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활동하고 있는 여성 아이돌 그룹(걸그룹)들 중에서 가장 개성과 실력을 겸비한 그룹이라고 평가되고 있는(무슨 개성이고 실력인지는 모르겠지만) ‘2NE1’의 첫 번째 앨범 ‘To Anyone’은 이전에 발표되었던 YG 소속의 가수들의 정규 앨범들에서 드러났던 고질적인 문제점을 여전히 그리고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그동안 필요 이상으로 높아졌던 그들에 대한 평가가 알아서 낮춰지도록 만들어주고 있는 것 같다.

쉽게 말해서 그들의 이번 앨범은 말 그래도 아쉬움만 느껴지는 앨범이고,

부족함과

성의 없음

그리고 안이함으로 가득한 앨범인 것 같다.

YG 소속의 가수들이 싱글이나 EP 혹은 미니 앨범을 통해서 좋은 노래를 들려주고 개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정규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이게 만든 다음에 그 기대를 철저하게 뭉개지도록 엉망인 앨범을 발표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그들이 괜찮은 곡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은 갖췄지만 좋은 앨범을 만들어낼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들의 한계를 ‘2NE1’의 이번 앨범을 통해서 다시금 확인시켜주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이 문제점은 탁월한 곡은 만들어낼 수 있으면서도 괜찮은 앨범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점에서 ‘앨범’을 만들어낼 수 있는 프로듀서가 없거나, 좋은 노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재주는 있어도 좋은 앨범을 만들 능력도 생각도 없거나 곡만 채워 넣으면 된다는 안이함으로 작업에 임하기 때문일 것이다(아마도 이것들 전부 다 일 것이다).

앨범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물은 앨범에 대한 노력보다는 앨범 발표 직전에 서둘러서 노래들을 채워 넣은 느낌만 들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노래와 앨범보다는 안무나 패션 그리고 다이어트에 더 집중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녀들의 첫 번째 앨범에서 총 12개의 곡들 중

1번 트랙부터 6번 트랙까지는 신곡으로 구성되어 있고,

나머지는 기존에 발표한 멤버 개개인의 곡들과 리믹스 그리고 영어로 부른 곡으로 채워져 있고, 이렇기 때문에 그녀들의 데뷔 앨범은 하나의 앨범이기 보다는 모음집 혹은 리믹스 앨범과 같은 느낌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인지 미니 앨범 두 개를 하나로 합쳐놓은 느낌이 앞선다.

앨범의 구성에서는 실망스럽다면,

곡들의 완성도는 아쉽게만 느껴진다.

1번 트랙인 ‘Can`t Nobody’부터 4번 트랙인 ‘난 바빠’ 까지는 하나의 곡을 이리저리 뜯어고쳐서 4개의 곡으로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개별적인 곡이기 보다는 유사한 느낌만 감돌고 있는 곡들로 분배되어 있고, 대부분의 목소리를 오토튠으로 떡칠을 해서 그런지 그녀들이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개성과 실력이라는 것도 찾아보고 싶어도 찾을 수 없도록 만들어내고 있다.

초반 네 개의 곡이 유행과 클럽이 원하는 노래에 충실해서 어색함을 덜하게 만들려고 하는지 나머지 두곡은 좀 더 대중들이 듣기도 따라 부르기도 편한 ‘아파’와 ‘사랑은 아야야’를 배치해서 조금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기는 하지만 이후의 곡들이 이미 발표된 곡들이고 이전 곡들이 너무 클럽 지향적인 느낌이 들어서 중간에 끼어 있는 두곡은 기존의 곡들과 조금이라도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 일부러 만들어 채웠을 뿐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초반 곡들이 그들의 개성과 실력을 보여주기에는 너무나 기계적인 곡들이었고, 지나칠 정도로 오토튠에 기대고 있는 노래들이었다.

이후의 곡들은 이미 이전에 발표되었던 곡들이기 때문에 특별한 언급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 앨범을 위해서 채워져 있을 뿐이고, 별도로 새롭게 녹음하거나 변화가 느껴지지도 않기 때문인지 그저 앨범에 수록될 곡수를 위해서 삽입된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성의 없고 안이하다는 생각만 강하게 들게 만들 뿐이다.

국내 팬들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그녀들이라며 그녀들의 음악에 그리고 실력에 대해서 유난스럽게 떠들고 있기는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앨범과 신곡들은 그저 허세일 뿐이기만 하다는 느낌이고, 앨범을 혹은 복귀를 알리기 위해서 이제는 해외에서의 관심까지 소개 할 정도로 별짓을 다한다는 생각만 들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와는 별개로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평론가들이라는 집단들에 대해서 좀 더 불신감을 높아지게 만들게 되는 것 같다.

최근 들어서 음악 평론가들은 두 개의 음악들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하나는 해외의 음악과의 동시성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의 내부적인(혹은 이것도 해외의 음악과 유사한 성향의) 복고성인데, 동시성은 최근의 해외 음악의 유행 또는 해외 팝음악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곡들의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보이는 것이고, 복고성은 과거 한국 음악의 들려주었던 탁월한 순간들을 기억하도록 만드는 음악들에 대한 관심과 해외와 마찬가지로 복고적인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는 밴드들과 싱어송라이터들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복고성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평론가들이 많이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혹은 그들의 관심이 음악적이기 보다는 정치적인(386세대의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환상) 성향이 보다 느껴지지 때문에 보다 다듬어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여기서 얘기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고, 동시성에 대해서는 점점 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해외 음악의 유행에 발맞추고 있다는 것과 그런 음악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열광 혹은 호의적인 평가가 가능한 전부이고 그것이 한계임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그리고 그 한계로 인한 공허를 말하기 보다는 ‘비교해도 손색없다’는 것에만 집중되어 얘기할 뿐이라 평론가들이라는 사람들이 평론을 하자는 것인지 뭐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한국에서 더 이상 평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글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미 꽤 예전부터 많이 말했기 때문에 다시금 반복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현재로서는 한국에서는 더 이상 평론가와 평론은 없고 그저 장황한 감상평만 발표되고 있을 뿐이라는 결론만 내리게 되는 것 같다.

현재 가장 유행에 민감하고 그 유행과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YG는 꽤 괜찮은 곡들을 들려주며 관심을 갖게 되면서도 앨범만 발표하면 그게 실력인지 우연인지 헷갈리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의문스러움은 아마도 계속될 것 같고, 앞으로도 해결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의 한계를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고, 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약간의 가능성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도로 내가 박수치리라 기대하면 곤란하다.

난 그다지 열정적인 사람도 아니고 긍정적인 사람도 아니니까.

다이어트 한다는 소식보다 좋은 곡을 그리고 좋은 앨범을 만들었다는 소식이나 접했으면 좋겠다. 잘난 누구 누구가 관심을 보이고 앨범에 참여했다는 소식만으로 등장하기에는 그녀들이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개성도 재능도 아깝기만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