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생방송으로 라디오를 진행한 심야의 영화음악실 DJ 선영(수애). 완벽주의자적인 성격으로 높은 커리어를 쌓아가던 그녀가 갑작스럽게 악화된 딸의 건강 때문에 마이크를 내려놓기로 결심한다.

노래부터 멘트 하나까지 세심하게 방송을 준비하는 그녀… 하지만 마지막이어서인지 무엇 하나도 자신의 뜻대로 되는 것이 없다. 그런 그녀에게 걸려오는 정체불명의 청취자 동수(유지태)로부터 시작되는 협박!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그가 이야기하는 미션을 처리하지 않으면 가족들은 죽는다. 물론 어느 누구도 이 사실을 알아서는 안 된다!

그 놈이 무엇을 원하는지, 왜 자신을 선택했는지 알 수 없는 채 가족을 구하기 위해 홀로 범인과 싸워야 하는 선영! 그렇게… 아름답게 끝날 줄만 알았던 그녀의 마지막 2시간 방송이 악몽처럼 변해 그녀를 조여 오기 시작하고, 가족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선영과 정체불명의 청취자 동수의 피 말리는 사투가 시작된다.”

최근에 개봉되어서 (평론가들의 썩)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으로 알려진...

하지만 상업적으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한(것으로 알려진) 작품인 ‘심야의 FM’은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본다면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2시간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 선택한다면 꽤 흡족한 작품으로 느껴질 것이다.

물론, 흡족하다는 뜻이 만족스럽다는 뜻과는 조금은 다르다.

감독은 감독대로 온갖 (이와 같은 공식의) 스릴러들의 진행 방식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고(충실하려고만 하고) 있고, 배우들은 배우들대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면서도 어쩐지 밋밋하기만 하고(그 배역에 충실하기만 하고 있을 뿐이고) 그동안 수없이 보아왔던 유사한 작품들의 등장인물들을 모습을 반복하며 보여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만 들뿐인 ‘심야의 FM’은 작품 자체가 좋고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장점이 잘 찾아지지 않는 딱한 영화인 것 같다.

나쁘지 않은 이야기 구조와

괜찮은 배우들

흡족한 연출까지

나쁜 점을 찾으려고 애쓰게 되는 작품이 아니면서도 특별한 만족감도 찾지 못하게 되는 이유는 (당연히) 까탈스러운 성격이기도 하겠지만 어쩐지 스릴러의 성격과 분위기에만 맞추려고 하고 있는 진행과 설정들 때문인 것 같다.

이를테면 긴장감을 만들려고만 하고 있을 뿐이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긴장감이 점점 더 현실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긴장감과 멀어지게 되는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아마도 이 작품이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 않고 LA나 시카고 혹은 뉴욕이나 런던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었다면 보다 살벌하고 리얼한 작품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무언가가 어긋나 있다는 느낌은 아마도 이런 느낌 때문인 것 같다.

이 작품이 원작임에도 불구하고 번안 혹은 번역된 작품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생기는 밋밋함인 것 같다.

DJ 고선영이 갖고 있는 정의감과 함께 그 정의감을 이용하려는 이야기 구조는 매력적이고 설득력을 갖으려고 애쓰지만 쉽게 다가오지 못하고 있고, 그 정의감을 오해하고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는 한동수 또한 그저 그가 미치광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고 그에 맞는 연기를 보이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수많은 영화들을 통해서 그보다 더 심하게 문제 있는 인간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인지 공포와 불안감을 만들기 보다는 그동안 보았던 영화들에서 겪었던 악역의 모습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용도

연기도

시각들도

일종의 역설이나 선택들도

그저 다른 작품들에서 보았던 것들을 반복하고 있을 뿐인 기분이다.

등장인물들은 그처럼 이미 보아왔던 모습들을 반복하고만 있을 뿐이고,

연출 또한 긴장감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애쓰지만 그 긴장감도 이미 겪었던 그리고 접했었던 방식이기 때문인지 크게 감흥이 일지 못하는 것 같다.

이미 해보았던 숨바꼭질을 다시 한번 해보는 기분이었을 뿐이다.

게다가 주연 배우인 수애라는 배우가 보여줬던 기존의 이미지들 때문인지 그녀가 두 아이의 엄마라는 것이 어쩐지 버겁게만 느껴지고 그녀가 겪고 있는 고난이 몰입되기 보다는 아름답게 보이려고만 할 뿐인 것 같았다. 마치 그녀가 등장하는 CF의 한 장면들처럼... 함께 출연하는 유지태의 연기도 나쁘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성격 파탄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고 관객을 그리고 영화를 압도하고 있지는 않(못하)고 있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이 크다는 느낌이었다. ‘올드 보이’에서 좀 더 뒤틀린 느낌의 캐릭터라는 기분만 들었다.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작품이고 연출이었지만, 너무 많은 작품들을 참고하고 있고 미디어의 선정성에 대한 문제점 까지 거론하는 등 작품의 성격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들이 밀도 있게 연결되어 있기 보다는 어긋나고 엇갈리는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해야 하는지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향 설정도, 조합도 좋지 않은 느낌을 갖게 된다.

물론, 이런 불만들 중에서 가장 큰 불만은 역시나 이 작품이 ‘한국-서울’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음에도 그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크다는 점인 것 같다. 사건의 진행과정이나 해결 과정에서 한국이라는 지역적 / 공간적 특성이 살려지기 보다는 그저 지역 / 공간으로서만 다뤄지고 있다는 느낌만 들고, 특별한 지역적 / 공간적 특성에 대해서 고민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저 그동안 보아왔던 해외 스릴러 작품들을 ‘한국이라는 공간에서도 일어날 수 있도록’ 만들려는 의도만 갖고 있었던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그 의도는 성공하면서도 철저하게 실패하게 되어버린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일종의 흉내내기 작품이 되어버렸을 뿐이고, 어떠한 존재감도 만들어내는 것에 성공하지 못한 작품이 되어버렸다.

꽤 괜찮은 아이디어와 구성이고 설정과 장치들이었지만... 아쉽게도 전체적으로 그것들을 잘 살려내는 것에는 성공적이지는 못한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속도감 있게 진행시켰기 때문에 긴장감을 유지시킬 수 있었다는 점 정도인 것 같다.

그것조차 없었다면 정말로 보기 힘들었을 것 같다.

영화를 통해서 보다 다양한 의미를 만들어내고 전달하려고 하고는 있지만... 그 모든 의도가 아쉽게도 성공적이지 못하게 된 작품인 것 같다.

참고 : 악역인 한동수와 반대로 고선영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있으면서 그녀에게 도움을 주게 되는 열정 팬에 대해서는 비중 있게 다루려고 하면서도 크게 의미 있게 다루는데 실패한 것 같다. 전체적으로 산만한 존재로서만 다뤄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