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시즌 1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19533606

생각해보면 지금 이 시대에 유행하는 많은 것들 중에서 가장 의외의 유행은 셜록 홈즈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과 인기인 것 같다.

조금은 뜬금없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CSI로 대표되는 수사물을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를 배경으로 만들기 위해서 선택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21세기의 영국-런던을 배경으로 한 TV 시리즈 ‘셜록’의 높은 인기를 생각한다면 이런 생각도 틀린 생각인 것 같다.

게다가 영화나 TV 시리즈나 코난 도일의 원작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둘 다 원작을 존중하는 수준이거나 재해석이라는 명분으로 아예 동일한 이름의 등장인물들일 뿐 원작과는 많은 부분이 다른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든 이야기 구조나 내용이든) 작품들이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매력을 찾는 것이 나을 것 같고, 어떻게 원작을 어떤 식으로 가져왔느냐는 식으로 각각의 작품들을 얘기하려고 한다면 지금 제작되는 작품들을 적절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TV 시리즈 ‘셜록’에 대해서는 이미 시즌 1에 몇몇 생각들을 얘기했기 때문에 시즌 2에 대해서 아주 많은 말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는 시즌 1에서 구축한 TV 시리즈만의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이야기 진행 방식에 만족감을 느꼈는지 좀 더 그 방식을 다듬어내고 있다.

시즌 1과 마찬가지로 3편으로 구성된 시즌 2는 시즌 1에 비해서 각각의 에피소드의 내용이 길어졌고(편당 1시간 30분가량의 상영시간이다), 원작을 재해석하기 보다는 모티브-동기로서 가져오고 있기 때문에 원작과는 전혀 다른 의도와 관계, 설정 속에서 이야기는 구성되고 있고 완성되고 있다.

시즌 2-1편은 원작의 ‘보헤미아의 스캔들’, 2편은 ‘바스커빌 가문의 사냥개’, 3편은 ‘마지막 사건’에서 기본적인 이야기 구성을 갖고 오기는 하지만 그것에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고 있고 하나의 영감의 원천으로서 혹은 기초적인 줄거리-뼈대로서만 가져오고 있을 뿐이다.

시즌 1에서는 간접적으로 등장하던 모리어티(그는 TV 시리즈에서는 교수가 아니고, 원작과 같은 엄청난 공포감이나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다)가 좀 더 전면에 부각되기는 하지만 원작과 같은 점점 질식하게 만드는 긴장감을 만들기 보다는 광대와 같은 느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광대와 같은 느낌이 든다는 점은 무척 인상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영화에서는 좀 더 늙은 인물로서 등장했던 것을 떠올린다면 TV 시리즈는 반대로 좀 더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그리고 등장인물들로 구성하려고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셜록이 보이는 모습들에서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원작에서도 그다지 가까워지긴 어려운 성격이기는 하지만 원작이 좀 더 어른스러움-신사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면, TV 시리즈는 사고뭉치와 자기 잘난 맛에 빠져 있는 인물로서 보이고 있어서 그런 차이를 생각하며 작품을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일종의 청소년적인 혹은 유아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말해야 할 것 같은데, 원작을 교묘하게 지금 이 시대에 맞는 이야기로 바꿔버리고 인터넷과 스마트 폰 등 최근의 기술문명의 도구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은 칭찬해야 할 것 같지만 등장인물들의 성격의 변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어려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차갑고 냉정함을 잃지 않던 셜록 홈즈가 아일린 애들러에게 때로는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는 등 약간은 가벼워진 느낌이 들어서 무척 애석했는데, 이는 영화도 마찬가지라 기존의 셜록 홈즈에게 느껴진 범접할 수 없는 차가운 우아함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여간해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변화인 것 같다.

TV 시리즈는 편집이나 연출에서 무척 시각적인 재미들을 만들어내고 있고, 이야기에서도 좀 더 기존의 이야기 구성을 확장시키거나 현실에 발을 디뎌놓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변화라는 평가를 해줄 수 있는데, 그런 장점들에 비해서 왓슨의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과 반대로 셜록 홈즈의 형 마이크로프트 홈즈의 비중은 늘어난 점은 (개인적으로는) 불만스러운 점들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시즌 2를 마무리하는 3편에서 필요 이상으로 상황을 악몽처럼 만들기 위해서 이야기가 영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점이었는데, 지나치게 복잡하게 만들려고 했는지 그게 아니면 긴박감과 셜록에게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기 위해서였는지 결론에 가서는 만족스러운 마무리이기 보다는 어색한 끝맺음으로 마무리 되는 느낌이었다.

특히 영화와 TV 시리즈 모두 두 번째 작품에서 모리어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셜록과의 대결로 인해서 모리어티는 죽고 셜록도 죽은 것으로(곧장 살아남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기는 하지만) 처리하며 작품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원작에서는 셜록 홈즈가 부활한 다음의 이야기들이 이전에 비해서 덜 재미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영화와 TV 시리즈는 어떻게 자신들만의 재미를 유지해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뒤늦게 보게 되어서 이미 시즌 2에 대한 다양한 평가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생각만큼 만족스러운 재미를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아쉬움도 재미만큼 컸던 것 같다. 아마도 가장 큰 문제는 (이것은 장점이기도 한데) 이야기를 지나치게 확장시킴으로써 셜록 홈즈가 갖고 있는 매력과 추리가 갖고 있는 매력을 잘 살려내지를 못하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하나의 원작이 얼마나 변화가 될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기도 했지만... 아쉬움이 더 큰 것 같다.

시즌 3도 제작한다고 하는데... 과연 이 아쉬움이 어떤 식으로 계속될지가 혹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지가 궁금해진다.

참고 : 1. 의외로 셜록과 왓슨의 관계를 동성애로서 다루는 팬들이 많은 것 같다. 이해가 되면서도... 흠... 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다.

        2. 개인적으로는 그나마 가장 만족스러운 에피소드는 2편 ‘바스커빌의 개’였던 것 같다. 원작을 매우 독창적으로 뜯어고쳤다는 점이 좋았었다. 물론, 아쉬움도 만만치 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