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올바르게 자란 스타일이라 옵션으로 욕도 하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다. 유일하게 나도 모르게 욕이 입에 저절로 나온 때가 군대에 있을 때였다. 비록, 군대라고 해도 방위였지만 그래도 부대 방위라 부대에서는 남자들로 득실거리는 곳에서 부대끼고 부대원이 몇 십명이 되다보니 욕이 일상적인 환경이였다. 점심 식사때에 집합이 걸려 얼차례나 빠따를 맞기도 했고.

그렇게 방위로 소집해제를 하고 난 후에 나도 모르게 욕이 입에서 나왔다. 정확하게는 입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입에 맴돌았다.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름대로 개선을 생각한 것이 욕을 영어로 하자는 생각을 했다. 영어라 욕이라도 좀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하다보니 익숙해지면서 저절로 영어 욕이 나왔는데 이 역시 욕이라는 본질에는 변한 것이 없어 의식적으로 욕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결과 입에서 욕을 하지 않는 단계까지 갔다. 뭐, 일반 적인 어른들이라면 욕을 하지 않는 것이 일상다반사겠지만.

가끔 걸거리 같은 곳에서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꽤 많은 욕이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학생시절에도 분명히 말에서 욕이 함께 묻어 나오기는 했지만 지금과 같은 욕은 아니였다. 또한, 지금 쓰는 욕중에는 내가 학생시절에 새롭게 생긴 것도 있다. 그 전에는 듣지 못했던 욕이 어느순간부터 아이들에게 쓰였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된다. 내가 학생시절에 누군가 욕을 만들었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중에 하나는 그 욕이 어떤 경로를 통해 발생했는지 우리 때는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그 욕이 시간이 가면서 조금은 순화되어 욕으로 정착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욕의 순기능이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가끔은 나도 가벼운 욕지꺼리를 하면 스트레스까지는 아니라도 시원해 지는 느낌이 든다.

허나, 어쩌다 가끔이 아니라 일상 단어에 들어가는 모든 언어가 욕으로 점철되어 있다면 그건 문제인 거다. 학교에서 왕따와 같은 사회문제가 발생하지만 이런 것들이 욕을 통해 시작되는 것이다. 직접 가하는 폭력은 그 당시로 끝날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폭력인 언어는 그 영혼까지 나쁘게 물들인다.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 학생들도 욕을 하고 있는 걸 보면 거친 남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문제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욕의 종류와 단어가 상당히 많다고 한다. 실제로 영어영화나 일어영화를 봐도 내가 리스닝이 되는 사람은 아니라도 뉘앙스를 통해 알 수 있는 욕을 볼 때 한정된 단어를 갖고 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참으로 다양한 욕을 통해 사람들이 의사소통 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런 이유중에 하나는 우리나라 말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공격적인 이유도 한 몫을 할 것이다. 우리 귀에 부드러운 단어보다는 보다 강한 단어가 잘 들어오는 것도 마찬가지이고.

아이들이 욕을 창조적으로 탄생시키는 것이 아니고 어느날 갑자기 입에서 욕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변 어른들이나 자신의 부모로부터 배우게 된다. 신기하게도 인간은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에 더 쉽게 반응하고 기억을 잘 한다. 그러다보니 한 번 들은 욕을 잊지 않고 기억해 내서 써 먹는다. 어른들이 하는 욕을 상황과 함께 기억하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에 뱉는 욕은 적절하게 상대방을 굴복시키고 당황하게 만드는 쾌감을 통해 욕을 더욱더 많이 쓰게 된다.

그런 이유로 최소한 부모가 집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자녀가 욕을 하면 그 즉시 잘못된 표현이나 심하고 거친 언어에 대해 주의를 주고 고치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다해도 욕이라는 환경에 지배되고 있는 아이가 쉽게 욕을 안하겠지만 최소한 집에서라도 욕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안 하려 노력하다면 아주 작은 실천이 될 것이다.

다큐에서 욕의 어원에 대해서 아이들은 모르고 있었다. 자신들이 하는 욕이 성적인 표현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당혹해 한다. 하지만, 여전히 얼마 있지 않아 다시 욕을 하게 된다. 어원에 대해 알려주고 자신이 스스로 하는 욕에 대해 수첩에 적게 하는 방법을 실행하니 스스로 욕을 한다는 것에 자각을 하고 현저하게 줄어든 결과를 볼 때 얼마든지 아이들이 욕을 줄일 수 있고 안 할 수 있는데 어른들의 노력이 부족한 것도 있어 보인다.

아직 성장이 끝나지 않은 아이들 같은 경우에 어릴 때부터 욕이라는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나온다. 전전두엽을 통해 욕이 미치는 결과도 볼 수 있는데 굳이 과학적으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아이들이 욕을 하는 이유중에는 사회가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와 성공에 대한 압박, 내 옆에 있는 친구가 함께 동행 할 수 있는 친구가 아니라 내가 밟고 가야 하는 성공 지상주의의 사회에서 욕은 스트레스를 푸는 한 방면으로 아이들이 쓰고 있는 거다. 이겨야 한다는 서열식의 구분이 아니라 함께 동행한다는 칭찬 위주의 단어를 통해 아이들이 욕을 조금씩 없앨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난히 욕을 많이 하는 아이들을 화면에 담았을 수도 있지만 보면서 시종일관 나오는 욕과 함께 삐~~소리는 귀로 들으며 엄청난 거슬렸다. 될 수 있는 한 갑자기 사회 환경을 변화시킬 수 없고 현재와 같이 시험을 통한 줄세우기식의 문화를 쉽게 변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들이 심한 언어와 단어를 쓸 때마다 주의를 주고 고치려 함께 노력한다면 언어 개선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