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Terrible Friend
2011년 전반기에 발표된 앨범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앨범을 꼽으라면 아마도 제임스 블레이크 James Blake와 피제이 하비 PJ Harvey를 꼽아야 할 것 같지만 몇 개의 앨범을 좀 더 덧붙인다면 더 페인즈 오브 빙 퓨어 앳 하트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의 두 번째 앨범 Belong도 (살짝) 포함시켜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미 2009년에 발표한 데뷔 앨범을 통해서 많은 이들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기 때문에 이번 앨범에 대한 관심도 컸는데, 전작에 비해서 발랄함은 더해졌고 노이즈 또한 보다 두터워졌다는 점에서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는 앨범일 것이고 대중들이 자신들의 음악에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잘 간파하고 있으면서 좀 더 대중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음악을 선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노이즈를 전면에 부각시키는 장르에 포함시킬 수 있을 그들의 음악이기는 하지만 이번 앨범은 좀 더 자신들의 음악이 목표로 하는 방향(멜로디와 노이즈의 결함 혹은 절충)에 한걸음 더 나아갔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들인 것 같아서 그들의 의도는 성공적인 것 같다.
멜로디와 노이즈를 결합하고 절충하는 음악은 이미 많이 소개되었고 익숙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음악 팬들에게 잘 먹히는(먹혀드는) 방식이기는 한데, 이들의 음악도 그런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독창성이 덜 하다고 말할 수 있기는 하겠지만 그런 판단을 하기 전에 음악 자체가 듣기 좋다는 점에서 그리고 듣는 순간 그들의 음악에 그들의 매력을 잃지 않고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만족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선은 듣기 좋았고, 그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노이즈가 부각되기는 하지만 이번 앨범의 중심은 달콤한 멜로디이고, 그 멜로디에 노이즈로 치장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앞서 말했듯이 이런 방식의 음악이 이미 충분히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들의 음악이 지금처럼 먹혀들지는 의문스럽다. 물론, 이번처럼 멋진 멜로디라면 앞으로도 그들에 대한 호감은 여전할 것 같다.
1980년대의 달달함으로 가득한 멜로디와 1990년대의 노이즈로 채워진 2000년대의 팝음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노이즈만 사라진다면 1980년대의 팝음악들이 떠올려질 것이고, 멜로디가 사라진다면 1990년대의 노이즈에 몰두하던 밴드들이 떠올려질 것 같은데, 과거의 유산을 적절한 비율에 따라 만들어내고 있는 2000년대의 음악 경향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기도 한 앨범인 것 같기도 하다.
이게 상투적인 평가이기는 하겠지만, 아마도 부정할 수 없는 평가이기도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