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회 회장인 ‘록’은 2년에 한 번씩 선출하는 보스자리의 연임에 욕심을 낸다. 회장 자리에는 관심이 없고 조직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사업으로 성공하려던 ‘지미’는 사업차 중국에 갔다가 중국 공안에게 수모를 당하게 된다. 흑사회 회장이 아니면 중국에서의 사업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지미’는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위해서 회장 선거에 참가하기로 결심한다. 이렇게 해서 둘 사이에 피 비린내 나는 전쟁이 시작된다.”

흑사회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64836330

두기봉의 ‘흑사회’는(더불어 ‘무간도’는) 더는 매력적인 영화들을 만들어내지 못하리라 생각되었던 홍콩 영화가 여전히 자신만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고, 홍콩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암흑가의 어둠을 통해서 지금 이 시대를 혹은 이 사회를 바라볼 수 있다는 일종의 당당한 선언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두기붕은 누구나 가능성을 의심하던 순간에 그 의심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어냈고, 그리고 2편을 통해서 더 풍부하고 다채롭게 작품을 꾸며내어 홍콩이라는 도시와 공간이 갖고 있는 의미를 재확인하기도 하고,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도는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2편은 잠시 과거를 돌아보며 어떻게 삼합회라는 조직이 만들어졌고, 어떤 의도에서 내부적인 규칙이 생겨났는지를 알려주며 시작하고 있다. 1편과 전혀 다른 이야기가 아닌 이어지는 이야기로 구성된 2편은 1편과는 다르면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내용은 진행되고 있지만 좀 더 다채롭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약간은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기도 하겠지만 1편을 충분히 즐겼던 사람이라면 2편이 좀 더 다양한 재미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것에 동의를 할 것 같다.

2편에는 1편에서도 중심인물이었던 (이제는 임기가 끝마쳐가는) 록과 1편에서 조금은 다른 성향을 보이던 지미가 중심이고, 그들의 갈등과 함께 지미가 어떻게 본인은 완강하게 거부했지만 점점 더 어둠-범죄의 세계로 향하게 되는지를 진지하게 탐구하고 있다.

2편의 두 주인공 중 하나인 록은 1편과 마찬가지로 부드럽게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어떤 행동도 개의치 않고 있고, 지금 그가 갖고 있는 권력을 힘을 그대로 지켜내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동원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마음처럼 되지 않고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도 학교에서의 생활과 여러 문제로 인해서 고민이 쌓여만 간다. 또다른 주인공 지미는 일반적인 다른 조직원들과는 다르게 합법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영역과 기반을 단단하게 하고 있고, 점차 넓혀가고 있지만 그 또한 자신의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고 점차 자신의 원하지 않던 삶을 향해서 한걸음씩 옮겨간다.

‘흑사회’ 시리즈의 독특한 점은 회장이 되겠다는 야심에 집착하는 모습을 담는 것만이 아니라 회장을 선출하는 방식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 그 방식의 특이성(이걸 민주적이라고 해야 할지 지독한 정치적인 수읽기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으로 인해서 생겨나는 갈등은 ‘흑사회’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일 것 같다. 또한, 회장의 선출 방식과 회장이 되고 싶다는 야심, 그 자리를 계속 지켜나가겠다는 집착과 함께 특이함을 한 가지 더 꼽자면 항상 그들 주변에서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는 경찰조직이 회장 선출에 긴밀하게 관여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1편도 그렇지만 2편 또한 경찰의 존재는 일종의 방관자이면서도 중재자이며 조정자로서 존재하고 있는데, 경찰은 삼합회를 어떤 식으로든 사라지게 만들 수 없다는 판단 속에서 그들을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그들과 적대적이면서도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지 통제와 제어가 가능한 수준에서 머물기를 바라는 듯이 다뤄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미는 자신의 야심과 꿈을 이루기 위해서 회장 선거에 뛰어들기도 하지만 경찰의 의도 속에서 계획 아래에서 회장 선거에 참여했다는 점은 어떤 면에서는 일종의 꼭두각시로서의 존재로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단지 꼭두각시라고 말하기에는 지나치게 자유롭게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기도 하다.

어쨌든, 지미는 그리고 삼합회의 대부분은 좀 더 합법적인 방식으로 자신들의 이권을 유지하려고 하고 이익을 높이려고 한다면, 그리고 그런 이들 중 지미가 가장 사업가로서의 방식과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꾸미려고 하지만 그런 희망이 큰 좌절과 굴욕을 경험하자 지미 또한 본격적으로 자신의 꿈을 위해서 (다른 삼합회 그리고 록과 마찬가지로) 수단을 가리지 않고 행동하려고 한다.

