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근거로 만든 영화를 볼때마다 느끼는 것은 도대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도저히 가시지를 않는다. 특히, 이영화와 같이 상당히 민감한 문제에 대해 다룬 영화들을 볼 때면 그러한 느낌은 더욱 강해진다. 분명히 빈 라덴을 쫓아 결국에는 사살 한 것까지는 분명히 뉴스를 통해 나온 사실이지만 그 과정이나 등장인물을 보면서 어디까지가 사실인지에 대한 부분에 대해 궁금하지 않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 아닐까 싶다.
끝까지 추적하여 결국에는 찾아내는 인물이 여성으로 되어 있는 것도 사실인지에 대해 궁금했다. 왜냐하면 이 영화에서 나오는 내용들은 아직까지 등장 인물들이 생존해 있고 관련 인물들이 두 눈을 뜨고 걸어다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아무리 사실을 토대로 만들었다고 해도 실명이나 대상인물을 그대로 했으리라고는 여기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에서도 보면 CIA 인물로 한 번 발각이 되면 그때부터 테러의 대상자가 된다. 실제로 몇 번 이나 테러현장에 있기도 했고 본인이 직접 총으로 난사되는 장면도 나온다. 다행히도 방탄 유리로 되어 있어 목숨을 부지 했지만 말이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나오는 인물들이 어디까지가 실존 인물들인지부터 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 궁금했다.
'제로 다크 서티'는 새벽 12시 30분을 뜻하는 것으로 가장 어두울 때 침투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군사용어라고 한다. 보통 가장 피곤하고 잠을 못 이기는 시간은 새벽 3~4시로 알고 있는데 여하튼 그렇다고 한다. 실제로 바로 새벽 12시 30분에 은신처를 습격한 시간이라고 하니 그 제목을 썼는데 정작 작전명은 '코드네임 제로니모'라고 한다. 영화에서도 제로니모 제거라는 표현을 쓴다.
영화의 시작은 당연히 9.11 테러로 시작을 하는데 오로지 음성으로만 그 현장에 대해 묘사한다. 그 후에 이 영화의 주인공인 마야가 등장하는데 고문을 하는 현장에서 시작된다. 흔히 말하는 물고문으로 시작하는데 나름 선진국이라 그런지 우리나라에 비해 상당히 세련되게 물고문 하는 장면이 묘사된다.
이 영화를 찍을 때 될 수 있는 한 다큐를 보는 것과 같이 찍었다고 하는데 실제로도 영화가 될 수 있는 한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찍는 것으로 보였지만 미국인의 관점에서 찍은 것이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많아 보인다. 사실, 우리는 거의 일방적으로 서구 중심의 관점을 통한 정보를 얻게 되어 있지만 이슬람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히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에 목숨을 아끼지 않고 항일 운동을 한 것과 같이 그들도 자신의 믿음과 신념을 위해 전투를 하는 것이다. 다만, 일반인들에게 가하는 테러는 분명히 테러라는 사실은 확실하다. 그들은 거대 제국 미국을 대항한다고 하지만 그 사실만은 분명히 진실이라고 본다. 그렇기에 서구 중심으로 본 관점이라도 다를 것은 없지만 역으로 서구에서 이슬람에 가하는 불법적이고 비인간적인 행동과 살인(??)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빈 라덴이 직접 자신이 9.11 테러를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하여 실질적인 미국의 제거 대상이 되었고 그 후에도 간간히 여러 테러들이 있었다는 것을 뜨문 뜨문 뉴스를 통해 알았지만 그와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를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알지 못하고 있었가에 영화에서 나오는 내용들에 대해서는 중간에 조금 쫓아 가기 버거운 측면도 있었다. 거의 10년 동안 빈 라덴을 쫓기위한 여정이 나오니 당사자 나라였던 미국이라면 이런 저런 심층 보도를 통해 어느 정도 정보라도 알았을 텐데 그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영화를 보니 그러한 애로사항이 조금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빈 라덴에 접근하는 과정이 상당히 치밀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작은 힌트라도 놓치지 않고 계속 추적하고 다시 처음부터 새롭게 출발해서 쫓는 과정이 담담하게 다큐처럼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 다큐처럼 나오는 것은 빈 라덴의 최측근을 드디어 찾아내고 그의 안가를 찾아내는 과정과 실제로 안가를 습격하는 장면이다.
