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기억을 지배하는 가상현실, 매트릭스 2199년. 인공 두뇌를 가진 컴퓨터(AI: Artificial Intelligence)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인간을 가축처럼 인공 자궁(子宮: 인큐베이터)에서 재배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끔찍한 시대다. AI에 의해 뇌세포에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내용은 1999년의 가상 현실)을 입력당한 인간은, 매트릭스 프로그램에 따라 평생 1999년의 가상 현실을 살아간다. 프로그램 안에 있는 동안 인간의 뇌는 AI의 철저한 통제를 받는다. 인간이 보고 느끼는 것들은 항상 그들의 검색 엔진에 노출되어 있고, 인간의 기억 또한 그들에 의해 입력되고 삭제된다. 그러나, 이러한 가상 현실 속에서 진정한 현실을 인식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매트릭스 밖은 가상 현실의 꿈에서 깨어난 유일한 인간들이 생존해 있는 곳.

한편, AI의 인큐베이터에서 탈출해 인류의 구원자를 찾아나선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모피스(Morpheus: 로렌스 피쉬번 분)를 리더로 한 일단의 해커들. 그들은 광케이블을 통해 매트릭스에 침투하고 매트릭스 프로그램을 응용해 자신들의 뇌 세포에 각종 데이터를 입력한다. 그들의 당면 목표는 인류를 구원할 영웅을 찾아내는 것. 그들은 AI 통제 요원들의 삼엄한 검색망을 뚫고 매트릭스 안에 들어가 드디어 오랜 동안 찾아헤매던 ‘그’를 발견한다. ‘그’는 유능한 컴퓨터 프로그래머, 토머스 앤더슨(Thomas Anderson: 키누 리브스 분).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지만, 밤마다 네오(Neo)라는 이름으로 컴퓨터 해킹에 나서는 그는 모피스와 그의 동료인 매혹적인 여인 트린(Trinity: 캐리-앤 모스 분)에게서 조심스레 매트릭스에 대한 단서를 얻는다.

알 수 없는 두려움 속에서 매트릭스의 실체를 추적해 나가는 네오는 마침내 또다른 숨겨진 세계, 매트릭스 밖의 우주를 만나 가상 현실의 꿈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AI에게 양육되고 있는 인간의 비참한 현실을 확인하고 매트릭스를 탈출한 네오는 모피스의 도움으로 컴퓨터 프로그램 훈련을 통해 사이버 전사로 거듭난다. 한편, 모피스의 동료 중 사이퍼(Cypher: 죠 팬토리아노 분)는 끊임없는 기계들의 위협과 공격으로 인한 두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매트릭스 안의 가상 현실로 들어가기 위해 동료들을 배신한다. 네오와 모피스 일행이 매트릭스 안에 잠입한 사이, 사이퍼는 광케이블을 교란시켜 그들이 매트릭스에서 빠져나올 출구를 봉쇄해 버리자, 네오 일행은 엄청난 괴력을 지닌 해커 제거반과 사투를 벌인다.”

세기말 현상으로 모든 것이 정리되던 1999년 개봉되어서 단순한 액션영화만이 아닌 이제까지 만들어진 어떤 대중영화와도 다른 느낌으로 가득했던 ‘매트릭스’에 대한 평가를 더한다는 것은 바보 같은 생각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꺼낼 수 있는 논의가 있기나 할까?

철학자들까지 달려들어서 이 작품에 대한 온갖 의미들을 논의했을 정도니 충분히 꺼낼 수 있는 논의들은 대부분 꺼내졌을 것 같다.

그러니 이 작품에 대해서 그 이상의 논의들은 가능할 것 같지 않고 그저 여담이나 개인적인 추억 정도만이 가능할 것 같다.

처음 접했을 당시는 그저 흥미로우면서도 황당한 상황 설정과 시각적인 재미로 가득한 작품이었지만 점차 하나의 현상이 되어버리고 그 현상을 통해서 수많은 논의들이 더해지면서 이 작품에 대한 인식은 많이 변하게 되었는데,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었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생각 이상으로 작품에 대해 쉽게 얘기를 꺼낼 수 없게 되어버렸을 정도이기 때문에 조금은 조심스럽게 접근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한때는 일종의 현상처럼 일어났던 ‘매트릭스’에 대한 열광이 식어버려 누구도 얘기를 꺼내지 않는 작품이 되어버렸다는 점에서는 시간의 힘이 무섭게도 느껴진다.

