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20(금)

NH아트홀

벨로주에서 접한 공연이 워낙 만족스러운 공연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동안 개인적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서 무척 피곤했기 때문에,

NH아트홀의 공연은 벨로주의 공연과 마찬가지로 큰 기대를 하기는 했지만 피곤함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었다.

다행히 벨로주 공연장을 찾아가는 것처럼 어렵게 찾게 되지는 않았고,

공연장 시설도 부족함이 없는 곳이기는 했지만,

그동안 라이브 공연을 접할 때마다 반복하던 공연보다 졸게 되는 버릇은 여전하게 되었다.

알콜 중독 때문에 집중력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

이런 중요한 순간에도 졸고 있으니... 하긴, 시도 때도 없이 졸고 있으니...

언제 이 버릇이 고쳐질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술을 끊기 전에는 쉽게 고쳐지진 못할 것 같다.

NH아트홀은 생소했지만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시설로서는 부족함이 없었는데, 아쉽게도 마크 코즐렉의 공연의 성격과는 조금은 어울리지 않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한마디로 지나치게 컸다.

단출하게 어쿠스틱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는 그의 공연이기 때문에 그런 성격의 공연으로서는 너무 큰 장소였고, 거대하다는 느낌이 들게 될 정도였다.

하지만 마크 코즐렉은 이런 공연장에서도 벨로주의 공연과 마찬가지로 무덤덤하게 공연장에 올라서서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 어떠한 머뭇거림도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섰는데, 그런 모습이 그의 음악만큼이나 무척 인상적이었다.

시설이 더 좋았기 때문인지

그게 아니면 스태프가 그의 요구에 잘 맞출 수 있었는지

벨로주에서는 곡들을 마무리 할 때마다 뭔가를 스태프에게 반복해서 요구했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한두번 곡을 마무리 한 다음에 무언가를 요구했을 뿐 이후에는 별다른 요청 없이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었다.

NH아트홀에서의 공연은 쉬지 않고 관객들과 대화를 시도했던 벨로주에서의 공연과는 달리 관객들에게 특별히 말을 걸지는 않았는데, 그게 마크 코즐렉이 공연에 좀 더 집중을 했기 때문인지 반대로 관객들에 큰 흥미가 없었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다른 기분이 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두 공연 모두 내용면에서는 특별한 불만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에 단지 오늘은 좀 더 연주와 노래하는 것에 집중을 했었을 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공연장이 생각보다 커서 이펙터로 좀 더 사운드를 키워서 들려주었는데, 넓은 공연장에서 단출한 음악을 들려주려니 조금은 어색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벨로주의 공연에서나 NH아트홀의 공연에서나 마크 코즐렉은 장소에 상관없이 자신의 음악에 집중하고 음악을 들려주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인 것 같았는데, 벨로주처럼 자주 묻지는 않았지만 관객들의 요청에 흥미가 들면 요청하는 곡을 연주해 주었다(벨로주에서는 아마도 ghost of the great highway 앨범에 수록된 carry me ohio 였고, NH아트홀에서는 모디스트 마우스 Modest Mouse의 곡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들려준 tiny cities 앨범에 수록된 four fingered fisherman 였다).

NH아트홀 공연에는 그런 요청에는 별다른 흥미가 없다는 듯이 그가 준비한 곡들을 대부분 들려줬고 관객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으며 공연을 진행했다는 점이 벨로주에서의 공연과의 차이점 중 하나였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음악에는 좀 더 집중을 할 수 있었는지 연주나 음악 자체는 NH아트홀에서 공연이 좀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한데, 관객들과의 분위기는 벨로주가 더 좋았기 때문에 어떤 공연이 더 좋은 공연이었는지는 쉽게 판단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여러 가지 면에서 벨로주의 공연이 좀 더 편한 기분으로 그의 공연을 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벨로주와 마찬가지로 무덤덤하게 시작한 공연의 시작처럼 무뚝뚝하고 퉁명스럽게 공연을 마무리하고 의례적으로 두세곡을 더 들려준 다음 그의 공연은 마무리가 되었는데, 다른 관객들은 어떤 기분이 들었을지 몰라도 2일 동안의 공연 모두를 접했기 때문인지(제주도까지 찾아갈 정도로 열혈팬은 아니다) 아쉬움은 크지 않았고 충분히 즐기고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도 몇 번은 더 그의 공연을 접하고 싶은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고 싶지는 않다.

이걸로도 충분하고,

한번 더 와준다면 감사히 좀 더 즐기고 싶을 뿐이다.

참고 : 개인적으로는 무척 불쾌한 기분으로 공연을 접했는데, 그가 들려주는 노래 중 알고 있던 노래를 들려주면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며 감상을 하니 옆자리에서 공연을 접하던 관객이 좀 조용히 해달라는 말에 기분이 상해서 그때부터 졸면서 공연을 접하게 되었다. 다들 엄청나게 집중을 했는지 별다른 움직임도 없이 공연을 접하는 것 같았는데, 뭘 그렇게 홀린 것처럼 침묵 속에서 음악을 즐기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리고 설령 흥얼거리는 것이 얼마나 불편하게 느꼈을지는 모르겠지만 상대방에게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행동인지도 의문스럽게 느껴진다(물론, 내가 잘했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나 또한 잘못된 행동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상대방이었다면 그런 식으로 반응하진 않았을 것 같다).

공연과 연주회의 구분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함께 이번 공연을 접한 사람들은 이게 무슨 입장료만 수십만원하는 온갖 격식으로 가득한 클래식 공연처럼 생각했는지 곡들이 끝날 때만 요란하게 박수를 치며 즐기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떤 것이 적절하게 공연을 즐기는 방식이었는지는 쉽게 대답할 수 없겠지만 상대방에게 그런 방식의 대응은 적절한 방식이 아니라는 생각이 우선은 들게 된다.

가끔은 뜬금없이 그렇게 기분을 잡치게 되는 일이 있는 것 같다. 그럴 때는 어떻게 기분을 다스려야 하는지를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직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