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의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휴 잭맨).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두의 박해를 받던 장발장은 우연히 만난 신부의 손길 아래 구원을 받고 새로운 삶을 결심한다. 정체를 숨기고 마들렌이라는 새 이름으로 가난한 이들을 도우며 지내던 장발장은 운명의 여인, 판틴(앤 해서웨이)과 마주치고, 죽음을 눈앞에 둔 판틴은 자신의 유일한 희망인 딸, 코제트(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장발장에게 부탁한다. 그러나 코제트를 만나기도 전에 경감 자베르(러셀 크로우)는 장발장의 진짜 정체를 알아차리고, 오래된 누명으로 다시 체포된 장발장은 코제트를 찾아 탈옥을 감행하는데…”
빅토르 위고의 원작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은 ‘레미제라블’은 다른 국가에 비해서 유독 한국에서 좀 더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유야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현재 한국 내부적인 정치적-사회적인 이유로 인해서 더 많은 이들이 호의적인 평가를 하게 되는 것 같기는 한데, 무슨 수로 이 작품을 통해서 힐링이 이뤄지는지는 알 수 없지만(그리고 저따위 단어를 왜 그렇게 남발하는지는 알고 싶지도 않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작품에 여러 이유들 때문에 매도하고 싶지도 않아서 별다른 생각 없이 보게 되었고, 2시간 30분이 넘는 시간동안 지루하지 않게 진행되기 때문에(간간히 졸기는 했지만) 뮤지컬을 보기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이라면 이 작품으로 대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뮤지컬이 더 낫다고 말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긴 하겠지만...
‘레미제라블’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 때문에 별다르게 할 수 있는 말도 없고, 솔직히 그다지 하고 싶은 말이 떠올려지지도 않는 것 같다. 빅토르 위고의 길고 긴 장편을... 물론, 읽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잘 정리해내고 있(다고 생각되는...)고 안정된 연출과 훌륭한 연기자들 그리고 좋은 음악으로... 모, 뮤지컬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음악과 노래가 부담을 넘어서 간지러울 정도였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걸 뭐라고 그럴 생각은 들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괜찮은 작품이었다.
너무 (보지도 않았지만...) 뮤지컬을 그대로 가져온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게 되는데, 노래로 많은 것들을 표현하는 것은 좋기는 한데, 그런 방식 중에서 조금은 지나친 순간들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뮤지컬을 접한 사람들은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런 것들보다 개인적으로는 음악이나 연기 그리고 이야기에 비해서 좀 더 관심이 가게 되었던 것은 스튜디오 내부에서 촬영했다는 것을 숨길 생각이 없는 온갖 배경과 세트들이었는데, 배우들의 연기와 움직임들보다 그것들에 좀 더 감탄하게 되고 좀 더 많이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느껴졌을 정도로 눈을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배경이 배우들을 압도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을 정도로 무척 인상적인 느낌이 들었는데, 제작비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는 무척 돈에 집착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런 여러 가지가 눈길을 끈다는 점만으로도 분명 대작은 대작이라는 점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아쉽게도... 대작인 것은 동의하겠는데, 걸작이라는 점에는 시큰둥해질 것 같다.
가혹한 현실-사회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레미제라블’이 담고 있는 정신이 어떤 것인지는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이 작품을 통해서 가혹함을 견뎌낼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갖게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진정으로 바리케이드를 다시금 쌓을 사람들은 없어져버린 세상이라는 것도 인정해야만 할 것 같다.
단지 이 작품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길고 긴 시간의 상영시간동안 접하게 되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들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진 않을 정도로 속도감 있는 진행과 꽉꽉 채워 넣고만 있는 수많은 것들(연기, 촬영, 배경, 음악 등등등) 그리고 그 많은 것들을 통해서 어떻게든 감동을 받아야만 하고 찾아야만 하는 스스로를 향한 감수성에 매몰된 관객들까지...
이 거룩함을 찾아 헤매고 있는 작품에 대해서 해줄 수 있는 말은 그 고통스러움과 힘겨움이 결국에는 보여주는 사람이나 보고 있는 사람이나 아름답게 함께하는 것에 성공했다는 말을 해줄 수 있을 뿐이다.
다만, 아쉽게도 그 눈물과 감동이 함께하는 순간에 내가 함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아마도 ‘레미제라블’에 가장 큰 문제가 있는 점을 꼽으라면 좋은 작품인데 전혀 좋은 점을 못 찾겠다는 점인 것 같다.
이건 순전히 나만의 생각인 것 같다.
참고 : 1. 다들 러셀 크로우에 대해서 불평 섞인 평가를 하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욕먹을 정도의 연기-노래였나... 라는 생각이 앞선다. 무척 좋았다고 말하기 보다는 그래도 괜찮았다는 생각이다. 자베르를 연기하기에 그만한 적임자도 없는 것도 사실이니까.
2. 앤 해서웨이가 이처럼 좋은 연기가자 되리라 생각했던 사람이 몇이나 있었을까?
3. 내가 아는 한 고통스러운 삶에는 위안보다 고통에서 벗어나게 만들어버리는 것이 더 적절한 방식이다. 장발장이 그렇게 했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