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서로를 알고 있는 작은 해안가 마을에는 이상한 전통이 전해져 오고 있다. 소년들이 그들의 나이와 상관없이 이발사 요시노로부터 같은 헤어스타일-바가지 머리-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대도시로부터 염색까지 한 헤어스타일의 학생이 전학을 오게 된다. 이발사 요시노는 새 전학생의 머리도 여느 다른 아이들처럼 하려고 하는데.. 전학생으로 인하여 이 마을에 헤어스타일의 혁명이 일어날 것인지..”

‘카모메 식당’을 통해서 국내에도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오기가미 나오코의 작품은 조금은 독특한 성격과 모습을 하고 있는 등장인물들을 등장시켜서 일상적이면서도 조금은 일상에서 벗어난 상황과 조건 속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모습들을 담아내고 있다.

그녀의 작품은 담백하면서도 약간은 만화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일본적인’이라는 상투적이고 사용하고 싶지 않은 표현을 쓰게 되는 성격의 작품들인데, 잔잔하면서도 느슨하지 않은 진행과 함께 보는 이로 하여금 잠시라도 위안을 얻게 되는 내용으로 되어 있어서 조금씩 팬들을 넓혀가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성향의 작품에 큰 만족감을 느끼지 않고 있고,

특별한 관심도 없기 때문에 일부러 찾지는 않고 있지만 간간히 접하게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녀의 첫 번째 작품인 ‘요시노 이발관’도 이후의 작품들처럼 조금은 일상적이지 않은 공간과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서 우리들이 갖고 있는 편견이나 오해 혹은 필요 이상의 신경질 적인 반응들에 대해서 반성하게 되기도 하고 그러한 잘못들을 깨닫게 만들기도 하는 작품으로 되어 있다.

수많은 버섯돌이들이 등장하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드는 바가지 머리를 한 소년들이 등장하는 시골의 모습을 보여주는 황당한 시작과 함께 그 황당함을 더욱 더하고 있는 헨델의 메시아를 합창하는 오프닝은 웃어야 하는 장면인지 기괴함에 치를 떨어야 하는 장면인지 헷갈림을 갖게 만들고 있고, 이와 같은 조금은 황당한 시작과 함께 그녀 특유의 분위기를 전달하면서 작품은 부드럽게 진행된다.

도쿄에서 이사를 온 소년으로 인해서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자신들의 머리 모양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되는 소년들과 그렇게 자신들의 모습에 고민하는 소년들에게 그동안의 전통을 지켜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윽박지르기만 하고 있는 동네에 있는 유일한 이발사 요시노의 다툼이 주된 이야기의 중심이 되고 있고, 그 중심 이야기의 진행 속에서 요시노의 남편의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와 그로 인한 혼란, 요시노와 남편의 딸이 겪는 이별과 상처 그리고 그것 외의 소소한 이야기들로 꾸며진 ‘요시노 이발관’은 자극적이고 강렬한 작품들을 자주 접했던 사람들로서는 심심하기만 한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들이 겪고 있는 일상을 조금은 비틀고 웃음 짓게 만들어내고 있는 오기가미 나오코의 작품 세계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겪는 일상을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기도 하는 것 같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획일적인 바가지 머리 모양을 강요하는 요시노의 고집스러운 모습과 함께 도시에서 살다가 온 소년의 반항을 통해서 지금까지의 자신들의 모습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고 그렇게 유지되던 것들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되어 개성을 갖으려고 애쓰는 소년들의 궐기에 그저 웃음 짓고만 있다면 그렇게 영화를 보는 사람은 지나치게 단순하게(혹은 바보스럽게) 영화를 보고 있다는 말을 들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바보스럽게 영화를 본다면 영화도 바보스럽게만 당신을 바라볼 것이다.

우리들 또한 요시노처럼 이미 있었던 그대로 혹은 하고 있었던 그 방식 그대로 모든 것을 하고 있고 받아들이고 있으며 새로운 변화에 대해서 경계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누구나 변화에 대해서 민감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고 쉽사리 받아들이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아무리 자신이 개방적인 사람이라고 주장해도 쉽게 해낼 수 없을 것이며, 그렇게 ‘요시노 이발관’은 기성 / 전통과 변화에 대해서 웃음을 지으며 얘기하고 있고 수많은 고민을 갖고 있는 이에게 당신은 생각보다 그리 고민할 것들이 없다고 충고해주는 작품이다.

너무 근심 걱정에 빠지지 말고 인생을 조금은 즐기고 그리고 새로움을 조금은 받아들이라고 진심으로 충고해주고 있다.

쉽지는 않을 지라도 조금은 느긋하게 혹은 여유를 갖고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변화에 대해서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올바른 방식이라는 것을 말하면서 그에 덧붙여서 그와 같은 변화가 그리고 전통과 그 전통에 반항하는 다툼이 더욱 멀찍이서(혹은 다른 환경에서) 바라본다면 그것도 그저 하나의 유행에 불과하고 그렇게 갈등이 만들어질 필요도 없는 별 것 아니라는 것을 이 작품은 알려주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위험과 큰 용기를 갖고 행동 / 선택해야 하는 것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그저 색다른 유행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웃어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냥 웃기에는(혹은 웃어넘기기는) 이해 갈등을 겪는 당사자들이 지나치게 갈등하고 있고 진지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별 것 아닌 것들에 너무 열을 내며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약간은 달라진 눈으로 지금까지 보던 것들을 바라보면서 없던 여유를 갖고 그리고 조금은 느긋하게 생각하고 바라보게 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매일을 전쟁처럼 살아가고 있고 수없이 많은 선택들이 놓여 있어서 잠시라도 쉴 틈 없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작품이 말하는 여유나 관조는 듣기만 좋을 뿐인 소리이기만 하다고 핀잔을 줄 수 있기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진심어린 충고를 그렇게 대놓고 무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