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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도 I 興道 Awakening
반도 II 叛道 Rebellion
황도 III 皇道 Emperor
‘코드 기아스 반역의 를루슈’ TV 시리즈는 좀 더 어린 시절에 접했다면 더 열광하고 환호하며 빠져들었으리라 생각된다.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항상 말하지만) 문제점 많지만 그 문제점을 덮어내는 (혹은 돌파해내는) 힘이 있고 계속해서 이야기가 엎치락뒤치락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어쩌면 그게 전부기도 하고. 고갤 갸우뚱하게 만들고 엉켜지는 부분도 있지만 어떤 불만도 꺼내지 못하게 만드는 장렬한 결말로 다른 말을 못하게 만들고 있다.
뭔가 완성도가 무너질 것 같으면서도 간신히 그걸 지켜내고 있는 점이 이 시리즈의 볼거리고 불안하게 만들지만 망쳐지지 않고 있어 조바심 가득해지는 이상한 몰입감이 있는 시리즈기도 하다. 도대체 어쩌려고 이렇게 진행시키는거야? 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고 저걸 또 저렇게 넘어가 버리네? 라는 감탄도 하게 된다. 아슬아슬한 기분을 갖게 만드는 매력은 분명 있다. 어떻게 본다면 보는 사람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다른 식으로 말하라면 휘청거리며 추락할 듯 하지만 결국 성공해내는 줄타기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극장판 3부작은 한창 인기 있을 때 만들지 어째서 10년 넘게 지난 지금에서야 만든 것인지 잘 이해 되진 않는다. “10주년 이벤트”치고는 후속작까지 만들었을 정도로 무척 거창한 이벤트인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3부작은 TV 시리즈가 갖고 있는 장점을 잘 살려내지 못하고 내용 정리 또한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물이다. 그나마 1부 흥도가 볼만하고 나머지는 엉망이었다. 특히 2부 반도는 TV 시리즈를 본 사람도 헷갈리게 만들 정도로 어순하기만 했다. 3부 황도는? 그나마 강렬한 최후가 여전하니 어떻게든 끝내고는 있다. 게다가 부활을 알리기도 한다.
TV 시리즈는 매회 다음이 어떻게 될지 궁금증을 갖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그게 전부일 정도였다. 하지만 3부작은 그런 장점을 살릴 수 없기 때문에 정리라도 잘했어야 하지만 그것조차 해내지 못해 칭찬할 게 없었다. TV 시리즈의 팬이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겨우.
그런 점에서 이 3부작도 Z 건담 극장판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동일하다 볼 수 있다. 좀 더 집중할 수 없었을까? 더 철저하게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본편 총 50화를 모은 총집편”이고 “신규 컷 추가나 스토리 전개에 변화”도 있지만 결국 모든 중심을 를루슈에 맞췄어야 했다.
“제작진은 장르를 피카레스크 Picaresque 로망이라고 정의”했고, 제목부터 를르슈와 반역을 내세웠으니 그렇게 해야만 했다. 그것 외에는 모조리 걷어냈어야 했다. 그래야지 3부작으로 정리하는 의미가 있었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결과물은 그냥 TV 시리즈를 이것 저것 잘라내고 다듬어냈을 뿐이다.
더 철저하게 를루슈에게 집중했다면, 그의 최종적인 선택이 충동적인 방식이 아닌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좀 더 납득시켰을 것이다. 충격 또한 여전했을 것이고.
결국 코드 기아스는 선택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어떤 극단에 몰려 둘 중 하나를 두고 짧은 고민 속에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마치 체스처럼. 그걸 TV 시리즈는 이런저런 문제점 있어도 강렬한 마무리로 훌륭한 체크메이트를 했다면 3부작은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 없이 만들어 실패작이 됐다. 극장판으로 만들 때는 어떤 식으로 3부작으로 나눌지 신중해야 했다.
아쉽지만 이게 한계였던 것 같다. 그래도 ‘부활의 를르슈’를 보고 싶은 마음을 접게 만들진 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