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아마도 일본. '로봇'이 실용화된 지는 이미 오래이고, '인간형 로봇' (안드로이드)이 실용화된 지 얼마 안된 시대. 리쿠오는 소유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사미의 행동기록을 체크하던 중 수상한 행동기록을 발견하게 된다. 친구인 마사키와 그 행동기록의 장소에 가보니, 그 곳에는 '이브의 시간'이라는 불가사의한 카페가 있었다.”

TV나 비디오가 아닌 인터넷을 통해서 공개하며 작품이 시작되었고, 반응이 좋았는지 극장용으로 재편집되어 발표된 ‘이브의 시간’은 처음에는 특별할 것 없는 느낌으로 시작되지만 점점 더 작품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인간과 안드로이드가 확연한 차이를 갖고 있고,

그 구분 속에서 살아가는 세상에서 사람들에 따라 그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안드로이드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혹은 그들에게 애정을 갖게 되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이런 것이 일종의 사회 문제로서 생각되는 세상에서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구별이 없도록 만드는 ‘이브의 시간’이라는 카페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화들을 통해서 인간과 기계 그리고 관계를 통해서 겪게 되는 감정들을 이야기 하는 이 작품은 어쩐지 약간은 이미 이전의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서 한번쯤은 접해보았던 소재들 혹은 상황들을 재활용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보다 감정적이고 설득력 있게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극장용으로 하나의 장편으로 새롭게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결국 추가된 장면들에 이미 발표한 작품들을 이어붙이고 있는 수준에서 머물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끊기는 느낌이 들고, 연출력에서는 순간 순간 멋지고 인상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간간히 좀 더 부드럽게 이었으면 좋을 것 같은 서툰 느낌이 드는 장면들이 있어서 약간은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작품 자체가 완결된 내용으로 구성되지 않아서 애매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새로운 시즌이 제작된다는 소식도 접하지 못해서 그런지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서둘러 마무리 짓는 느낌만 들어서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궁금하게 된다.

‘이브의 시간’은 인간과 안드로이드에 대해서 기술적으로 설명하려고 애쓰지는 않는다. 그건 이미 다른 작품들에서 많이 다뤄졌기 때문에 다시 반복하려고 하지 않고, 간략하게 기본 전제와 조건들만 언급할 뿐이고 대부분의 이야기는 각각의 인물들의 관계와 감정들에 대해서 집중을 하고 있고, 이를 통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서로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는 ‘이브의 시간’은

만들어지고 생겨나는 관계와 경험들로 인해서 서로에 대해서 생겨나기 마련인 개인적인 감정들을 따스하게 담아내려고 하고 있다. 그런 감수성이 사춘기적 혹은 과잉된 감정일지도 모른다는 시선도 보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감정을 인상적으로 만들고 공감하도록 만들도록 설득력 있는 연출과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기 때문에 무척 인상적인 작품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 같다.

이제 시작인 느낌이 드는 작품이기 때문에 앞으로 보여줄 것들이 더 많이 느껴지기는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앞으로의 작품들이 제작되고 발표될지 조금은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 같다.

제작진이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인지 조금은 서툴다는 느낌이 많이 들고, 몇몇 설정들이 지나치게 다른 작품들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해서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하지만 무언가가 생각나기도 하고 어딘가 단점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로 인해서 비난하기 보다는 개선되고 나아지기 바란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고 있으니 이미 좋은 작품이라는 뜻이기도 한 것 같다.

아직은 안정적이기 보다는 들쭉날쭉하고 거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좀 더 다듬는다면 훨씬 더 만족스럽고 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다가가기를 어려워하고 서로에 대해서 머뭇거리는 사람들이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곁으로 다가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는 이 수줍은 작품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 많은 사람이 찾아주기를 바라는 것이 솔직한 마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