확실하게 정보를 캐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하는 모습 이후에 어떻게 안가를 찾아가는지 나오는데 돈이 안 들어 갈래야 안 들어 갈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첩보전도 돈 없으면 쉬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미국이 괜히 강대국으로 전 세계의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영화에서도 믿음도 중요하지만 돈으로 움직이는 인간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게 허튼 소리가 아니라고 느껴진다.
뉴스에서 봤던 바로 빈 라덴의 안가가 나오는데 여전히 미국은 발견하고도 실제로 있는지의 여부에 대해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해 몇 달을 허비한다. 뉴스로 볼 때는 그저 어느날 갑자기 사살한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그토록 오랜 시간동안 관찰하고 습격을 위한 합의를 도출했는지에 대해 알게 된다.
또한, 안가가 파키스탄에 있는데 파키스탄 정부에게는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고 자신들 마음대로 국가를 침입한다. 뉴스로도 그러한 내용에 대해 잠시 문제성으로 언급이 되었는데 영화를 보니 실제로 파키스탄 정부로써는 황당하고 화가 났을 것 같다. 영화를 볼 때는 저절로 미국편에 서서 긴장감있게 보기는 했지만 말이다.
특히, 아무런 주파에 잡히지 않는 헬리콥터를 통해 침입하는 장면은 왜 미국인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야간 투시경을 통해 잠입하고 제거하는 장면에서는 예전 영화에서 본 것과 달리 얼마나 최 첨단으로 야간에 잠입하고 작전을 수행하는지 보면서 좀 놀랐다. 저 정도인지는 관심이 없이 몰랐기 때문이다. 거의 장님과 싸운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최대한 자극적이지 않게 그 현장을 묘사하고 실제로 그에 대한 정보가 뉴스로 나온 것을 보지 못했지만 충실하게 있는 그대로 사건을 재 구성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냥 순식간에 습격해서 작전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안가 자체가 마을에 있는 거이라 헬기가 뜨고 총소리가 들리니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뛰쳐나오며 안가로 몰리는등 꽤 긴박하고 촉박한 상황이 묘사된다. 심지어 헬기 하나는 추락해서 거의 두 동강 나있는 것을 보안문제로 아예 폭발까지 시키면서 다시 복귀를 하는 장면까지 될 수있는 감정이입을 하지 않게 구성이 되어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상당히 흥미롭고 긴장된 마음으로 봤고 그로 인해 재미있었는데 다 보고 나오니 어느 분이 통화를 하는데 이 영화를 보고서 나온 듯 한데 지루했다는 통화를 하는 걸 들으면서 '헉, 나만 흥미진지하게 봤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전이 끝나고 주인공 마야가 홀로 비행기를 타며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리며 끝이 난다. 여러 작전중에 동료가 알카에다의 자살 테러로 사망을 해서 더욱 더 빈 라덴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노력한 주인공의 마음을 미국의 마음으로 치환했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그 보다는 허탈한 마음이 더 컸으리라 본다. 자신의 모든 인생을 오로지 빈 라덴 쫓는 것에만 받쳐왔는데 드디어 끝이 났으니 말이다.
'제로 다크 서티'의 감독은 여성 감독이면서도 특이하게도 늘 남성적인 영화를 찍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더구나, 과거 제임스 카메론의 부인이였다는 사실로 평소에 머리에 각인되어 더 눈여겨 봤는데 자신만의 영화관과 세계관을 구축하여 작품성있는 영화를 찍고 인정을 받고 있으면서 이번 '제로 다크 서티'도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받아 작품을 인정받아 더 보고 싶었는데 보고서는 나는 만족했다.
아무리 다큐처럼 찍고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고 찍었어도 철저하게 미국인의 관점에서 찍었다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어도 '코드네임 제로니모'를 다른 감독이 찍었으면 아마도 더 헐리우드식으로 찍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민감한 문제라 쉽지 않았을텐데 빈 라덴을 사살하는 장면까지 나오지만 이 영화로 딱히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걸 보면 얼마나 신경을 써서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 알 수 있고 덕분에 더욱 자세하고도 냉정하게 볼 수 있었지 않나 싶다.
극장에서 자주 하는 것도 하루 종일 하는 것도 아닌 작품이고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 내부에서도 보는 사람이 아마도 20~30명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로써는 진지하게 여러 생각을 하며 뉴스로만 뜨문 뜨문 제대로 된 정보없이 접했던 사건에 대해 제대로 볼 수 있었던 시간이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력도 나무랄 데 없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