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평소에는 전혀 좋아하지 않는 음악이 왠지 모르게 끌릴 때가 있다.
요즘 들어서는 그런 적이 별로 없었지만 피오나 애플의 ‘The Idler Wheel...’ 앨범은 오랜만에 들으면서도 어쩐지 내가 좋아하는 성향의 음악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느끼면서도 어쩐지 매력을 느끼게 되고 반복해서 음악을 듣게 되고 있다.
어떤 점 때문에 이렇게 계속해서 듣게 되는지는 쉽게 설명하지 못하겠다.
특별히 호감이 가는 목소리도 아니고(좋아하는 목소리이기에는 너무 목소리가 메마르고 뻑뻑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 무척 매력적이고 한번 듣게 되면 귀에 감기는 그런 곡들도 아니다. 그렇다고 영어를 잘해서 가사가 인상적이라는 말도 꺼내지 못하는 한심한 수준의 영어실력이기 때문에 왜 이 앨범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지 나조차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곤혹스럽기만 하다.
그저 블루스와 재즈의 어딘가에서 자리를 잡고 있어보는 전체적인 음악의 구성과 그냥 그런 흐름의 진행이 후렴구와 결합되면서 갑작스럽게 이상한 놀라움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말만 하고 싶어진다.
무척 따라서 부르게 만드는 것도 아니고,
흔히 말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특유의 그렇고 그런 성향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영어실력이 미달 수준이라 피오나 애플 특유의 심오한 가사의 심오함을 전혀 알지도 못하고 어떤 매력과 낯설음을 안겨주는지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무엇이 이렇게 마음에 들게 만드는지 모르기만 할 뿐이다.
그저 이 앨범은 내가 좋아하는 앨범으로서의 무언가도 부족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내가 좋아하는 앨범으로서 다가온다.
뭐가 어떻게 이런 앨범이 마음에 들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좋은 것을 어떻게 하겠나.
참고 : 그녀는 어떻게든 길고 길게 앨범 제목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큰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앨범 제목을 통해서 뭔가를 전달하고 싶은 욕심이 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