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19(목)

벨로주

2001년에 발표한 Old Ramon 앨범을 듣게 되자마자 그의 음악에 매료되었고,

그렇게 마크 코즐렉은 그 순간부터 가장 좋아하는 싱어송라이터가 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싱어송라이터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가장 먼저 떠올려지고 대답해지는 사람이다.

아쉽게도 2000년에 그가 한국에서 공연을 했을 때는 군대에 있을 때고,

그에 대해서 알지도 못했던 시절이라 그의 공연을 보고는 싶지만 볼 수 있을 가능성은 솔직히 자신할 수 없었는데, 기대조차 없었던 그의 공연을 직접 접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나 놀라웠었다.

그렇다고 그의 공연에 엄청난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는데,

지나치게 많이 접한 그의 라이브 앨범들과 부트렉들로 인해서 앨범만큼의 만족감을 그의 공연에서 기대한다면 큰 후회만 느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큰 기대를 갖기 보다는 그저 공연을 접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만족하고 기쁨을 느끼게 될 정도로 고리타분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

어쨌든 워낙 좋아하기 때문인지 그의 2일 간의 공연 모두를 예매하고 접하게 되었는데, 같은 공연장에서 공연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성격의 공연장에서 공연되기 때문에 비교가 가능했고 다른 기분이 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벨로주의 공연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홍대 앞 벨로주는 국내 인디 밴드나 싱어송라이터들이 자주 공연을 하는 곳으로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처음 향하게 된 곳이라 찾기가 쉽지는 않았고, 게다가 당일 대전으로 출장이 있어서 출장을 마치고 서울로 다시 올라와야 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공연이기도 했다.

다행히 일정에 차질이 없어서 편한 기분으로 공연을 접할 수 있었다.

공연은 예정된 시작 시간(20시)에서 많이 늦어지지 않고 시작되었는데, 공연장이 크지 않은 곳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넓었고 예상대로 국내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공연장을 찾아왔다(그리고 예상과는 다르게 20일 금요일 NH아트홀 공연은 외국인들이 많이 없었다).

마크 코즐렉은 떨떠름한 모습으로 공연장으로 올라와 무덤덤하게 혹은 매일하는 일상적인 일이라는 듯이 기타를 조율한 다음 퉁명스럽게 자신의 공연을 시작했는데, 그의 라이브 앨범에서 비해서는 무척 만족스러운 기분이 들게 되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이상할 정도로 그의 라이브 앨범을 통해서는 지루함이 앞서고 밋밋함이 느껴졌는데, 실제로 접한 공연에서는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관객들에게 계속해서 농담을 던지고(영어를 못한다는 것에 무척 아쉬웠다) 듣고 싶은 노래가 없냐며 묻기도 하면서 관객들이 즉석에서 요청하는 곡이 자신의 마음에 든다면 곧장 들려주는 등 지금까지 접한 어떤 공연보다도 독특한 분위기에서 공연은 진행되었다.

무덤덤한 시작처럼 무덤덤하게 마무리 되는 공연이기는 했고,

듣고 싶은 곡들도 듣기는 했지만 아쉽게도 듣지 못한 곡들도 많아서 아쉽기는 했지만,

실제로 그의 공연을 접하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공연에서 들려준 곡들이 대부분 선 킬 문 Sun Kil Moon 앨범들에 수록된 곡 위주였고, 그것도 Admiral Fell Promises 앨범 이후에 발표된 곡들이 압도적으로 많기는 했지만 어쿠스틱 기타와 고운 목소리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실제로 경험을 해보니 달리 할 말이 떠올려지지 않는다.

그저 이 순간을 즐길 수 있었다는 것에 기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