는 공이니... 끔찍하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