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길거리 노동자이자 부패한 정치인 암살범처럼 보이는 마셰티는 전직 연방수사관이다. 악명 높은 멕시코 마약 밀매업자 토레스와 맞붙어 가족의 죽음을 맞게 된 마셰티는 텍사스로 탈출해 끔찍한 과거를 잊고 살고자 했다. 하지만 음모에 휘말린 마셰티는 상원의원 암살범으로 몰리며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미모의 여수사관이 찾아오면서 멈출 수 없는 복수가 시작되는데...”

처음에는 그저 거짓 예고편에 불과한 작품이었던 ‘마셰티’는 여러 우여곡절 끝에 실제 영화로 만들어지게 되었고, 이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는 것 같다.

좋고 싫음이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단순명쾌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좋지 않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큰 흥미를 갖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 작품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지는 것도 아니고 B급 영화가 갖고 있는 촌스러움을 잘 살려내고 있다는 것에 동의하기는 하지만 이해하고 동의는 해도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어떻게 마셰티가 3년 전에 모든 것을 잃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간략한 오프닝이 가장 인상적이었고 흥미로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장면들에서 이 작품이 갖고 있는 매력 모두를 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후의 장면들은 그저 이미 시작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영화에서 간간히 등장하는 상원의원에 대한 홍보 광고와 함께 마셰티의 남성적인 매력을 강조하는 선정적인 장면들만이 유일하게 흥미로울 뿐이었다. 나머지 이야기와 장면들은 그저 이미 시작한 작품을 어떻게든 마무리 짓기 위해서 억지로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것들 모두가 B급 적이고 ‘마셰티’의 매력이라고 옹호할 것이니 물고 늘어질 생각은 없지만 그런 매력을 찾기 위해서 이 작품을 찾아볼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지루한 이어짐으로 느껴졌을 뿐이었다.

몇몇 재치 있는 장면들은 좋았지만 그것들이 하나의 영화로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별 것 아닌 작품임에 비해서 필요 이상으로 막강한 출연진이 인상적이었는데, 지나칠 정도로 살이 쪄서 둔해 보이기만 한 스티븐 시걸은 예전의 날렵한 모습이 그리울 뿐이었고, 로버트 드니로는 여전히 그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왜 출연하고 있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린제이 로한은 자신의 벗은 몸을 보여주고 싶어서 출연했던 것 같은데, 벗은 몸도 그다지 보고 싶다는 의욕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어서 안타까울 뿐이었다.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을지가 더욱 궁금하다. 벗은 몸이 흥미롭지 않은 것은 제시카 알바도 마찬가지였는데 왜 그녀를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보여주는 장면은 빨리 다음 장면이 진행되기만을 바라는 장면이었다.

항상 강인한 모습을 강조하고 있고, 그래서인지 언제나 인상적인 미셸 로드리게스는 전형적인 캐릭터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매력을 잃지 않던 여배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도 역시나 가장 인상적인 것은 주인공 마셰티를 연기한 대니 트레조인데, 어정쩡한 연기와 볼품없는 액션이 합쳐지면서 웃김과 민망함 어딘가에서 그는 마셰티의 매력을 강조하고 있고 그가 보여주는 모습에서 이 작품에 대한 불만스러움이 더욱 커지면서도 그가 없었다면 이 작품이 만들어지지도 못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어차피 만든 사람도, 출연한 사람도 그리고 보는 사람들도 이 작품에 대해서 엄청난 무엇을 기대하기 보다는 그저 조잡스러움과 촌스러움 그리고 유치함을 기대했었고 그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주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불만을 늘여놓을 생각은 없다.

10여분 가량의 오프닝과 지나칠 정도로 보수적이고 멍청한 미국의 정치인들과 정책들에 대한 냉소만이 흥미로울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의도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실망스운 작품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