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지금과 같은 인기를 누리기 이전의 알랑 드롱의 모습을

그가 파릇파릇한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의,

그 누구도 쉽게 잊기 힘든 눈부신 미모를 발산하기 시작한 시절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아가씨 손길을 부드럽게’는 알랑 드롱의 배우 경력에서 초기작으로 분류 할 수 있겠지만 그런 단순한 분류 이전에 이 작품을 통해서 프랑스를 넘어서 전세계적으로 그 자신의 얼굴을 알리게 된 작품이(라고 한)다.

비로소 그가 전세계적인 연인이 되기 시작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영화의 내용은 전형적인 연애소동극이고,

그 소동의 중심은 당연히 알랑 드롱이고,

너무나도 매끈한 얼굴 때문에 그가 저지르는 치기 어린 행동들과, 그릇된 점들에 대한 충고를 해주고 싶기는 하지만... 나 같았어도 저렇게 놀았을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되기도 했다.

어떤 의미에서... 남자는 다 똑같고,

모든 남자들이 알랑 드롱이 연기한 줄리앙과 같은 삶을 꿈꿨을 것 같기에 그 꿈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든 판타지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여성들이 어떻게 이 작품을 즐겼을지는 모르겠다.

기분이 좋았을지... 반대로 기분이 상했을지...

그런 의미에서 영화가 줄리앙이 그런 바람둥인 이유에 대한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너무 비현실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 자체가 더욱 큰 설득력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것 같다.

잘나서 그 잘남을 즐기려고 한다는 것,

얼핏 상대적인 기분에 분개할 수 있기도 하겠지만 오히려 그게 솔직한 이유인 것 같기도 하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보여주는 여러 춤동작들을 통해서 줄리앙이 나누게 되는 여러 사랑들을 예상할 수 있게 되기도 하면서 그가 경험하게 되는 여성들의 특징들이 아주 잘 나눠지진 않았지만 개성 있는 여성들과 경험하게 되는 사랑(들)과 함께 그 여성들이 느끼는 분노와 그 분노를 표현-해소하는 장난스러움에는 지금 접해도 그리 나쁘지 않은 연출 속에서 흥겨움과 즐거움을 만들어내고 있다.

깐깐한 사람이라면 온갖 로맨틱코미디와 일련의 짝짓기 영화들을 비교하며 평가하고 싶어질 수 있기도 하겠지만 그쪽 방면에는 그다지 많은 지식이 없기 때문에 알랑 드롱을 무척 잘 활용한 영화라고 생각하며 그가 갖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서 많은 이들이 그 매력에 빠져들 수 있게 만든 작품이라는 평가로 끝내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잘 생겨서 부담스러울 정도의 젊은 시절보다 장 피에르 멜빌이 만들어낸 어둠이 깃든 모습을 선호하지만 어둠이 내린 알랑 드롱의 모습이 아닌 봄날의 햇살과 같은 느낌의 알랑 드롱을 확인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번 보고 싶은 작품일 것 같다.

잠시 딴 얘기를 하자면 장 피에르 멜빌이 만들어낸 알랑 드롱의 모습은 잘 생긴 외모라는 점에는 변함없지만 그 외모에 어둠이 담겨져 있다는 것과 뭔가 망가진 삶을 살게 되었다는 느낌이 들게 되는 것 같아서 좋았고, 그것이 그의 눈부신 외모에 흠집을 만들었다는 쾌감이 들었기 때문에 좋은 것인지 그게 아니면 원래 어둠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 때문인지는 쉽게 판단이 되진 않는다. 건조하고 메마른... 꼭 필요한 부속품이었던 것 같은데 이유를 알 수 없이 기계에서 떨어져 나온 정교한 부속품처럼 느껴지는 그의 모습을 더 선호한다.

어떻게 그 많은 여성들을 쉽게 유혹할 수 있는지 알게 해주는 전반부

그 여성들에게 자신의 바람기가 발각되어 여러 우여곡절을 겪게 되는 중반부

그리고 그런 소동 끝에 깨닫게 되는 진실한 사랑이라는 끝맺음은 전형적인 진행이면서도 그 진행의 과정과 조율은 안정적이라 특별한 부족함을 느끼게 만들지는 않았다.

이탈리아어 더빙으로 접했기 때문에 프랑스 작품이라는 느낌이 쉽게 들지 않았는데, 반면에 그렇기 때문인지 좀 더 들뜬 분위기로 작품을 접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하나만 더 얘기를 한다면,

이 작품의 완성도와 이야기 구성과는 별개로 이 작품이 만들어진 시기(1959년)에 관심이 가게 되기도 하는데, 그 시대는 알다시피 전후(2차 세계 대전)의 재건이 어느 정도 이뤄졌고, 그 재건과 함께 풍요를 만끽하는 젊은이들의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과 그 젊은이들이 즐기는 온갖 문화들에서 미국의 영향성 또한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 특징될 수 있는 것 같다.

단순히 줄리앙이 카페에서 콜라를 선택하는 것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에서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그런 영향성은 좀 더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와 함께 곧이어 1968년에 진행되는 흔히들 말하는 68혁명이라는 여러 갈등들이 표면화되고 그 다양한 갈등(정치, 사회, 인종, 세대, 이데올로기 등등) 중 젊은이들과 극단적인 갈등을 겪게 되는 부모세대들과의 갈등이 아직은 나타나기 이전의 더할 수 없이 원만한 관계를 보이게 되는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아름답기만 한 시기를 ‘아가씨 손길을 부드럽게’는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단순히 그들이 경제적 안정을 누리고 있는 집안의 젊은이들이기 때문만이 아닌 냉전과 핵전쟁에 대한 고민 정도만이 있었을 뿐 어떤 고민도 방황도 없던 시절을 누리는 이들의 모습을 부러움 속에서 접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얘기한다면,

어째서 줄리앙이 단추가 떨어진 옷을 입느냐는 질문을 어머니와 함께하는 장면과 아버지와 함께하는 장면, 두 개의 장면을 통해서 반복해서 담았는지 궁금해진다.

굳이 털털한 모습을 알게 해주기 위해서 그런 장면을 넣었을 것 같지는 않고, 일부러 두 번에 걸쳐서 반복시킨 것은 어쩐지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참고 : 어떤 의미에서 이 작품을 따라했다는 신성일 주연의 ‘결혼교실’의 결말(모든 여성들에게서 도망치며 기존의 약혼녀를 선택한다는)이 더 현실적인 결말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보게 된다. 너무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버린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