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표지랑 제목만 보면 그렇게 끌리는 책은 아니었다. 그런데 소개글을 읽다보니 흥미가 갔다. 어떻게 정원사로 어학연수를 다녀오게 된 것일까? 어떤 경험을 하고 온 것일까? 궁금증이 솟았다. 10년전에 겪었던 독특한 그녀의 경험과 추억이 지금까지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그녀의 말에 더욱 궁금했다. 그렇게 읽게 된 책은 생각외로 너무 재미있었다.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에드먼튼'이라는 캐나다의 한 도시에서 시작된 6개월간의 어학연수는 내가 봐도 최고의 경험이었을 것 같다. 난 왜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찾아볼 생각을 한번도 해보지 못했을까.. 필요하다면 찾았어야 하는 것을.. 이럴때 보면 참 어릴때의 나는 너무 우물 안 개구리였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암튼 많은 어학연수생들이 비싼 돈과 시간을 들여 갔음에도 흔히들 '한국 학생들끼리 뭉쳐다니기'로 헛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경우가 많아 어학연수를 다녀왔음에도 영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저자는 정원사라는 6개월간의 일자리를 통해 무료 숙박과 세끼의 식사를 제공받는 조건으로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으면서도 그동안 한국에서 열심히 공부했던 영어를 그곳에서 "사용"하며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데 시간을 보냈다. 그곳에 있던 학생들이 에드먼튼이 너무 조용해서 심심하다고 토로할때 그녀는 심심할 틈도 없이 대학교 청강 수업에 다양한 봉사활동 등으로 지루할 틈없이 외국인들 사이에 끼어 그곳에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익히기에 바빳다. 그덕에 영어 실력이 더 많이 늘었고,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의 경험들을 읽는 내내 영어는 한국에서 공부하고 외국에 가서는 사용해야한다는 저자의 말에 정말 많이 공감하게 되었다.
교환학생 선발에서 떨어진 저자가 어떻게하면 다른 방법으로 어학연수를 떠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차, 우연히 발견한 한 사이트의 게시판에서 "캐나다 에드먼튼 정원사를 구합니다. (4~10월, 6개월간) 일주일에 10~15시간 정도만 정원 일을 해주시면 숙박과 세끼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겠습니다." 라는 글을 보게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저자를 고용하겠다는 답메일을 받고, 가족들을 설득한뒤 캐나다로 떠난다. 시작도 독특했던 저자의 어학연수!! 정원사라니.. 참...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나? 정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채 무작정 그렇게 시작한 그녀의 어학연수 생활은 자잘한 사건사고들과 재미있는 추억들로 6개월을 가득 채우게 된다. 어찌나 알차게 보냈던지.. 책을 읽는 내내 시간가는 줄 몰랐다.
이 책을 통해 가장 크게 느꼈던 한가지.. 마음을 굳게 먹고 어학연수를 떠난거라면 영어를 제대로 '배워'와야지, 같은 나라 학생들끼리 어울려다니며 결국 떠나기 전과 후가 똑같다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어학연수를 가서 '영어를 사용'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인데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 황당하기까지 하다. 배우는 것이 아닌 사용해서 온전히 내것으로 만드는 것.. 정말 그게 진정한 어학연수가 아닐까? 다양한 체험으로 그곳의 문화를 체험하며 다국적 친구들을 사귀고 어울리는 것 또한 어학연수를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어학연수를 가서도 같은 나라 학생들끼리 어울리는 거라면 궂이 어학연수를 간 의미가 없지 않을까? 유학을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이라면 이 책을 한번쯤 읽어보고, 어학연수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더불어 자신이 어학연수를 통해 무엇을 얻고 올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을 수 있을 것 같다.
PS. 에드먼튼.. 어학연수 갈만한 후보에 넣어보는 것도 좋을 듯.. ^^ 다른 정보를 찾아본 것은 아니지만, 책에 의한 정보로 보면.. 참 괜찮은 곳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