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큰 인기를 끌었고 무척이나 좋아했던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지만 제대로 끝가지 보진 못했었다. 항상 보다가 중간에 끊겼을 뿐이라 어떻게 결말이 났는지 언제나 궁금했고 그게 이제야 풀리게 됐다.
1980년대 만들어진 여러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특히 주목하게 되는 ‘마크로스’는 이후 꾸준히 시리즈가 계속 제작되고 있을 정도로 많은 성공을 이뤄냈다. 로봇이 등장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거대 우주 전함인 마크로스를 중심으로 한 SF적인 요소와 더불어 전투기에서 로봇으로 3단 변형하는 메카인 발키리로 이루어지는 화려한 공중전, 아이돌과 노래라는 소재, 우유부단 주인공과 주변 여성들 간의 삼각관계 등 당대 유행하던 코드를 한데 뭉쳐놓”으며 격렬한 전쟁과 전투만이 아닌 노래와 사랑을 함께 강조해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았고 여러 가지로 색다른 시도를 많이 보여줬다.
“제작진 상당수가 오타쿠 아마추어 창작집단 출신”에 “자신들이 좋아하는 오덕스러운 즐거움을 모조리 이 작품에 쏟아 부었으며, 그 결과 이 작품은 그동안의 애니메이션과는 뭔가 다른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걸작으로 태어나 당시 젊은 시청자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다만 TV 시리즈의 경우 혁신적인 점들도 있지만 걸작이라 하기는 함량미달인 점들도 있어 뭔가 대단하지만 흠잡을 점도 분명해 이걸 어떤 식으로 생각해야 할 것인지 난감할 때도 있다.
“아마추어 출신들이라 자기가 그리기 좋아하는 장면만 엄청나게 공들여서 그려놓고 나머지 장면은 날림 상태로 방치하는 등 통제가 안 돼서 제작이 상당히 난항이었”다니 완전무결한 걸작이라 말하기 보다는 곳곳에 단점이 보이지만 그럼에도 뛰어나다는 평이 알맞을 것 같다. 확실히 엉성한 점도 뭉개진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걸작이라 말하게 된다.
‘마크로스’를 건담 시리즈와 비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설거신 이데온’과 비교를 하고 싶어진다. 외계 문명과 전쟁을 벌인다는 점부터 그런 생각을 하게 되지만 문화라는 점을 끼워 넣어 이데온이 내린 소통불가능성(그리고 파국)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결점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그렇다. 그 대답이 비록 너무 낭만적이고 낙관적이라 할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1980년대 일본의 경제부흥이라는 상황과 맞물려 그럴지도 모른다) 문화라는 것이 갖고 있는 힘을 무척 인상적으로 (나름대로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외계 문명과 전쟁-전투를 통해 접촉한다는 점과 문화-노래라는 요소가 결합시키고 거기에 삼각관계를 더해 좀 더 흥미를 갖게 해준다. 전쟁을 통해서 성장하는 소년-청년에 연상의 여성 그리고 연예인-아이돌이라는 선망의 대상을 함께 섞어내 이전의 애니들과는 다른 분위기가 가득하게 한다.
전투 장면들 또한 이타노 서커스로 불리는 화려하고 현란한 장면들로 만들어 여러 볼거리를 보여줘 건담이 자주 보여준 진지하고 심각함과는 다른 성향을 ‘마크로스’만의 개성을 분명하게 뽐내고 있다.
다만, TV 시리즈의 경우 여러 문제점(작화, 이야기가 줄였다 늘렸다 하는 등)으로 걸작이라고 말하기는 머뭇거리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극장판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로 그 모든 문제점을 말끔히 해결해내고 있어 TV 시리즈의 여러 부족한 부분이 어떤 식으로 개선했는지 생각하며 본다면 좀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좋아하던 애니였는데 이제야 그 끝을 보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