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어야 하나라는 질문으로 글을 쓰려고 하니 스스로 도저히 이어가지를 못하겠더군요. 누군가에게 책을 읽는것에 대해 준엄하게 꾸짖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자랑도 아니지만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이 꾸지람을 받아할 것도 아닌데 책을 이래서 읽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어떤 식으로 생각을 풀어낼지 몰라도 남을 가르치기 위해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위에 서서 책을 읽으라고 할 것 같았습니다.

책과 관련된 글을 쓰는 목적이 어느 정도 책을 읽으시라고 하는 목적이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지만 '저 사람은 어떻게 저런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만한 인물도 못되는 사람이 책을 읽으라고 사람들에게 설파하는 것은 아주 많이 우스운 일인 듯 싶어 질문은 비슷하지만 내용이 보다 저에게 근접하기 위해 생각해보니 '책을 왜 읽어요?'로 하니 누군가 저에게 개인적으로 물어 본 듯한 인상도 들고 실제로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도 있어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정말로 책을 왜 읽을까요? 한 해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은 분들도 많지만 한 해에 몇 백만원치의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인터넷 서점을 통해 일반인의 월급정도를 구입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으니 거짓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 분들은 도대체 왜 그토록 엄청난 돈을 지불하며 구입하는 것일까요? 움베르토 에코의 서재에는 집 안 가득히 책이 가득한데 과연 그 책을 다 읽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도 있는 것처럼 몇 백만원치 책을 구입하신 분들이 구입한 모든 책을 전부 읽지는 않았을 겁니다.

자신할 수는 없지만 책을 많이 읽는 분들은 그나마 중독중에 좋은 중독이라고 할 수 있는 쇼핑중독이 있습니다.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 책은 일단 구입하고 보는 거죠. 이 책 저 책 보다보면 사고싶어지고 흔히 말하는 쇼핑 중독을 하는거죠. 쇼핑 중독중에 가장 고상하고 어딘지 멋있어 보이는 중독입니다만 중독은 중독이죠. 일단, 구입은 했는데 읽어야 할 우선 순위에서 계속 밀리다보면 어느새 구입한 지 1년이 넘도록 아직도 못 읽고 읽어야 할 책에 묻혀있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 생각할 점은 몇 백만원치의 책을 구입할 정도의 여력이 있다는 겁니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월 100만원 버는 사람이 몇 백만원치 책을 구입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한 달 평균 20만원 정도는 구입한다는 뜻이 될테니 말이죠.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책을 많이 구입하는 사람은 돈을 많이 버는가 보다'라고요. 이런 전제는 엄청난 평균의 오류이자 전제 자체가 아마도 잘못도니 것일겠지만 그래도 충분히 그럴싸한 이야기입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마지막에 가서는 기껏해야 폐휴지가 될 가능성이 큰 책을 한 달에 몇 십만원치 구입할 정도면 최소 500만원 이상의 월소득자가 아닐까 말입니다.

오타꾸라고 하여서 취미생활을 넘어 자신의 인생과 동일시할 정도의 사람이라도 결국에는 자신의 수입에 대비해서 지출하기 마련인데 저는 절대로 취미라고 생각은 하지 않는 독서를 위해 제가 볼 때 월 수입 300만원 미만인 분이 그처럼 엄청난 지출을 다른 것도 아닌 책구입에 할 것이라고는 거의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금만 더 들어가서 돈을 많이 벌어 책을 그처럼 많이 구입하는지 책을 많이 읽다보니 돈을 그처럼 많이 벌게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느 정도 관계는 있지 않을까요?

책 읽는 것을 돈과 연결시킨다는 사실에 좀 천박하게 여기실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고상하고 우아하면서 남들 앞에서 책을 읽는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있어 보이는 - 특히 내용이 무척 어려울 것 같은 제목의 책 - 독서를 말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죠. 우리가 존경한다고 하는 분들중에는 의외로 가난한 사람이 극히 드뭅니다. 그런 분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먹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한 삶을 살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으로 먹고 사는지는 몰라도 여하튼 제가 보는 모습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런 분들은 그래도 최소한 TV나 신문등을 통해 인터뷰하는 걸 보게 됩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설정인지 모르겠지만 대체적으로 그 분들의 인터뷰 뒷 편에는 배경화면으로 책이 한가득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모르죠. 멋진 장면을 위해 급히 책을 공수해서 서재에 꽂고 하는 것인지도. 하지만, 우리가 존경하는 분들이라고 했으니 최소한 그런 눈가리고 아웅하는 행동은 안 하셨겠죠. 그런 분들의 인터뷰할 때 저는 그 뒷편의 책들이 어떤 책들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는데 대체로 자신의 전공과 비슷한 책이 많은 것을 보게 됩니다. 어떻게 아느냐고 물으신다면 솔직히 책 제목만 봐도 어느정도는 어떤 분야인지는 눈치 챌 수 있잖아요. 물론, 일본말이나 영어로 되어있거나 하면 모릅니다만.

제 이야기로 돌아올까요? 저 같은 경우에는 아주 천박한 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돈을 벌자는 목적으로 처음 시작한 것이 책을 읽은 것이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 부터 책을 그나마 남들보다는 조금 읽는 편이였지만 남들이 1권 읽을 때 2~3권 정도 읽었던 것이지 지금처럼 매월 최소 10권 이상씩 읽었던 것은 아니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것도 소설이 거의 99%였고요. 그러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며 돈을 벌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생기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책을 읽는 것이였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일을 하거나 사업을 하거나 투자를 하는 방법들이 있는데 그 어떤 것도 저에는 쉽지 않은 일일뿐더러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전혀 알 수 없는 일이였습니다. 시중에는 온갖 강의와 사람들이 있지만 돈이 없는 상태에서 들을 수 있는 강의도 드물었고 지금처럼 좋은 강의들이 많지도 않았습니다. 투자라는 개념자체가 이제 막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할 때였기도 했고요.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갈 숫기도 없었고요.

