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우(소무)는 시골 마을의 소매치기. 경찰이 일제단속을 벌이면서 소무는 궁지에 몰리고, TV는 청년실업가로 출세해 곧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게 될 샤오닝(소영)에 대해 연일 보도한다. 샤오우는 소매치기로 약간의 자금을 마련해 죽마고우인 샤오닝에게 축의금을 전달하지만 샤오닝은 출처가 불분명한 돈을 받을 수 없다며 봉투를 되돌려준다. 샤오우는 샤오닝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엉망으로 취해 난동을 부린다. 샤오우는 단골 가라오케에서 메이메이라는 여급을 만나고 둘은 곧 사랑에 빠질 듯하지만 어느 날 메이메이는 부유한 남자를 따라 떠나버린다.”

지아 장 커는 거의 유일하게 현재의 중국을 영화로 담아내고 있는 감독일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현재의 중국’이란 말로는 사회주의체제를 고수한다고 하지만 들여다보면 자본주의를 그 문제점까지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 있는 중국을 말하는 것이며, 이는 찬란한 발전과 높아지는 빈부격차 그리고 발전 없는 민주주의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고, 그 변화 속에서 낙오되는 이들과 몸서리치게 변화되는 사회를 눈을 돌리지 않고 지아 장 커는 바라보고 있다.

다른 중국의 감독들이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대한 변화에 감격하며 바라보고 있거나 어떤 변화인지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거나,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곤혹스럽게 반응하기만 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그 모습들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고, 그 변화 속에서 좌절하기도 하지만 적응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지켜보는 그의 시선에 연대와 옹호를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지아 장 커의 첫 번째 작품인 ‘소무’는 그가 어떤 시각으로 중국 사회를 바라보고 있고, 자신의 작품을 만들려고 하는지를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며 변화되고 있는 중국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실존 인물들의 다큐멘터리와 같은 느낌이 드는 ‘소무’는 특별한 세트나 영화적 연출과 효과 없이 지금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화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실적이기 보다는 사실 그 자체인 듯이 카메라는 연신 흔들거리며 그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따라가고 있으며, 쉬지 않고 울리는 홍보 방송은 듣기 싫어도 어디를 가도 들려오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경질 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영화는 자신의 소매치기 시절의 과거를 끄집어내기 꺼리는 주인공 소무의 친구 소영이 결혼식을 앞두고 지역 방송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하고 있고, 주인공 소무가 소매치기를 하다 경찰에게 잡힌 다음 그에 대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여주며 변화에 따라가는 사람과 낙오되는 사람의 모습을 비교하듯이 만들어내며 끝맺고 있다.

항상 열심히 살라는 말만 되풀이 하며 젊은이들에게 말하는 어른들의 모습과 그런 소리를 듣는 많은 젊은이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 것인지 그리고 좋은 것인지를 깨달으며 살아가고 싶기는 하지만 그렇게 살아가지 못하며 점점 더 뒤쳐져만 가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고 하고 있을 뿐이다.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소무의 모습은 안쓰럽기는 하지만 그의 깨우치지 못하고 그저 매일을 나태하게 지내는 모습에 그를 훈계하는 사람들에게 동조하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가 무지한 것인지 아니면 변화가 급격한 것인지 판단되지 않기에 그의 모습을 그저 뒤쫓으며 바라보게 될 뿐이다.

좀 더 친절하게 대해달라는 여인의 말에 조금씩 싹트게 되는 사랑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런 그의 순정보다는 더 좋은 삶을 선택하는 여성의 모습에 그는 다시금 좌절하게 된다. 소무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이란 어차피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다시 자신이 예전부터 하던 소매치기의 길로 되돌아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그는 좋지 않은 결말을 반복하게 된다. 앞에서 말했듯이 그가 조금만 노력을 했다면 다시 이전과 같은 결말을 보이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안쓰럽게 바라보게 되기보다는 냉정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것 같다.

마지막에 경찰에게 끌려가다가 길거리에서 잠시 혼자 머물게 되었을 때,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를 구경거리처럼 바라보고 있고,

그 시선에 어쩔 줄 모르며 피곤한 듯이 제자리에 주저앉아버리는 그의 모습에서 발전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무엇을 위한 발전이고 누구를 위한 발전인지 그리고 그 발전의 과정에서 뒤처지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찾아보게 된다.

처음 시작하는 작품에서 이후에 무엇을 담아낼지를 그리고 어떤 모습들을 담으려고 하는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지아 장 커의 ‘소무’는 아직 비범함도 탁월함도 언뜻 보이고 있을 뿐이고 조금은 시험작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족하지 않은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담담하고

냉정하게

거짓 없이 중국을 바라보려고 하고 있고,

그 가장 낮은 곳에서 바라보고 있는 시선에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되돌아보게 되기도 하고 지금의 중국을 바라보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