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하고 이기적인 성격의 소녀에 관한 이야기.

아카데미 여우주연(낸시 켈리), 여우조연(에일린 헥커트, 패트리시아 맥코맥 공동 후보), 촬영상 등 모두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지만 수상은 없었다.”

정말로 좋은 가정환경과 이점이 있다고 해도

전혀 달라질 것이 없다는 건가요?

마치 영구적 실명으로 태어난 애가 있다면

아무리 보는 훈련을 해도 안 된다는 거죠

보통은 일반인보다 좀 더 도덕적인 자신감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걸 '나쁜 종자'라고 하죠...

원초적으로 순전히 나쁜 겁니다

어느 것으로도 변화시킬 수 없는 거죠

제목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게 되는 머빈 르로이의 ‘나쁜 종자’는 (요즘 들어서는 무척 흔하게 접하는 말인) 사이코패스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 속에서 행동하는 존재인지를 무척 사실적으로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이런 작품이 1950년대에 제작되었다는 것이 무척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 당시의 헐리우드가 얼마나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 수 있는 곳이었는지를 생각하게 되며 놀라움도 느끼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어떤 식으로든 갖으려고 하고,

자그마한 것에 대해서도 본인이 불만스럽다면 즉각적으로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수시로 무언가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고 자기합리화를 하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에 대한 어떠한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소녀 로라는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특징들을 보여주고 있고, 그녀의 어여쁜 얼굴과 선량함으로 가득한 행동으로 자신의 사악함을 감추고 있고, 소녀의 그 숨겨진 잔혹함은 모든 이들을 속이게 만들거나 안다고 해도 그게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도록 하고 있다.

작품은 마을 소년의 죽음과 함께 로라에게 의심이 향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는 진행되고 있고, 그런 의심과 함께 숨겨졌던 진실을 알아가면서 좀 더 논쟁적이고 분석적인 접근을 보이고 있는데, 로라와 소녀의 어머니 주변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서 정신분석에 대한 이론적인 관심과 연쇄살인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어린 시절부터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이 단순히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서인지 유전적인 요인으로 인해서인지에 대한 의학적 / 도덕적 논쟁까지 곁들이면서 우연으로 가장된 살인사건과 범인을 찾는 과정이라는 범죄영화의 흔한 이야기 진행 방식에서 벗어나 악의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는 소녀의 모습 뒤에 감춰진 사악함을 들춰내며 과연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를 고민하도록 의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쁜 종자’는 소녀가 계속해서 누군가를 죽이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특별히 강조하지 않고, 그것 보다는 소녀가 누군가를 죽인 것이 확실하다는 것만 알 수 있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방식은 소녀의 어머니처럼 관객들 또한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들고, 심리적인 갈등을 보다 부각시키게 만들어 (정신적인) 혼란으로 가득한 작품으로 완성되고 있다.

순수함으로 가득해 보이지만 태어날 때부터 선함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사악함으로만 가득한 사람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과,

그 물음과 함께 과연 그런 존재는 환경적인 조건과는 무관하게 순수한 악으로, 나쁜 종자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고 있기는 하지만 소녀의 어머니는 소녀와는 반대의 위치에서 존재하는 인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나쁜 종자’는 그런 존재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반론의 여지도 약간은 남기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통해서 사이코패스에 관해서 이런 저런 것들을 접했기 때문에 태생부터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난 존재들이 있기도 하다는 점에 어느 정도 동의를 하게 되기는 하지만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소녀 로라와 같을 정도로 순수함과 영리함 그리고 사악함으로 가득한 인물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지는 조금은 걱정스러움 속에서 의문을 갖게 되기도 한다.

로라 정도의 수준은 아닐지라도 그런 사람들이 분명 있기는 할 것 같다.

‘나쁜 종자’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점은 이 작품은 특별히 공포감을 만들거나 두려움을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점인데, 이를테면 다른 감독이었다면 소녀가 어떻게 누군가를 죽이는지를 좀 더 자세히 보여주거나 최대한 불안감과 섬뜩함을 느끼도록 담아냈을 것인데 ‘나쁜 종자’은 그런 것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듯이 대화 속의 언급을 통해서 혹은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얼굴 표정을 통해서만 무언가를 느끼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어떻게 본다면 절제된 연출일 것이고,

달리 생각한다면 그 시대적 한계 때문에 보다 충격적인 장면들을 만드는 것을 꺼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쉽게 말해서 검열될까 두려웠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쁜 종자’은 두려움을 느끼도록 하거나 공포감을 느끼도록 만들려고 하기 보다는 추측과 상상을 통해서 두려움을 느끼게 하도록 만들고 있는데,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론적인 접근 속에서 소녀의 어떠한 죄의식도 잘못됨에 대한 인식도 없는 모습을 통해서 알게 모르게 공포감을 그리고 두려움을 느끼도록 만들고 있다.

어쩌면 진정한 공포는 전혀 알아채지 못하면서도 어떤 위험 앞에 놓이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소녀 곁에서 소녀의 위험함에 대해서 전혀 인식하지 못하거나 그것에 대해서 부정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상황 속에서 전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을 매우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별다른 생각 없이 접하게 된 작품인데,

생각 이상으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참고 : 작품의 결말은 여러 가지 예상 가능한 결말들 속에서 가장 무난한 결말인 것 같다는 생각인데, 특이한 것은 그 결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결말과 영화의 끝 직후의 등장인물들을 연기한 배우들이 마치 연극에서와 같이 커튼콜을 하는 장면인 것 같다. 그 끝에는 이 작품을 접하는 사람을 위한 작은 배려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지만 아마도 진정한 의도는 이게 영화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만들기 위한 이유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