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구로사와의 비판이 가장 강력하게 표출된 영화 중 하나. 절대 권력의 제도와 투쟁하는 한 개인의 고독한 면모를 그린 이 영화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은 영웅의 비극적 최후를 장엄하게 고하고 있다.

대기업 회장의 딸과 회장 비서의 성대한 결혼식장에 의문의 케이크가 배달된다. 그 케이크는 몇 년 전 그 기업의 뇌물 스캔들을 잠재우기 위해 강제적으로 투신자살했던 어느 간부의 아들, 바로 그 결혼식의 신랑이 복수의 서막을 알리기 위해 보낸 것.”

악귀가 되는 건 쉽지는 않죠

절대로 변하지 않을 시스템과 싸우고 있어요

항상 일본이라는 틀 속에서(구로자와 아키라의 작품은 시대적인 배경과 공간적인 배경에 있어서는 일본에서 벗어나려 하지를 않고 있고, 그 내부에서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다) 보편적인 주제와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을 만들었던 구로자와 아키라의 작품들 중에서 ‘나쁜 놈일수록 잘 잔다’는 그의 다른 작품들을 떠올려 본다면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이색적인 작품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색적이라는 뜻은 일본의 고도성장 속에서 어떤 부패와 권력남용 그리고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는지를 폭로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보편적인 내용으로 생각하기에는 약간은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고,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이 일본만이 아닌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서 생각할 수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본 사회의 특색을 강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더 들기 때문에 이번 작품은 구로자와 아키라 개인이 일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그리고 그가 바라보는 문제들이 얼마나 중요하고 시급한(혹은 근본적인) 문제인지를 강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더 들게 되는 작품인 것 같다.

구로자와 아키라의 작품들 중 전성기 시절의 작품들은 대부분 보았지만 유독 이 작품을 보지 못해서 찾고 있었는데, 뒤늦게라도 보게 되어서 좋았지만 잘 만들어내고 인상적인 작품이면서도 이상하게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들기도 한 작품이었다.

아마도 그의 작품들 중 오랜만에 보게 되는 현대극이라는 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작품이 지나치게 많은 것들을 담아내려고 했기 때문인지 후반부로 향하면서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들게 되는 어색함이기도 한 것 같다.

‘나쁜 놈일수록 잘 잔다’는 제목부터 어떤 작품인지를 잘 말해주고 있고, 그 비판적이고 도덕적인 시선 속에서 일본 사회의 문제들을 해부하려고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해부가 날카롭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기도 하지만 구로자와 아키라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는 조금은 무딘 느낌이 더 들게 된다.

작품은 시작과 함께 거창하게 진행되는 결혼식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 모습들을 놓치려고 하지 않는 기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어떤 결혼식이고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그리고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하나씩 설명을 해주고 있고, 이후의 내용 진행에 있어서 불편함 없이 속도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연출하고 있다.

일종의 품평회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중계방송을 하듯이 보여주고 있는데,

그들의 나누는 대화들로 인해서 들게 되는 의문들과 불안감은 인상적인 연출이었다.

의문의 축하 케이크가 등장하면서 불길함으로 가득한 결혼식은 마무리 되고, 하나씩 등장하던 이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결혼식 장면이 마무리 되면서 각자 작품에서 흩어지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되게 된다.

신문기사를 통해서 이야기는 빠른 진행을 보이고, 그 기사의 제목을 통해서 ‘나쁜 놈일수록 잘 잔다’가 정치권력과 경제기업 사이의 비리, 부정과 부패 그리고 유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고, 일본에서의 조직문화와 조직논리에 대해서도 비판의 칼날이 향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의 진행을 통해서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인적인 야심과 이익에 눈이 멀게 되어서 공공성이 무너지게 되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누구나 쉽게 지적할 수 있겠지만 그런 주제를 갖고 한편의 영화를 만들려는 시도는 쉽지 않기 때문에 의미 있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익명의 제보자와 주인공 니시 코이치가 갖고 있는 의문스러움과 신비함이 생각보다는 덜 강조되고 있고, 정의와 복수 그리고 사회비판에 관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니시와 그가 복수를 위해서 결혼하게 된 여인과의 사랑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서 뒤로 갈수록 이야기의 흐름이 엉켜지게 되어버리는 것 같다.

구로자와 아키라가 의도하고 있던 일본 사회(혹은 현대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기보다는 주인공 니시의 개인적인 원한과 복수 그리고 처음 계획과는 다르게 점차 어긋나고 차질을 빗게 되는 과정에서의 (내면적 / 외면적)갈등으로 이야기가 왜곡되어버리는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고, 니시의 비극적인 죽음과 함께 해결되지 못하고 더욱 문제는 곪아지게 된다는 (약간은) 허무한 결론은 어떠한 해결도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허무하지만, 그 만족스러움이 없음에 대한 아쉬움 보다는 가장 현실에 맞는 결론이기도 하다는 점에서는 적절한 결론이라는 생각도 들게 된다.

아쉬운 점들도 있기는 하지만 현대사회의 문제점에 대해서 과감하게 지적하고 있고, 직설적으로 비판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용기 있는 시도를 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우선 들게 된다.

걸작들을 대량생산하던 시절에 만들어낸 (상대적으로) 범작이기는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구로자와 아키라의 작품들 중 일본사회에 대해서 가장 노골적으로 비판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흥미로운 논의가 이끌어질 수 있기도 한 작품인 것 같다.

참고 : 잠시 이 작품에 대해서 좀 더 알고자 검색을 해보니 ‘대부’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는 무척 후한 평가를 했다고 하는데, 사람에 따라서 무척 다른 평가가 가능한 작품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