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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60만번의 트라이] 후기/리뷰

사실 영화의 포스터를 슬쩍 지나가면서 봤을때는 럭비선수의 등짝이 보이는 사진을 봤을뿐이라 미식축구 영화인가? 그럴듯한 휴먼영화에 영웅심 가득담긴 감동코드가 예상되었다. 하지만 [60만번의 트라이]는 내 예상과 정반대! 영화라기 보다는 다큐에 가까운 취재영상이었다. 최소한의 인터뷰 요구사항은 있었겠지만 소년들이 흘린 땀과 눈물, 그리고 열정은 절대로 각본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것이었다. 진짜구나 이건... 그래서인지 가슴이 뭉클해지고 영화 보는 중간중간 눈물이 날것같은걸 참느라 혼났다. 슬퍼서 눈물을 흘리는게 아니라 가슴벅차서 흘리는 눈물이랄까.

이 아이들은 일본에 살고있는 재일교포 3세 4세 이다. 그중에서도 고급조선학교(고등학교)의 럭비부 아이들이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다. 과거에는 공식적으로 전국대회에 참가조차 할 수 없었던 조선학교의 선수들. 지금은 대회참가자격도 주어지고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럭비부였다.

일본의 고교대항전에서 한국어 응원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 그들은 일본어가 훨씬 편하지만 어눌하더라도 모국어를 사용하려고 애쓴다. 그래서인지 일본어를 섞어 말하는데도 왠만해선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물론, 관객들의 편의를 위해 대부분 자막을 제공하고 있다. 재일교포는 단순히 타향생활을 하는 한국인이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 사회를 이루고 있고, 모국의 역사와 문화를 더욱 소중히 여기고 있다. 교육현장에서도 그런 기본적인 정신을 가르치고 있고 그렇게 배운 아이들은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의 피에대해 긍지를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선학교가 우리나라의 분단이후 아무런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일때 많은 지원을 한것이 북한이라고 한다. 그래서 조선학교출신 선수들이나 인재들이 북한으로 유입되어 일을 하는경우도 많은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북한국적을 가진것은 아니다. 국적을 한국이나 북한이 아닌 분단전의 조선으로 간직하고 있는 그들. 표면적으로는 일본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본사회에서도 제대로 인정받지는 못한다. 심지어 영화에 등장하는 시기에는 새로 바뀐 정부관료가 조선학교의 지원금도 끊어버리고, 전국 고교무상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유일하게 조선학교들만 제외되는 사태를 보여준다.

앞에서는 웃으며 뒤에서는 딴소리하는 전형적인 일본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관료. 그들은 조선학교를 북한의 사상교육을 받고있는 불온한 단체로 여기고 있었다. 사실, 나역시도 조선학교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북한출신의 이민자가 다니는 학교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하지만 실제로는 조선이라는 모국을 그리워하고 하루빨리 통일이 되기만을 염원하는 그누구보다도 애국심이 넘치는 사람들이었다. 영화에는 정치적인 내용은 등장하지 않는다. 곳곳에 숨어있는 화합의 목소리가 들려올 뿐이다. 물론, 수학여행을 북한으로 가는부분에선 조금 놀랍기도 했다.

▲ 옥동자가 생각나던 럭비부 소년

▲ 멋진 인성을 지닌 조선학교 럭비부 감독님

아이들에게 '스포츠는 재일교포 사회를 인정받게 하고 발전되게 하는것이다.' 라며 강의를 하던 럭비부 감독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들에게 럭비란, 스포츠란, 단순히 청춘의 열정만을 불태우는것이 아닌 미래로 나아가는 사명인것이다. 그런 사명감을 가지고 달리고 또 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일본인들의 인식뿐 아니라 우리의 인식도 바뀌어야 할것 같다. 그들은 반쪽짜리 한국인이고, 우리는 오리지널 한국인이라며 은근히 따돌리고 비하하는 마음가짐은 절대로 없어져야한다. 제2의 추성훈을 더 이상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같은 민족임을 인식하고 서로 화합하고 좋은 방향으로 발전되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 영화였지만 각본조차 없이 아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것이 훌륭했다. 개인촬영장비를 사용했는지 예전의 영상들이 다소 화질이 안좋긴 하지만 별문제가 될것같진 않다. 좋은 영화였고 주변에 꼭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