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도 살아가는 거야. 날마다 즐겁게 "
< ▲ 정말 별 것 아닌 장면일 수도 있겠지만, 참 좋았던 장면 >
<태풍이 지나가고>는 어떤 영화인가? <태풍이 지나가고>는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대를 받았던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입니다. 장편 데뷔작 <환상의 빛>부터 시작해서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 언제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즐겨해왔던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다시 한번 자신이 제일 잘하는 이야기를 갖고 돌아왔네요.
아내와 관계는 끝이 났지만 그래도 아들에게만큼은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던 '료타'
하지만 그는 아직은 미성숙하게 느껴지는 철이 덜든 어른이었습니다
< ▲ 과거에는 문학상까지 받았던 작가였지만 지금은 흥신소 일을 하고 있는 '료타' >
과거에는 문학상을 받았을만큼 명망 높은 작가였지만 그것도 벌써 15년전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의 '료타'(아베 히로시)는 다시 글을 써보려고 하지만 첫 장도 쓰지 못할 정도로 슬럼프에 빠져 있었고 '만화'의 원작을 써보라는 제의를 받을만큼 예전의 명성은 많이 사라져버렸는데 그 사이 아내 '쿄코'(마키 요코)와의 사이도 틀어지면서 헤어지고 말았으나 그래도 아들 '싱고'(요시자와 타이요)에게 만큼은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아이의 양육비를 구하는 것마저도 벅찼던 료타는 '흥신소' 일을 하면서 돈을 벌었는데 그마저도 좋아하는 '경륜'을 끊지 못하면서 버는 돈을 족족 날려버리기 일 수였죠. 이처럼 어느덧 중년이 되어가고 있음에도 아직은 책임감이 부족해 보일 정도로 미성숙해 보이던, 스스로를 '대기만성 형'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그게 참 오래 걸리던 료타는 아직 '철이 덜든 어른'이었습니다.
미래가 아닌 과거만을 바라보고 있던 인물, 때문에 그의 현재는 불확실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태풍이 몰아치던 날 밤은 그에게 어떤 계기가 되는 시간이었는데..
미련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런 것들을 내려 놓을때 얻게 되는 행복
< ▲ 료타는 아들에게만큼은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는데.. >
그런데 어쩌면 료타는 앞으로 나아갈 미래가 아니라 과거만을 바라보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아내와의 어긋나버린 관계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하고 아내의 뒤를 몰래 캐는가 하면 문학상을 받기도 했었기에 '작가'로서의 미련 역시 놓을 수 없었던 그는 흥신소 일을 하면서도 그 모든 것이 '책을 쓰기 위한 과정'이라고만 여기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그의 현재는 불확실하고 외로울 수 밖에 없었고 계속 제자리 걸음을, 아니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던 것이기도 했던 것이죠. 그런데 한 차례에 거센 태풍이 몰아치던 어느날 밤 어쩌다보니 한 자리에 모이게 된 가족들과의 자리에서 나누는 대화들은 그가 놓지 못하고 있었던 미련들을 어느 정도 날려보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었습니다. 행복은 조금씩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이미 지나가버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미련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런 것들을 내려놓을때 얻게 되는 행복의 소중함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됐던 것이죠.
이제는 뒷걸음질 치는 것이 아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전환점이 됐던 시간
그것만으로도 료타에게는 충분히 커다란 변화이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되고 싶은 미래에 완전히 부합되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 ▲ 몰아치던 태풍으로 인해 같이 하룻밤을 보내게 되면서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였던 가족 >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의 삶에 극적인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오랜 시간을 그렇게 살아온 료타였기에 갑자기 변한다는 것은 사실 말도 안되는 것이죠. 하지만 여느 때와 달리 조금은 홀가분해 보이던 그의 모습은 이제 뒷걸음질 치는 것이 아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하게 된 것으로도 보였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그에게는 충분히 커다란 변화이기도 했으니까요. 누구나 되고 싶은 미래에 완전히 부합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현재에 타협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임을, 그리고 꿈꾸던 것과 다른 인생을 산다고 해서 그것이 행복하지 않은 삶을 아님을, 즉 '행복의 의미와 우리네 인생'을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던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였던 것이죠.
싫어했던 아버지와 어느덧 닮아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고
몰랐던 아버지의 깊은 속내를 알게 되는 '료타'
그리고 역시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닮아가고 있었던 아들 '싱고'
< ▲ 되돌릴 수 없는 과거였음에도 이제는 헤어진 아내 쿄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료타 >
그리고 그토록 싫어했던 아버지의 모습과 어느덧 닮아 있는 자신의 모습을 봤고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깊은 속마음을 알게 된 '료타'는 역시 자신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던 아들 '싱고'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고 성공의 확률이 100% 보장되지 않는 미래이지만 그래도 아직 어린 아들은 '꿈'을 갖고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미래뿐만이 아니라 어느 정도 '현실'을 바라봐야 하는 자신과는 달리 아이에게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미래가 존재했으니까요. <태풍이 지나가고>는 이처럼 한단계 성숙한 어른이자 아버지가 되어가던 료타를 통해 '어른이 된다'는 것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누구나 그렇게 조금씩 성장해가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그 깊은 의미를 깨달아가는 것임을 이야기하는 것으로도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의외로 유쾌하게 느껴지기도 했던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그리고 료타의 어머니 '요시코'를 연기한 배우 '키키 키린'이 만들어내는 장면들에서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았기에 가슴 뭉클하게 와닿기도 합니다
< ▲ 어머니 '요시코'를 연기한 배우 '키키 키린'이 만들어내는 장면 장면들에선 가슴 뭉클해지기도.. >
그런데 이렇게 쓰여진 글만 보면 매우 진중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는 작품이지만 <태풍이 지나가고>의 분위기는 의외로 유쾌하기도 했는데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낸 일등 공신은 바로 료타의 어머니 '요시코'를 연기한 배우 키키 키린 덕분이었습니다. 그녀의 위트 넘치던 대사들이 만들어내는 웃음들이 영화의 분위기를 전환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인데, 이렇게 웃음을 주는 인물이었지만 그녀가 연기했던 어머니의 모습에서는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들이 보이는 것만 같았기에 장면 장면 가슴 뭉클하게 와닿기도 했습니다. 그 깊은 눈빛 속에 담겨 있던 인생의 연륜까지 훌륭하게 연기해낸 배우 키키 키린,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물론 좋았지만 단연 돋보이는 것은 바로 그녀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