하지만, 내용은 몰라도 책 제목을 보면 여하튼 무엇인가 될 수 있는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책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 어떤 책이 좋은지 나쁜지 판단할 능력도 안되고 어떤 내용이 살이 되고 피가 될지도 몰랐죠. 아무래도 제목에 이끌려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래도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을 주로 읽었습니다. 최소한 누군가 추천할 정도라면 읽어 손해 볼 이유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했습니다.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투자를 하기에 앞서 자신을 다스린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에 투자관련서적보다는 주로 자기 계발서들을 읽었습니다. 브라이언 트레이시, 나폴레온 힐, 데일 카네기, 지그 지글러, 존 맥스웰등등 여하튼 이 쪽 분야의 책들을 상당히 많이 읽었습니다. 지금은 거의 읽지 않습니만 저에게는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최소한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서서히 저도 알게 모르게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듯 합니다. 지금이야 리뷰라도 쓰지만 저는 책을 읽고 남는 것은 남는 것이고 사라지는 것은 사라진다는 주의라서 굳이 책을 읽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연구하는 스타일은 아니였습니다.

그래도, 사람이다 보니 생각을 하지 않고 고민을 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꾸준히 책을 읽다보니 저절로 문듯 문듯 생각하게 되고 내면에서는 하나 둘씩 정립이 된 것이 아닐까싶습니다. 여전히 갈 길이 멀고 멀지만(아니, 오기는 할까요?) 그래도 처음 책을 읽을 당시보다는 조금 좋은 듯 합니다.

그렇게 돈을 벌기 위해서 시작한 독서였습니다. 투자 책들을 읽기 시작하니 기술을 알려주는 책들은 어느 정도 읽으면 다들 비슷한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더군요. 이미 지식으로는 알고 있으니 더이상 읽어도 무의미한 내용이라 서서히 기술에 대한 책들은 좀 멀리 하게 되었습니다. 직접 실천을 하고 적용을 해야 될 일이지 책을 읽는다고 될 일은 아니라서요. 스승이나 멘토라고 할 사람은 없지만 그런 책들을 통해 투자를 직접 시작하게되었습니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직접 배우지 못했으니 가는 길이 느리고 제대로 가지 못했을 수도 있었지만 다행이도 아직까지는 살아 남아 버티고 있습니다.

그렇게 독서를 하다보니 서서히 읽고 싶은 분야가 넓어 졌습니다. 어느덧 책을 읽는 습관은 박혀있고 뻔하디 뻔한 내용의 책들을 계속 읽기는 그렇고 - 그렇다고 그런 책을 안 읽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읽습니다 - 독서를 하면서 서서히 투자로 돈을 버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지고 세상을 보는 지혜가 차라리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에 가깝다고 보였습니다. 문제는 그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가 너무 방대하다는 겁니다. 이것을 알면 저것과 연결이 되어있고 저것을 알면 다시 또 이것과 연결이 되어 있어 이걸 알아야 하더군요. 여전히 기술도 제대로 숙지하고 응용해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이거 참,,나,, 힘드네요.

10년 전의 저와 지금의 저는 변했을까요?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매년 100권의 책은 최소한 읽었으니 1,000권의 책은 읽었다고 봐야 하는데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정신적으로 지식적으로 얼마나 변했는지 저 자신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10년 전에 비하면 책을 읽은 권수도 비교가 되지 않고 투자도 이제는 직접 하고 있고 독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는 없어도 세상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려고 노력은 합니다. 책을 읽은 권수만큼 자산도 한 1,000배 늘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자신도 늘었네요.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입니까?

이 모든 것의 시작이자 출발은 바로 책을 읽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였습니다. 고상하신 분들의 많은 이야기와는 참 틀리죠. 무척이나 천박한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왜 책을 읽는지, 왜 책을 읽게 되었는지에 대한 물음이 이토록 날 것 그대로라니요.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니 포장된 거짓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도 그렇고요.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책 읽기 였고 지금도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읽고 있습니다. 지금은 추가적으로 유식하게 지식에 대한 추구도 어느정도는 포함되어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돈을 벌기위한 목적이 더 큽니다. 제가 읽는 책의 목록을 보면 굳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만.

저는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고 지금도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읽고 있습니다. 문제는 남들은 10년 10억이라고 하여 10년 열심히 해서 경제적 자유를 이룩했다고 하는데 저는 역설적으로 그런 분들에 비해 책을 너무 많이 읽어 그 시기가 늦어지는 듯 합니다. 우습게도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읽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돈을 번다는 것에 대해 경제적 자유라는 것에 대해 돈을 굴린다는 것에 대해 생각도 하지만 내가 인생을 어떻게 살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게되고 그러다보니 없는 놈이 우습지도 않게 균형있는 삶을 추구하게 되고 조금은 늦지만 지금 누릴 수 있는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가지는 말자는 어쩌구니 없는 생각에까지 미쳤네요. 책을 상대적으로 많이 읽은 보람이 아니고 저주가 아닐까합니다.

무척 길어져서 이제는 재미없으실 듯 합니다. 혹시나,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움베르트 에코는 자신의 집에 있는 수 만권의 책을 다 읽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또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 저는 그냥 제가 책을 읽은만큼 자산이 늘어난다는 믿음을 갖고 책을 읽습니다. 아니,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래도, 책을 읽는다고 사람들이 이야기 해주시는데 망하면 쪽팔리니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