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공부할 때, 가장 어려운 점. 바로 숫자다.
영미문화와 우리는 근본적으로 수(數)에 대한 개념이 다르다.
따라서, 도량형도 달리 발전하여 왔다. 이 때문에 수를 영어로 계산할 때,
심심치 않게 오해를 낳기도 하며, 큰 어려움을 겪는다.
파운드와 온스가 가진 질량감과, 갤런/배럴이 가진 부피감을 어찌 알까?
에이커와 헥타르는 과연 얼마나 넓은 것일까?
평(坪), 근(斤), 되, 말, 마지기 등이 우리에겐 어쩐지 더 친숙하다.
우리의 도량형은 과거 중국과 일본의 것을 그대로 답습하여왔다.
진나라 시황제가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도량형의 통일이었다. 각 지방마다 달리 쓰이는 도량형을 하나로 통일해서,
경제활동의 혼란을 방지하고, 세수(조세정의실현?)를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춘추시대와 전국시대에는 각 나라마다 도량형이 달리 썼다.
중국 산시성과 쓰촨성의 도량형이 다르면, 이 두 지역간은 상업거래에 있어
불편함은 물론이거니와, 수많은 마찰을 야기한다.
산시성과 쓰촨성에서 사용하는 도끼의 크기와 무게, 날이 다르다면,
이 두 지역에서 말하는 한 근(斤)은 큰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싸움이 벌어지리라는 것은 두 말 할 나위 없이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메이지 유신 이후, 서양문물을 적극수용하는 과정에서
도량형의 보급에 힘썼다. 우리가 지금 리터와, 미터를 / 갤런이나 마일보다
더 자주 사용하는 건 다 일본 덕분(?)이다. 
어린 시절, 1000 단위 이상의 숫자는 내겐 신의 영역과도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 500원이면, 하루종일 놀고도 남는 돈이었다.
떡볶이 가게에서 50원짜리 하던 오뎅 하나 사 먹고,
국물 20바가지 퍼먹으면, 배가 불렀다. 가끔 운이 좋으면,
빵게 알이 오뎅 국물에 살포시 앉을 때도 있었는데... 그날은 입이 호강한 날이었다.
오락실에 가면 50원이면, 오락 한 판을 하는데, 보통 2~3시간은 했다.
돈이 없으면, 문구점 앞에 있는 소형 오락기에서
20원 넣고 하는 오락도 있었다.
3일 후면, 죽을 운명이었지만, 200원이면 노란 병아리 한 마리를 살 수 있었다.
그 때는 지금만큼이나 복잡하게 큰 계산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만원이 세상에서 가장 큰 돈이라고 생각할 때였다.
돌이켜보면, 그 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500원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고, 세상 모든 게 다 내 것 같았던 때가...
knock ~ years off one's age : 나이를 속이다
how big is your room? : 몇 평에 살아요?
- 본문 中
외국인과 비즈니스를 하게 되면, 핵심은 숫자에 있다.
무엇보다 정확해야 하는 건 수치이며, 얼마를 지불하며, 얼마를 받을 것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숫자만큼 중요한 건 없다.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계약서에 쓰이는 건 숫자 뿐이다.
"갑은 을에게 얼마를 지불하기로 한다."
이거말고는 사실상 다른 건 무의미하다. 금전이 오가는 거래이니, 계산만 착오없이 할 수 있으면 된다.
그런 영어 숫자가 공부에 가장 도움이 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나는 원룸-투룸이 영어인 줄 알았다. 영어에서는 a studio apartment 나 1DK, 2DK을 흔히 쓴다.
주거공간을 studio라고 하는 걸, 안 배우면 모른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현명한 것 같다. 원룸(one-room)그러면, 딱 방 한 개짜리 공간을 떠올릴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한가!
중고등학교 영어시간에서도 기수-서수 부분을 제외하곤, 영어식 수사(數詞)에 대해서는
잘 가르치고 있지 않다. 아이들이 국제무대에 나가 비즈니스를 할 때, 정작 필요한 건 수사이다.
수(數)는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대부분의 경제 문제는 수(數)를 다룰 수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판가름 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숫자 공부를 많이 했으면 한다.
나 역시 많은 도움을 받은 책이고, 우리가 기존에 알던 수체계를 영어로는 이렇게 표현한다는
신선한 재미가 있는 책이기에 꽤 오래된 책이긴 하나 추천하고 싶어, 여기 글을 남겨 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