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칼럼(대중문화) - 여성포털이지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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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7 - 2012.08.12

곧 있으면 런던올림픽이 있을 예정이라는 것은 꽤 오래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어서 흘려듣기만 했었는지 이미 시작한지도 편파 판정에 대한 뉴스를 접하면서 알게 되었다.

물론, 접하기는 했어도 여전히 별다른 흥미가 없었고,

억울한 판정으로 인해서 조금은 짜증이 생기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크게 관심을 갖게 되지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처럼 열을 내지도 않는 것 같다.

한마디로 전혀 관심이 없다.

하지만 그렇게 무관심하면서도 어쩐지 개막식과 폐막식에는 조금은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폐막식의 경우는 블러 blur 가 공연을 한다는 이유 때문이고, 개막식의 경우는 대니 보일이 총감독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것 말고는 딱히 관심이 가질 않는다.

하든지 말든지 하는 기분이다.

개막식을 언제 했는지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지만 생방송이 아닌 녹화된 내용으로 보았기 때문에 길고 긴 개막식 중 인상적이었고 이런 저런 생각들이 떠올려지는 장면들에 대해서만 말해야겠다.

개막식의 주제가 ‘경이로운 영국’이라고 하고 그 주제 속에서 영국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서 보여주려고 했다고 하는데,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는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영국이고, 문화적으로는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있는 영국이기 때문에 그동안 올림픽 개막식의 경우 요란법석으로만 떠올려졌던 것과는 달리 조금은 그 요란법석 이외의 것들도 눈에 들어오게 되기도 했다.

영국이기 때문에 익숙함이 앞서고,

뭔가 알고 있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인 중국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도 전혀 보지 않았던 것을 떠올리면 너무 편향된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선다.

개막식의 시작은 산업시대 이전의 영국의 전원 풍경을 보여주며 시작하고 있고, 그 시작 이후 산업혁명과 그로 인한 거대한-악몽 같은 변화를 보여주는데, 이런 변화의 모습은 대부분 수업시간에서 많이 접했던 내용이라 쉽게 이해될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인문학 서적들을 통해서 자주 접했던 내용들이었기 때문에 각각의 장면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쉽게 이해가 될 수 있어서 다른 개막식들에 비해서 이야기가 있는 내용으로 느껴지게 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산업혁명 이전의 시대가 목가적이기만 한 시대로 오해를 하도록 만드는 보여줌은 자본주의 시대의 시작과 함께 이전의 평화로운 시대가 황폐화되어 버리게 되었다는 식의 유치한 구분은 쉬운 구분이기 때문에 익숙하게만 느껴지지만 그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진 않았다.

화려함으로 가득할 뿐이고,

뭘 말하려고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다른 일반적인 개막식에 비해서는 내용과 이야기에 무척 충실했던 것 같다.

산업혁명 이후 여성의 참정권, 록음악으로 대표되는 문화적 변화, 세계대전과 같은 영국만의 기억이 아닌 세계사로서도 중요한 내용들을 언급하고 있고, 이후 아동에 대한 보건과 어린이 동화, 의료시스템, 지금 현재 영국인의 삶에 대해서도 보여주며 과거와 현재의 영국을 보여줌과 함께 영국이 얼마나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기도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들만을 보여준다는 점은 이전이나 이번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대니 보일이 그의 최근작들을 통해서 지극히 영국적인 감독이 되어가고 있고, 마치 찰스 디킨스가 되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개막식 내용이었던 것 같다.

산업혁명의 그늘진 모습과

여성의 참정권, 아동에 대한 무상의료와 같은 내용들에서는 조금은 정치적인 시각을 보여주거나 의미 있는 시선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지만 그것은 이미 논쟁이 아닌 하나의 결론이 제시될 수 있는, 긍정과 부정 그리고 시각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어떠한 적절한 합의가 가능한 내용들이기 때문에 무척 쉽게 다뤄질 수 있었으며, 반대로 논쟁적인 지금 시대에 대한 내용으로 이동해서는 영국의 자랑하는 음악과 문화에 대해서만 그리고 젊은이들의 모습과 삶에 대해서만 거론하고 있을 뿐 그 삶의 풍경과 구조 그리고 현재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보여주려고 하지 않고 있다.

이를테면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얘기를 꺼내면서 제국주의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으며, 비틀즈에서 시작해서 2000년대의 음악까지 꼼꼼하게 언급하면서도 1980년대부터 시작된 대처시대의 민영화와 신자유주의로 얘기되는 온갖 변화들로 인해서 발생된 2000년대의 자본주의 사회의 새로운 구조적 위기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다. 그저 신나는 음악과 SNS, 대중문화, 젊은 남녀의 사랑만이 있을 뿐이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변화들이 얼마나 지금 세상을 이처럼 망가지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반성과 고민 없이 영국을 보여준다는 것이 얼마나 부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올림픽에서 그걸 거론하는 것이 미친 짓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면서도 불만이 쉽게 가시질 않는 것 같다.

게다가, 지금 영국의 삶을 보여주면서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들이라는 관계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며 시작되는 장면은 여전히 유색인종이 보호가 되는 존재들이며 동등한 존재가 아닌 다른 존재들 혹은 관심을 가져줘야 하는 존재들로 다뤄지기 때문에 눈에 거슬리게 느껴지기도 했다(쉽게 말해서 흑인 부모와 백인 자녀라는 설정은 어떤 식으로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개막식의 주인공 남녀는 둘 다 흑인이었다).

경이로운 영국을 보여주기는 했겠지만,

그리고 그 시도가 어느 정도 성공했겠지만,

아무래도 보여주고 싶은 것들만 보여줬을 뿐인 것 같다.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겠지만...

그런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만 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니 그들이 보여주려고 하는 것들이 아닌 숨기려고 하는 감추려고 하는 것들을 들춰내야만 할 것 같다.

단순히 보고 즐기기만 한다면 모든 것은 그저 지금과 마찬가지이거나 더 나빠질 뿐이다.

감동 보다는 요란함으로 어떻게 자신들을 치장하는지를 좀 더 알게 되었다.

참고 : 1.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영국의 음악에 대한 언급 중에서 1960년대의 음악과 1970년대의 음악은 성실하게 들려주면서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음악은 제대로 들려주질 않았던 것 같다.

2. 디지 라스칼을 개막식에서 보게 되다니...

3. 악틱 몽키즈 따위가 2곡이나 연주하다니...

4, 폴 매카트니도 좋고, 헤이 주드도 좋지만 이왕이면 롤링스톤스나 데이빗 보위도 함께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