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수 밖에 없는 두 남녀의 사랑이 로마역을 배경으로 실제 영화의 런닝타임과 똑같이 저녁 6시 40분부터 8시 30분까지 1시간 50분 동안 전개되는 특이한 설정의 영화.

로마의 언니 집에 들렸다가 관광 통역을 맡은 조반니(Giovanni Doria: 몽고메리 클리프트 분)라는 청년을 사랑하는 미국 부인 메리(Mary Forbes: 제니퍼 존스 분). 다혈질의 조반니는 매리를 소개받자 한 눈에 반해버린다. 그에게 관심을 보이기는 메리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메리는 발육이 늦은 딸과 8년을 같이 생활해 온 남편을 잊을 수가 없다. 남편은 자신이 건사해주지 않으면 자기 양발하나도 제대로 찾아신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조반니와의 로마에서 보낸 짧은 만남이 꿈같은 시간이었다면 메리가 돌아가야할 곳은 현실이다. 현실은 때로는 지겹고 누추한 곳이지만 꿈은 꿈일 뿐이다. 메리는 자신과 함께 이탈리아에서 눌러 살 것을 간청하는 조반니에게 우리가 헤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은 거역할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운명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절망감에 휩싸인 조반니는 자신의 감정을 추수리지 못해 메리의 뼘을 때리고 그곳을 떠난다.

역 밖으로 나온 조반니는 한 동안 망설이다 다시 역 구내로 들어온다. 그리고 후회를 하고 메리를 찾아나선다. 가까스로 메리를 찾은 조반니. 두 연인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빈 객차 안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격정적인 입맞춤을 나눈다. 그런데 그만 공안원에게 발각되어 풍기문란 혐의로 역구내 파출소로 연행된다. 메리는 파출소장에게 8시 30분 파리행 열차를 타지 못하면 자신의 인생은 끝장이라고 통사정을 한다. 취조 결과 파출소장은 이 여자에게 가정이 있고 또 조반니와 이별하기 위해 다음번 파리행 열차를 타고 싶어하는 것을 알고 그녀를 훈방한다. 8시 25분 드디어 메리는 기차에 오르고 덜커덕 차가 움직인다. 움직이는 열차를 향해 조반니가 뛰어간다. 하지만 점점 멀어지는 기차와 메리의 모습. 조반니는 넘어지고 만다. 눈물을 글썽이는 메리. 지나가던 사람이 다치지 않았느냐고 묻자 조반니는 "괜찮아요 상처는 없어요"라고 대답한다.”

자전거 도둑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11342198

나의 이탈리아 여행기 1부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63433790

나의 이탈리아 여행기 2부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63861047

이제... 이제 난 그만 내려야 할 것 같소

아직 안 돼요

조금 있으면 다시 시작되겠죠

당신이 궁금해 질 거라고요

평생 동안 궁금하겠죠

비토리오 데 시카의 작품은 기껏해야 ‘자전거 도둑’만을 접했을 뿐이고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을 대표하는 감독이라는 것 정도만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서는 마틴 스콜세지의 ‘나의 이탈리아 여행기’에서 거론한 정도만이 내가 알고 있고 알 수 있는 한계일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종착역’을 처음 접했을 때는 ‘자전거 도둑’에서와 같이 사실적인 화면과 이야기로 되어있을 것이라는 예상뿐이었고, 그 예상과는 다른 진행과 지금까지 접했던 사랑 이야기 중 단연 최고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랑에 대한 예민한 감정을 부족함 없이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무척 놀라움을 느끼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남녀사이의 사랑에 관한 영화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인상적인 작품을 말하라면 항상 ‘화양연화’를 먼저 말하게 되는데, ‘종착역’ 또한 그에 못지않은 작품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화양연화’가 보여주는 경지에 올라서지는 못하지만 그만큼 ‘종착역’ 또한 사랑에 빠졌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는 여성의 심리를(남성은 항상 위험을 각오하지만 여성은 대부분 다시금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에 갈등한다) 사려 깊게 담아내고 있고, 그 담아냄 속에서 단순히 사랑에 관한 영화로서만이 아니라 패전 이후 재건의 과정을 밟아가고 있는 이탈리아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기도 하다.

어쨌든, ‘종착역’은 쉽게 말해서도 그리고 어렵게 말해서도 사랑이야기이고 무척이나 슬프고 가슴 아픈 이야기다.

