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끝났다. 엄청난 시간동안 토요일 오후면 항상 우리 곁을 찾아왔던 예능프로였다. 처음에는 아마도 토요일 4시 정도에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에 차승원하고 석탄인가 옮기는 걸 했던 걸로 기억한다. 처음에 이 프로가 했을 때 '저건 뭐냐?'이런 생각을 했다. 어디서 유치한 것이 나온다는. 제목도 무모한 도전이었고 출연지도 당시에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예능인들이었다. 유재석도 당시에는 지금처럼 유느님도 아니었다.
유재석이 앞장 서 있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딱히 누가 이끈다는 느낌은 없었다. 처음 이야기처럼 어딘지 조금 모자란 사람들이 모여 웃는 프로처럼 보였다. 일반적이지 않은 예능인들이 모여 조금은 바보같은 행동을 보여주며 웃기는 슬랩스틱 코메디가 아닌가도 했다. 그렇게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프로는 진행이 되었고 출연진도 하나 둘씩 교체가 되며 중구난방이라는 느낌도 많이 들었다.
언제부터 <무한도전>을 제대로 보기 시작했는지 그건 기억나지 않는다. 과거에 했던 프로그램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전철과 경주하는 것이었다. 전철이 출발하는 시간과 무한도전 멤버들이 출발해서 특정 거리에 누가 먼저 도착하느냐였다. 단순히 볼 때는 저게 뭐 대단한것이라고 저 난리를 치는지 웃겼다. 이기겠다고 미리 연습하고 노력하는 걸 보면서 재미있었다. 내 생각에는 그 정도 거리는 충분히 사람이 이길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럼에도 출연진은 대부분 조금 운동능력 등이 모잘랐다고 봣다.
당시에 그걸 보며 치어리더도 나오고 상당히 왁자지걸하게 펼쳐졌다. 의외로 재미있었다. 별 것 아닌것 같은에 열심히 하는 그들을 보며 빠져들었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기억에는 전부 실패했던 걸로 안다. 생각보다 어려웠나보다. 그때부터 난 무한도전을 본격적으로 본 것이 아닌가한다. 시청자와 동반하고 함께 성장한다는 표현이 아마도 무한도전만큼 적절한 프로도 없지 싶다. 이전까지 예능프로는 특정 포멧으로 계속 이어지다 폐지되었다.
특히나 야외 예능이라는 형식을 제대로 정착시킨 프로다. 그전까지는 대부분 앉아 이야기하는 토크 프로가 대세였다. 특히나 유재석이 오랜 무명을 벗어나게 해준 <토크 박스>나 그 이후 몸을 쓰는 프로도 대부분 실내에서 진행했다. 더구나 그 전까지 출연진들은 몇 개의 카메라가 이들을 보여줬다. 같은 프레임 안에 들어와야 했다. 각자 어떤 일을 하든 가운데 자리가 아니라면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상태였다.
무한도전은 이를 개선했다. 사내에 카메라가 없어 외부에서 카메라까지 동원했다고 한다. 모든 인물에게 카메라를 한 대씩 고정했다. 거기에 전체를 보여주는 카메라까지. 이때부터 예능은 완전히 달라졌다. 더이상 실내에서 머물지 않게 되었고 관찰카메라라고 하여 한 명씩 조명해줬다. 예전같으면 아무 의미없었을 행동을 의미로 만들어줬다. 거기에 이전까지와 달리 자막을 활용했다. 한 때는 정신사납게 문화파괴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이렇게 무한도전은 한국 예능 역사에 있어 큰 획을 만들었다. 무한 도전 이후는 그 어떤 프로도 무한도전의 아류라는 의심에서 벗어나기 힘들 정도였다. 소소하고 다소 평범한 이야기도 분명히 있었지만 거대한 프로젝트나 기획은 다른 프로에서는 도저히 따라 올 수 없었다. 스포츠 댄스, 동계 올림픽, 레슬링, 조정경기 같은 것들은 몸을 활용한 내용이었다. 재미있게도 누가 봐도 출연진은 전부 다소 신체능력과 운동능력이 떨어졌는데 그들이 해 내는 걸 보며 감동을 받았다.
거기에 우연히 하게 된 가요제는 단순히 예능프로가 아닌 가요계 자체를 변하게 만들었다. 큰 히트를 친 음원도 있었다. 무엇보다 생각지도 못한 콜라보가 새로운 노래를 만들었다. 최근에 90년대 가요계를 조명한 프로는 사람들에게 과거를 다시 추억하게 만들었다. 탈도 많았고 흥도 많았던 프로가 시간이 지나며 출연진에게 엄청난 무게로 다가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묵묵히 제 자리에서 늘 열심을 다한 유재석이 중심을 잡았지만 그 외 멤버들은 무척 힘들었던 듯하다.
예능 프로그림일 뿐인데 어딘지 모르게 조금이라도 나쁜 짓은 하면 안 되다. 늘 착한 사람으로 살아야한다. 더구나 워낙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화제성 1위 프로다보니 점점 버거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는 어떤 걸 해도 평균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는 한계까지 왔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더 하는 걸 원하지만 솔직히 이제는 예전처럼 <무한도전>을 찾아 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저 습관처럼 그 시간에 TV에서 하고 있으니 볼 뿐. 그 마저도 틀어놓고 다른 짓을 할 때도 많아졌다.
한국은 유독 하드캐리해야한다. 외국처럼 시즌제로 한다면 훨씬 더 퀄리티있는 작품이 나올텐데. 드라마든 예능이든 멈춤없이 계속해서 매주마다 만들어 낸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과어 어떤 프로가 끝나거나 누군가 은퇴했을 때 내 어떤 시기가 지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마이클 조던이 은퇴했을 때 내 청춘도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무한도전은 그런 생각은 다소 드물었지만 그래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는 느낌은 든다.
마지막 종영에 원년멤버들이 함께 했었으면 했다. 거기에 중간에 출연했던 - 특히 고정멤버로 - 출연진들이 다함께 나왔으면 참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무한도전이라는 예능프로답게 담담하게 끝을 맺었다. 시끄럽지 않게 물러난다는 의미였다. 반대로 볼 때 다시 다음에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도 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기대를 품고 마지막을 보지 않았을까.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길 기대한다. 시즌제로 하면 훨씬 더 재미있는 포맷으로 오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