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 앨런 포의 소설을 모티프로 각색한 작품으로, 1920년대 후반에 유럽에서 일어났던 아방가르드 예술의 최고작으로 평가받는 영화. 파리 남부의 늪지대를 배경으로 황폐한 집에서 벌어지는 괴이한 사건이 슬로우모션 등의 기법을 동원한 음울한 영상으로 표현되어 있다. 인상파 회화와 같은 탁월한 영상미를 즐길 수 있는 작품.”

국내에서도 ‘우울과 몽상’ 및 기타 여러 단편집을 통해서 자주 소개되었던 에드가 앨런 포의 소설들 중에서 가장 탁월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어셔가의 몰락’은 기괴함과 음울함 그리고 어둠을 통한 매혹까지 느낄 수 있는 멋진 단편이었고, 많은 이들에게 포의 작품의 매력을 흠뻑 취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포의 ‘어셔가의 몰락’을 영화로 옮긴 장 엡스탱의 작품은 원작이 갖고 있는 기괴함과 음울함 그리고 어둠을 잘 담아내면서 영화만의 매력도 더함으로써 더욱 인상적인 작품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 같다. 원작을 꽤 오래 전에 읽었기 때문에 어디까지 원작과 동일한지는 정확하게 말할 수 없어도 기억에 의지해서 말한다면 큰 각색 없이 원작을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장 엡스탱은 영화라는 시각적 / 청각적 매체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을 보다 강조하고 표현주의와 초현실주의에 깊은 영향을 받은 혹은 영향을 주고 있는 영상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몇몇 장면들에서는 필름을 겹쳐서 보다 몽환적이고 기괴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고, 의도적으로 화면을 흔들리게 만들어 보다 묘한 공간 속에 놓인 느낌이 들도록 화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각각의 인물들은 무표정함을 통해서 보다 인상적인 모습을 담아내고 있고, 저택이라는 거대한 공간 속에서 끝없이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커튼과 나뭇잎 그리고 쏟아지는 책들의 이미지, 흔들리는 촛불과 여러 현기증 나는 장면들은 시대를 앞서가도 지나칠 정도로 앞서간 느낌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도록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이 장면들은 단순히 멋진 장면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분위기를 그리고 정서를 만들어 냄으로써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지금 본다고 해도 무성영화라는 생각보다는 매우 인상적인 뮤직비디오나 초현실주의 작품이라는 생각을 우선 하게 되고, 표현주의와 인상주의에 큰 영향을 받은 이후의 작품들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는 생각을 굳게 하게 만든다.

음악과 영상 그리고 원작에 대한 충실한 이해 속에서 영화만의 매력을 더했기 때문에, 원작을 따르면서도 자신만의 색채를 담아내고 있는 장 엡스탱의 ‘어셔가의 몰락’은 어떤 고민 속에서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그리고 영화만이 담아낼 수 있는 장점과 매력이 어떤 것인지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힐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무성 영화의 대표작이면서도 영화라는 예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작품을 만들어내야 하는지의 기본을 제시하고 있을 것이다. 만들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것... 그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고전이라는 핑계와 옛것이라는 합리화로 이 작품을 회피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