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 선수 출신의 전설적인 복서 미키 워드(마크 월버그)와 그의 트러블메이커인 형 디키 에클런드(크리스찬 베일). 골칫덩어리 가족이 낳은 두 형제가 이룰 수 없는 꿈만 같았던 세계 챔피언에의 도전을 그린 감동 실화."

지금이야 이종격투기나 기타 여러 격투와 관련된 종목들로 인해서 권투가 갖고 있는 격렬함과 폭력성에 대해서 덜 논의되고 있기는 하지만 한때는 권투가 가장 폭력적이고 위험한 스포츠였고 그로 인해서 많은 이들에게 관심과 그리고 논쟁거리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단지 주먹과 주먹을 통해서 승부를 가르고 부와 명예를 얻는 권투가 갖는 매력은 사람들에 따라서는 그저 야만스럽고 폭력적이기만 한 운동일 뿐일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항상 흥미롭고 관심을 갖게 되는 운동이기 때문에 되도록 권투와 관련된 영화는 놓치지 않고 보려고 하고 있고(이러면서도 어째서인지 ‘성난 황소’는 보려고 하지 않고 있다), 최근 제작되어서 좋은 평가를 받은 ‘파이터’도 당연히 찾아보게 되었다.

권투에 대해서 관심은 갖고 있지만 그다지 알고 있는 것은 별로 없기 때문에 전설적인 권투선수 미키 워드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것은 별로 없고, 그의 전설적인 경기들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그런 것들을 알지 않는다고 해도 영화를 보는데 별다른 문제는 없으니 미키 워드에 대한 정보를 따로 찾아본 다음에 영화를 감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영화는 어쩐지 거들먹거리고 허세만 가득한 것 같은 미키의 형 디키의 수다로 시작하고 있고, 그의 수다스러움과 산만함과 반대되는 미키의 어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상반된 모습의 둘을 보여준 다음 영화는 과거로 돌아가 어떻게 그들이 영광을 얻게 되는지 보여준다.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하고 언제나 노력하는 미키는 그런 노력에 비해서는 좋은 경기를 배정받지 못하고 자주 엉뚱한 상대를 만나게 되거나 형 디키로 인해서 혹은 다른 이유로 인해서 상황이 꼬이게 되기를 반복한다. 미키의 형 디키는 타고난 권투선수이고 장래가 기대되는 권투 선수였었지만 마약으로 인해서 재능을 탕진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는 중독자가 되어버렸을 뿐이다. 그저 이전에 잠시 반짝거렸던 재능에 대해서만 회상하고 있을 뿐이고 지금-현재는 점점 더 망가져가고 있을 뿐이다.

그런 두 형제와 함께 미키의 매니저 노릇을 하지만 누구도 신뢰하지 않고 그다지 매니저로서의 재능도 없는 미키와 디키의 어머니는 항상 돈과 성공을 꿈꾸지만 약물에 취해 과거의 화려했던 시절만 떠올리는 디키처럼 어머니 또한 그저 돈과 성공을 꿈꾸고 있을 뿐이고 자신에게 부족한 재능을 그리고 약물에 중독되어 무너진 삶을 살아가는 디키의 모습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고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제대로 풀리지 않기만 하는 미키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오지만 그 기회를 형 디키의 실수로 인해서 날리게 되고, 이로 인해서 디키는 감옥에 수감되고 미키는 큰 좌절감을 안고 권투를 포기하려고 한다. 하지만 미키와 사랑에 빠지게 된 연인의 도움과 그의 재능을 알아본 투자자로 인해서 다시금 재기하게 된다.

반면, 감옥에서 약물중독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디키는 자신에 대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이들이 그의 마약에 중독된 모습만을 담은 영상을 통해서 자신의 현재의 망가진 삶을 깨닫고 중독된 삶에서 벗어나려고 결심한다.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은 다음 디키는 감옥에서 출소하게 되고, 그동안 자신이 잘못을 저지른 주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며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며 미키를 도와 그가 챔피언이 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고통스러운 과거에서 진정으로 벗어나게 된다.

한때는 잘나가던 그리고 재능이 넘치던 권투선수였지만 그저 약물에 중독된 삶을 살아가는 디키와 지금의 망가진 모습이 아닌 멋졌던 모습만 기억하고 여전히 그를 따르는 동생 미키가 어떤 갈등 과정을 겪는지에 대한 영화인 ‘파이터’는 디키라는 등장인물을 통해서는 과거의 영광에만 취하여 자신의 삶이 망가지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무너져만 가는 삶을 살아가지만 지금의 모습을 과감없이 바라보게 됨으로써 새로운 삶을 찾아간다는 내용을 담아내고 있고, 미키를 통해서는 재능은 있지만 환경과 좋지 않은 조건들로 인해서 재능을 발휘될 기회도 갖지 못하고 묻혀버리기 직전에 다시금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기회를 통해서 성공을 거둔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동안 억눌려 왔었던 형과 어머니에 대한 복잡한 감정(어머니는 항상 형 디키에게만 애정을 보이고 있다는 것과 분명 그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었던 형이지만 이제는 그 재능을 입으로만 떠들고 있는 모습에 대한 분노)과 개인적인 애정관계와 딸에 대한 그리움에 실제 격렬한 권투 경기까지 권투 영화가 담을 수 있는 그리고 좌절을 이겨내 성공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는 영화가 담을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을 이 작품은 담아내고 있기는 하지만 잘 채우고 있고 담아내고 있으면서도 어쩐지 산만하다는 인상을 안겨준다. 그리고 조금은 진부한 느낌이 든다.

이와 같은 산만함 혹은 진부함은 이 작품이 어딘지 모르게 집중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 미키와 디키라는 등장인물 중 어느 한쪽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두 형제를 유기적으로 잘 연결해내고 있다는 느낌도 들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관계에 대한 긴밀한 연결을 보이지 못하고 영화가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이런 평가는 이야기의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문제점이 아니라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를 잘 살려내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인데, 어쩐지 영화가 더 파고들어서 흥미롭게 장면들을 그리고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걸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즉, 작품의 중심인 권투 이외에도 형제간의 서로에 대한 신뢰와 다툼 그리고 어머니와의 관계까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그리고 복잡한 부분들을 다루고 있음에도 그것들을 잘 다뤄내고 있기 보다는 영화에 담아내고 있는 것에만 급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인지 그들이 보이는 좌절과 갈등들이 강렬하게 느껴지거나 고통스럽게 느껴지지 않고, 전체적으로 무난하고 정해진 수순을 밟고 있다는 생각만 하게 되는 것 같다. 뭔가 더 잘 채워 넣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약물중독자의 모습을 멋지게 연기한 크리스찬 베일의 멋진 연기도 생각 이상으로 인상적으로 느껴지지 못하게 되는 것 같고(그럼에도 빼어난 연기였다), 크리스찬 베일로 인해서 가려지기는 하겠지만 나름대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마크 월버그의 연기 또한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도 좋았다와 괜찮다는 평가로 만족하게만 되는 것 같다.

이번 아카데미에 많은 부분에서 후보로 지명되기는 했지만, 어쩐지 너무 전형적인 작품이라는 느낌이 지나치게 풍기는 것 같아서 많은 아쉬움이 생기게 된다. 충분히 괜찮고 좋은 작품이기는 하지만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을 것이고 더 괜찮아졌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서기만 한다.

재미나게 보았고,

연기자들의 좋은 연기도 만족스럽기는 했지만,

이상하게 아쉬움만 남게 되는 작품인 것 같다.

좋은데도 아쉽기만 하니... 이런 작품도 흔하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