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cm 소녀 아리에티, 마루 위 인간 세상으로 뛰어들다! 교외에 위치한 오래된 저택의 마루 밑에는 인간들의 물건을 몰래 빌려 쓰며 살아가는 소인들이 살고 있다. 그들 세계의 철칙은 인간에게 정체를 들키면 그 집을 당장 떠나야 한다는 것! 14살이 된 10cm 소녀 아리에티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 홀로 마루 위 인간 세상으로 뛰어든다. 빨래집게로 머리를 질끈 묶으면 작업 준비 완료!

작업 첫 날, 인간 소년 쇼우에게 정체를 들키다! 첫 작업 목표는 각설탕. 생쥐와 바퀴벌레의 방해 공작에도 무사히 주방에서 각설탕을 손에 넣은 아리에티는 두 번째 목표인 티슈를 얻으러 간 방에서 저택에 요양을 온 인간 소년 쇼우의 눈에 띄게 된다. 인간은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쇼우의 다정한 모습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 아리에티. 마루 밑 세계의 규칙을 어기고 쇼우에게 다가가던 어느 날, 아리에티 가족에게 예기치 않은 위험이 찾아온다.”

지나치게 훈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모노노케 히메’는 거장이 이후의 세대에게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였고, 그 방식과 내용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든 그는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전달했다는 것으로 만족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반드시 전해주고 싶은 생각들을 전달한 다음에 작업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단순하게 본다면 모험담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의미 있게 본다면 체제에 대한 비판과 환경에 대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전부터 이어지는 입장들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비판까지 생각 이상으로 다양하고 의미심장한 작품이었고 어떤 의미에서 그의 진정한 걸작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모든 것을 이뤄낸 거장의 다음 작품들은 조금은 삐걱거리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었고, 손자 손녀들을 위한 선물과 같은 ‘벼랑 위의 포뇨’였으며 그의 이후의 행보는 만들어주는 것은 감사하지만 더 이상 이전의 작품들과 같은 탁월함을 보이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그는 저물어가고 있었고,

그가 저물어가면서 그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에 놓인 스튜디오 지브리의 미래도 암울하게 느껴지게 되었다. 언제까지나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이제는 후배들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지만 딱히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후배가 나타나지도 않고, 발견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는 나름대로 근심어린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고 그 걱정의 시간 끝에 그나마 만족스러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마루 밑 아리에티’가 만들어진 것 같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기획해주고 각본까지 만들어줬으니 해줄 건 다 해줬고 차려줄 수 있는 것은 다 차려줬다) 작품을 만들어낸 요네바야시 히로마사는 자신의 역량을 뽐내려고 노력하고 있고, 아기자기한 매력을 만들어내고 좋은 연출을 보여주며 충분히 기대에 부흥하는 것 같지만 이상하게 뭔가 엉성하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는 작품을 만들어낸 것 같다.

대부분의 평가는 지브리가 안정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없이도 좋은 작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는 결론을 보이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의견과는 반대로 조금은 아쉬움과 함께 퇴보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쁘지 않은 작품이고,

작품에 빠져들어 즐길 수 있기는 했지만 어딘지 뭔가 어긋나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기도 했다.

메리 노턴의 원작은 관심도 없고,

아마도 읽을 일도 없을 것 같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원작을 새롭게 느껴질 정도로 뜯어고치지는 않았을 것 같고, 영화로 만들 수 있고, 현재 시점에 맞게 수정하는 선에서 그쳤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품을 감상한 사람들은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지브리 특유의 분위기와 매력을 잘 살려내고 있고, 우연한 만남과 이별 그리고 가족애까지 부족함 없이 담아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고 악역을 맡은 가정부의 모습이 조금은 뜬금없기는 하지만 큰 단점으로 보게 되지는 않는 작품이었다.

그런데도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아마도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는 그냥 주어진 각본에 ‘너무 충실했다’는 점일 것이다. 그동안의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 지역 / 공간적으로 유럽에서 일본으로 향하고 있었다면, 이 작품은 지역적으로는 일본의 어딘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공간적으로는 일본인지 유럽인지 헷갈린 느낌을 갖도록 만들어내고 있다. 해외 시장을 생각한 의도적인 연출이라고 생각되기 보다는 별다른 고민 없이 원작과 각본을 그대로 작품에 담아냈기 때문에 발생된 문제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각본에서부터 시작된 문제라는 식으로 말할 수 있기도 하겠지만 그런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한 것도 문제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각본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알면서 그런 문제점를 지적하기에는 많이 부담스럽기는 하겠지만.

소인인 아리에티와 그녀의 가족들의 모습은 전형적인 유럽의 공간과 유럽인들의 모습들을 보이고 있고, 소년 쇼우와 그 주변인들의 모습에서도 이들이 유럽인인지 일본인인지 헷갈리게 그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그 애매한 모습과 설정들 그리고 장면들이 작품에 집중하는데 방해되지는 않지만 완성도에서 애매한 느낌을 갖게 만들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을 우선 하게 되는 것 같다.

좀 더 신경을 쓰고 고민을 했더라면 이야기 구성과 여러 장면들과 설정들이 보다 인상적이고 좋은 장면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지브리 자체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향력 아래에 있기 때문에 다들 어떻게 해야지 더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지를 덜 고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가 워낙 탁월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겨나게 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가 없을 때도 지금 나타난 문제점이 여전히 개선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브리가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지브리이기 위해서는 좀 더 분발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전과 같이 발랄한 소년 소녀가 아닌 조금은 성장을 했고, 고민이 커진 소년과 소녀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성숙한 느낌이 든다는 점도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런 변화에 대한 만족스러움 보다는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과 놓쳐진 것들이 더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이 좋게 말하면 애정 어린 비판일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쓸데없는 핀잔일 것이다.

어떤 것인지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참여하지 않는 앞으로의 지브리의 작품들을 통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전까지는 조금은 불안한 기분으로 아리에티의 아리따운 모습과 지브리가 만들어낸 감탄하게 만드는 멋진 장면들을 충분히 즐겨야 할 것 같다. 아무리 아쉽다는 말만 하더라도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장면들과 소품 그리고 매력은 쉽게 담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이건 여전히 지브리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면들일 것이고, 순간들일 것이다.

자신들이 무엇을 보여줄 수 있고 만들어낼 수 있는지는 충분히 깨닫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문제점도 분명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