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아프다."
똥이 마려운 게 아니라, 시기와 질투의 다른 표현이다.
그많은 표현 중에 왜 하필 우리 조상들은 남이 잘 되어, 시기나 질투심이 생기는 걸
배가 아프다는 말로 표현했을까.
왜 우리는 사촌집 그린벨트가 해제되거나, 오촌집이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면 배가 아플까.
옆집 철이가 서울대에 합격하고, 뒷집 순이가 삼성공채3급에 합격하면 배가 아플까?
배가 아픈 이유는 장(腸)이 꽉 막혀서가 아니라, 마음이 막혀서다.
타인과 비교했을 때, 자신이 좀 더 나아보이면 행복해지는 불행한 운명 때문이다.(퉷.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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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달리 말하자면, 고차원의 배아픔이다.
분노는 시기와 질투로 발생하지 않는다. 대게 분노란 상식에 위배될 때 발생한다.
인간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 상식. 무언가가 이것을 뒤틀려고 할 때, 우리는 분노한다.
어제 천 원하던 콩나물 값이 오늘 이천원하면, 분노한다.
어제 삼천 만원 하던 전세값이 오늘 오천 만원하면 분노한다.
경제성장의 몫을 소수의 금융자본가와 지주들이 가지고 가면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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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능력부족 탓에 남을 미워하고 욕하는 것은 시기와 질투의 표현이지만,
개인의 능력과는 하등 상관없는 시스템의 문제가 야기하는 상대적 박탈감,
억울함에 사람들은 분노한다. 우선 분노의 원인을 알아야 그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는 건 두말 할 나위 없다.
주1) 상식에 관해서는 이 리뷰를 참고하면 된다 http://blog.naver.com/kimjobs2pro/130161440352
이 책 <나는 분노한다>는 현재 대한민국 사회가 안고 있는 분노의 원인부터 꼼꼼히 진단해 나간다.
집 있는 사람들은 떨어지는 집값에 분노하고, 집 없는 사람들은 치솟는 전세값에 분노한다.
아이를 둔 학부모들은 하늘(SKY) 높은 줄 모르는 사교육비에 분노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열악한 근무환경(노동조건)에 분노한다.
반도 안되는 월급과 나와는 무관한 사내 후생복지. 이런 차별에 분노한다.
학생들은 취업의 문이 너무 좁은 현실에 분노한다. 비싼 등록금에 분노한다.
대한민국 땅에 살면 분노할 게 참 많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겠으나, 우리 사회는
그 정도가 좀 더 심각한 것 같다. 옥상에서 뛰어내려도 나를 살려줄 촘촘한 사회안전망
따위는 없으며, 저신용, 저학력과 같이 자신의 이력 앞에 '저'가 붙으면 "최저임금"을 받는
인생의 루저가 되는 급행열차를 타게 된다.
ㅆㅂ
이러니 갈수록 개개인이 느끼는 행복도는 떨어진다. 그렇다면 해법은?
책에서는 희망의 나무라는 가상의 이미지를 상정해 놓고 그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희망의 나무는 크게 1)공감자본주의 2) 선진형 균형경제 3) 자정형 건전 생태계 4) 21세기형 소통정치로 나뉜다.
이 네 가지가 유기적으로 잘 맞물려 돌아가야, 오늘날 이 분노의 시대가 종을 고할 것이라고 한다.
나는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으나,
분명한 건, 사회에 대한 분노에 앞서 나 자신을 돌아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