‘흑사회’의 또다른 특징이라면 이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당연히) 남성들이지만 그들 곁에 여성이 머물고 있는 경우가 무척 적다는 점이다. 1편의 경우에는 (가장 통제 불가능의 존재였던) 거두의 경우만 아내가 직접적으로 등장하고 있을 뿐이었고, 2편의 경우에도 지미를 제외하면 아내 혹은 연인이 등장하는 장면은 없었기 때문에 이런 점들이 등장인물들의 메마른 정서와 남성적인 세계관을 강조하기 위한 선택인지 아니면 두기봉이 뭔가 다른 의도도 포함시키고 있는 것인지는 뚜렷하게 느끼질 못하겠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 작품에서 삼합회의 회장이 된다는 것과

회장으로서 무엇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지를 말하는 부분에서는 뭔가 애매하다는 생각도 들게 되는데, 조직에 가입한다는 것이 벗어날 수 없는 굴레 속으로 들어간다는 뜻이기도 하겠지만 또다른 의미로 가족과 유사한 집단 속에 들어가기도 하다는 뜻인데, 그들이 머물고 존재하는 곳에서는 어머니로서의 존재가 혹은 아내로서의 존재가 거의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폭력성이 더해지고 정신적 황량함을 보인다고 볼 수 있기도 하겠지만 그렇게만 생각해야만 할지는 확실하게 판단되질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록이 아버지로서 가장으로서 부모로서 고민하는 (몇몇 짧은) 장면들과 지미가 연인에게 자신이 꿈꾸는 단란한 가족과 범죄세계에서 벗어나고만 싶었지만 결국 그렇게 벗어나고자 했던 세계의 중심(회장)이 되었다는 것에 괴로워하면서 자신의 아이들의 미래조차 자신으로 인해서 결정되어버렸다는 것에 분노하는 장면은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전체적인 작품의 분위기 속에서는 좋은 조화를 보이지 않기도 하는 것 같았다.

오히려 2편이(물론 1편도 마찬가지지만) 만들어내는 정서와 가장 어울리는 장면들은 지나치게 잔혹하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록의 부하들이 록을 배신하도록 강요하는 과정에서 지미가 록의 부하를 직접 토막을 내는 장면인 것 같다. 그리고 그 다음 장면에서 지미와의 거래-계약을 통해서 그의 명령을 수행하는 자가 불쾌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돈을 더 받아야겠다고 짜증스럽게 말하는 장면인 것 같다.

그 장면이 결국 ‘흑사회’가 담고자 하는 풍경과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돈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한, 권력이나 정치적 영향력이나 그밖의 모든 것이 결국 돈에 대한 집착으로 귀결된다는 냉정한 결론을 보여주는 것 같고, 그 집착과 욕망이 만들어내는 공포와 불길함, 허무가 이 냉정함과 차가움으로 가득한 작품이 만들려고 하는 세계관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의미에서 두기봉의 작품은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작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깨끗하고 윤택한 삶을 꾸리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더러움으로 가득한 삶으로 향하게 되고, 야심과 권력에 초연함을 보이려고 했지만 가장 그것에 집착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는 하나의 지옥을 만들어내고 있는 ‘흑사회’에서 반복적으로 지나친 욕심을 버리라고 충고하고 있고, 좀 더 안정적인 방식을 찾으려고 애써보고 있다.

하지만 욕망에 충실하고 권력에 집착함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그런 충고는 쉽게 이해가 되지를 않는 법이고, 이해를 한다고 해도 그런 삶을 살아가기에도 무척 어렵기만 한 세상이다.

이런 변화된 세상을 똑바로 쳐다보려고 하는 두기봉의 시선에서 그의 시선을 통해서 현대라는 무대 위에서 과거에는 가능했던 권위와 정서 그리고 삶의 태도와 방식들이 어떤 방식으로 달라짐을 보이는지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980년대 이상할 정도의 강렬함을 보였던 홍콩에서 제작된 수많은 범죄영화와 느와르 작품들이 담아냈던 정서가 지금 이 시대에 어떤 방식으로 어울림을 보이는지를 혹은 변화됨을 보이는지를 담아내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이들이 떠난

모든 이들이 관심을 잃게 된

이제는 더 이상 무엇도 찾을 수 없으리라 생각되었던 홍콩에서 두기봉은 새로운 시대에 대한 고민을 무척 차갑고 냉소적인 방식으로 펼쳐놓는다.

참고 : 2편의 결말에서 결국은 가족으로 정리가 되는데, 이건 또 어떤 방식으로 이해를 해야 할지 머뭇거리게 된다. 나로서는 가족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입장에 있진 못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