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헤어진 이들이 다시금 함께하게 되었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연인이라면 입맞춤을 먼저 해야 할 것이고,
가족이나 친구라면 악수나 포옹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밴드라면 아마도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거나 재결합 공연을 해야 할 것이다.
여러 갈등으로 인해서 떠났던 그레이엄 콕슨이 다시금 밴드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접한 블러의 팬들은 새로운 앨범 그리고 그들의 재결합 공연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고, 그 기대를 하이드 파크에서 벌인 이틀간의 공연을 통해서 충분히 만족시켜주었다.
공연에 대한 내용과 함께 밴드 멤버들의 인터뷰들을 함께 수록한 dvd ‘No Distance Left To Run’은 공연장 근처도 가지 못하는 멀리 떨어진 팬들을 위한 선물일 것이다. 아주 인상적인 연출이나 장면들은 없지만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고 그들의 팬이라면 하이드 파크의 공연은 더할 수 없는 기쁨의 순간이었을 것이고 모든 순간들이 감미로울 것이다.
그들의 음악을 즐겨 듣던 사람들이라면 공연 내내 그들의 음악에 따라 흥얼거리게 될 수 있도록 자신들의 인기곡들을 연주하고 있고, 그들의 공연을 기쁘게 즐기는 팬들처럼 그들 자신들도 오랜만에 함께 공연하는 것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아쉽게도 언어적인 한계 때문에 그들의 인터뷰와 관련 자료들에 수록된 내용은 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공연을 본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기분이었다.
다시금 함께하게 된 그들이 공연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앨범도 발표해 주었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한국에서도 그들의 공연을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참고 : 그들의 ‘13’ 앨범에 수록된 곡인 ‘No Distance Left To Run’을 dvd 제목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작 공연에서는 이 곡을 연주하지는 않고 있다. 헤어진 연인에 대한 서글픈 실연가를 부르고 싶지는 않았던 것일까? 이제 다시 함께한 이들이 부르기에는 어울리지 않다는 느낌도 들긴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