‘종착역’의 독특한 점은 이야기에서 있는 것이 아니라 첫 번째는 배우들의 구성이고, 두 번째는 담아내는 방식이었는데, 이탈리아 내에서만이 아니라 해외도 고려한 것인지 당시의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등장인물들을 연기하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면 독특한 점이고 두 남녀가 로마역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영화의 상영시간과 동일하다는 점 또한 인상적이었다.

이런 점에서 지독할 정도로 사실적인 화면들을 담아냈던 ‘자전거 도둑’이 패전 이후의 이탈리아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는 것에 집착한 작품이라면(물론, 그 집착은 제작여건의 한계 때문이기도 했다), ‘종착역’은 실제 시간과 영화의 시간을 동일하게 담아내는 것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작품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제작환경이 개선되어서 좀 더 다양한 고민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게 뻣뻣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등장인물들이 이제는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더욱 강조하고 안타깝게 느끼도록 하거나 시간이 흘러가는 것에 조바심을 내도록 하기 위한 설정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여러 고민 속에서 길을 걷던 여성이 급하게 로마역으로 향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하는 ‘종착역’은 갑작스럽게 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서두르는 모습과 무언가 사연이 있는 것 같은 내용의 편지를 적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서서히 그녀가 어떤 사정과 고민 속에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그녀가 로마에서 만나 갑작스럽게 사랑에 빠지게 된 남성이 뒤늦게 찾아오며 영화는 그들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사랑을 하게 되었는지를 그들의 이제는 마지막이 될 대화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종착역’은 로마역의 여러 장소에서 나누는 그들의 대화에 집중을 하고 있고, 그 대화들을 통해서 그들의 감정을 그리고 서로에게 갑작스럽게 다가온 사랑에 대한 놀라움과 당황스러움 그리고 안타까움을 느끼도록 만들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비토리오 데 시카는 단순히 그들의 사랑에 관한 수많은 감정을 담아내는 것에 집중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변을 잠시 돌아보고 그들이 떠난 자리를 조금이라도 뒤쳐져 바라봄으로써 로마역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들을 통해서 그 당시의 이탈리아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도록 애쓰고 있다.

‘종착역’은 거의 모든 이야기가 로마역 안에서 진행되고 있고, 그 공간 속에서 어쨌든 떠나야 한다는 결심을 한 여성과 어떻게든 그녀가 떠나지 않도록 하기위한 남성이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신하면서도 갈등하고 서로를 여전히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헤어지며 끝을 맺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만나게 되는 기차역이라는 공간은 가장 적절한 공간일 것이며, 그 공간의 다양함이 ‘종착역’이 그저 그런 사랑이야기가 아닌 좀 더 강렬한 인상을 만들어내는 작품이 되도록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남성과 여성이 자리를 옮겨가며 나누는 대화들 속에서 느껴지는 서로에 대한 애정과

남성의 여성에 대한 집착과 설득

그리고 여성의 남성에 대한 사랑과 함께 가족에 대한 그리움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그리고 함께할 때 행복한지를 알려주는 비어있는 기차 안에서의 대화

그리고 결국 맞이하게 되는 이별과 마지막 발걸음까지

그 어떤 장면도 부족함이 없고 놓칠 수 없는 장면들이었고,

그들의 사랑이 행복하게 완성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어떻게든 그 사랑을 기억하려고 하고 잊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완성될 수 없는 사랑이고

슬픔과 아픔만이 남겨지는 사랑이지만

때로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의 사랑임에도 그 짧음 때문인지 언제까지나 그 여운이 이어지고 그 사랑이 마음 속 어딘가에 남겨져 있는 사랑이 있기도 한 것 같다.

그걸 아는 사람들은 ‘종착역’이 언제까지나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이고,

그걸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저 그런 사랑이야기에 불과할 것이다.

제니퍼 존스의 우아하면서도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모습과 몽고메리 클리프트의 열정으로 가득한 표정과 눈빛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때로는 무척 이상한 방식으로,

매우 뒤늦게 자신을 위한 영화를 만나게 될 때가 있다.

그래서인지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 마지막 발걸음을 누구보다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참고 : 굳이 ‘화양연화’와 비교한다면 ‘화양연화’는 둘 다 지켜야 할 것이 있는데도 남성은 마음이 향하도록 내버려두었고, 여성은 그러기를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접었다면, ‘종착역’은 남성은 크게 잃을 것이 없다는 점에서는 무척 편한 입장이라고 볼 수 있고, 여성으로서는 지켜야 할 것들도 그리고 망설여야 할 이유들도 많았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는 무척 남성적인 작품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