만화책과 철학책을 함께 믹서기에 쑤셔놓은 것 같기도 하고

거기에 기독교 세계관이 더해지고 비관적이고 음울한 SF문화를(이런 방식이 자주 있었기는 했지만) 합쳐놓고 있고

홍콩영화와 서부영화 그리고 온갖 대중문화와 대중영화를 한꺼번에 구겨서 집어넣고 있기도 한, 그 밑바탕 위에서 온갖 곡예를 펼치는 것 같지만 그 눈요기로 가득한 격렬한 춤동작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 또한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단순히 재미로(만) 가득한 대중영화라는 평가에는 야박한 평가일 것 같고,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있는 비범한 작품이라는 생각이라는 결론에 도착하게 되는 것 같다.

어떤 점들이 비범하냐면...

아마도 눈요기를 찾고 재미를 찾는 일반적인 관객들을 만족하게 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무언가 더한 것들을 찾는 사람들도 그 매트릭스 속에 빠져들어 무언가를 찾도록 만들고 스스로 빠져들기를 바라도록 만든다는 점이 비범한 점이라면 비범한 점이라고 말하게 될 것 같다.

이런 결과가 과연 의도한 결과인지 그게 아니라 사이비종교처럼 알지도 못하는 이들이 달려들어 불필요한 논의들이 확대재생산이 되어버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런 모든 부차적인 논의들을 걷어낸다고 해도 ‘매트릭스’는 분명 재미난 작품이고 좋은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동안의 대중문화와 대중영화들을 종합해내고 있고

그 종합 속에서 새로운 발판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밑바탕 없는 허공 속에서 도약을 해내는 놀라움을 선보이고 있다.

장 보드리야르가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에서 했던 논의들을 기본적인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저 무언가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허세일지도 모른다. ‘매트릭스’는 이미 접했던 것들이거나 그게 아니면 자기 멋에 취한 허세로 가득하다), 그와 함께 온갖 포스트모더니즘에 관한 논의들을 탁월하게든 조잡하게든 함께 끼워 넣고 있는 ‘매트릭스’는 대중영화를 통해서 철학적인 질문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시험하면서도 그 실험이 단순히 실험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작품의 재미와 일정하게 발을 맞춰가며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더 열광적인 반응이 생겨난 것 같으면서도 이런 작품이 만들어진 곳이 바로 미국-헐리우드라는 점에서 미국이라는 신기루의 나라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하지만 ‘매트릭스’는 그 한계도 명확하게 하고 있다는 점을 함께 지적해야만 할 것 같은데, 그런 수많은 논의들이 가득하기도 하지만 그 논의들이 결국에는 헐리우드-대중영화라는 틀 안에서만 가능하고 있고 그 이상의 돌파를 시도하지 않기도 하다는 점을 반드시 지적해야만 할 것 같다.

인간과 기계

정신과 육체

기독교적인 구원과 해방

믿음과 같은 이분법적이고 종교적인 믿음이 함께하기 때문에 새로운 지평을 열기도 했지만 반대로 무척 고전적인 방식의 대립관계를 더욱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만 할 것 같다.

이런 점들이 새롭고 획기적인 시도들로 가득하면서도 안정감 갖을 수 있게 만드는 비결인지도 모른다. 새로움 속에서 오히려 더욱 전통적인 방식이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장단점에도 불구하고 빼어난 작품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을 것 같다.

이 상상력을 자극하고 온갖 생각들이 떠올려지도록 만들어내는 작품에 대해서 칭찬해야 할 점들이 더 많을 것 같고, 그러면서 이 작품을 통해서 무엇을 더 논의해낼 수 있고 어떤 점들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을지를 좀 더 고민하는 것이 더 긍정적인 방식의 영화보기라고 생각한다.

이건 그저 영화일 뿐이다.

우린 항상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만 한다.

숟가락은 없고 그저 자신만이 있을 뿐이라는 말을 조금 더 곱씹어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참고 : 해커가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도 성공한 작품이라고 말해도 괜찮을까? 해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성공한 작품이 또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