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완전보험 주식회사] 공연후기 #

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는 4층의 '공간 피꼴로'에서 공연중

<2014. 9. 17 관람티켓>

난 B열에 앉아서 봤다. A,B,C 열까지는 무대가 조금 높아보이기도.

이날은 2층객석까지는 관객이 차지 않았던걸로 보인다.

공연장 앞에는 따로 준비되어있지 않아서 깜박하고 못본 사람은 아쉬울듯.

더블캐스팅 배우가 두 배역뿐이라서 사실 캐스팅 보드는 없어도 그만이다.

더블캐스팅 역할이 둘뿐이라 굳이 전체 캐스팅을 올릴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여튼, 하트 스티커가 붙어있는 배우들이 이날 본 캐스팅이다.

한보장 역(박훈 배우): 얼핏 잘못들으면 한부장으로 들리는 보장. 하지만 직급은 팀장, 일에 매우 집착하는 성격으로 보험을 설계하는 일을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보헙가입권유사원이 아니라 보험을 만들어낸다. 박훈 배우는 다른 공연에서도 검증된 실력이지만 역시나 안정된 노래와 연기력을 보여줬다.

신다정 역(김효연 배우): 회사에 스카웃되어 들어온 팀장. 한팀에 팀장이 둘이라고? 게다가 한보장과는 어떤 인연이 있는것 같다. 예전에 부부사이였던 둘은 회사사람들에겐 비밀로 하고 티격태격하면서 일을 해나간다. FM이라고 본인을 소개하긴 했지만 마음여린구석이 많은 캐릭터다. 김효연 배우의 아담하면서 단아한 외모가 꽤 어울리는 배역이었다. 박훈 배우와 앙상블이 많았는데 호흡이 잘맞아서 듣기에 매우 좋았다. 

차민준 역(정재헌 배우): 차대리. 멀티역을 하는데 평소모습과 박사로 분장했을때의 모습은 완전 딴판. 주인공은 아니지만 나름의 에피소드도 가지고 있어서 애착이 가는 캐릭터다.

전지현 역(김현진 배우): 유명한 이름 전.지.현! 그래서 성까지 붙인 풀네임으로 불리는걸 좋아하는 노처녀(?) 이다. 홍지민 배우가 더블캐스팅으로 공연중인데 느낌이 달라도 너무 달라~! 일단 김현진 배우는 너무 말랐고, 홍지민 배우는... 그래서 각각의 캐스팅으로 공연을 두번 봐도 색다른 느낌이 들것같긴 하다. 다양한 멀티역할을 하는데 젊은여성,중년여성,할머니까지 각각의 캐릭터가 다 개성적이었다. 연기력이 돋보이던 배우. 노래도 많이 하는데 고음을 지르는 부분에서 조금 힘이들어보이긴 했다. 노래는 홍지민 배우가 좀 더 듣기좋은것 같은데 배역에는 김현진 배우가 더 잘어울리는 캐스팅이라고 생각된다.

▲ [완전보험주식회사] 프레스콜 영상

홍지민 배우의 연기는 어땠을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현재 공연은 프레스콜 영상보다 더 나아진걸로 보인다.

영상이 음향을 제대로 못잡았는지 소리가 아쉬운데 공연장에서는 甲!

구가혜 역(백주희 배우): 키크고 예쁘게 생긴 배우라서 그냥저냥 이쁜척하는 역할이나 할줄 알았는데 왠걸? 제대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구가혜 역은 방송인 '현영'의 코맹맹이 소리가 연상되었고 백치미가 느껴져서 재미있는 캐릭터로 기억남는다. 그 외에 각종 멀티역할을 하는데 구가혜와는 정반대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들어도 기분나쁘지 않을 욕쟁이여자 역까지 코믹한 부분을 제대로 맡아주었다. 

장동빈 역(임기홍 배우): '완전보험주식회사'의 재미를 200%, 아니 300% 끌어올려준 장본인. 영화에선 이런배우들을 보고 씬스틸러라고 하던가? 주인공보다 장동빈이 더 기억에 남는다. 임기홍 배우의 키가 작아서 그것만으로도 재미있는 장면을 많이 연출할 수 있는데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개그와 느끼함까지. 팔방미인 캐릭터라고 말하고 싶다. 구가혜(백주희 배우)와 콤비로 관객들을 폭소하게 만든 배우이다. 역할자체도 재밋었지만 연기가 어찌나 천연덕스러운지 노련함이 보여서 매우 좋았다.

이번에도 공연시작 직전에 입장해서 공연장을 한컷도 담지 못하고 공연이 끝난후에 무대를 한장 찍어봤다. 일단 공연장 시설이 매우 맘에 든다. 좌석은 영화관 좌석에 버금갈정도로 푹신하면서 앞뒤간격이 넓어서 다리를 편하게 하고 볼 수 있었다. 앞좌석과의 단차도 충분해서 앞사람 머리때문에 무대가 안보이는일도 없었고, 음향시설이 특히나 좋았다. 고음이나 큰음악이 나올때도 스피커파열음은 전혀 느끼지 못했던...(심지어 스피커 근처자리에 앉아있었다.) 조명효과도 적절하게 잘 사용했고, 무대도 모던하면서도 발랄한 분위기로 심플하게 꾸며져서 좋았다. 숫자가 써있는 의자는 소품으로 집에 사다두고 싶은 생각이 들정도로 심플하고 맘에 들더라.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배우들의 호흡도 척척 잘맞았고, 관객들의 호응도 매우 좋았다. 뮤지컬 노래를 들으면서 자연스레 박수를 치며 함께 참여하기가 쉽지가 않은데 노래들이 대부분 발랄하고 유쾌해서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박수를 치며 호응하게 되었다. 최근 많이 나오는 외국에서 가져온 대형뮤지컬들도 좋지만 뭔가 쇼의 형식은 많이 사라지고 스토리에만 치중해서 진지해져가는게 지루할게 느껴질때도 있었는데, [완전보험주식회사]는 창작 뮤지컬임에도 전통적인 쇼뮤지컬의 형태를 잘 살려 우울한 소재마저도 쾌활하고 즐겁게 승화시켜버렸다.

보험과 이혼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공연의 기대감이 낮았던게 사실이다. 주변에서도 '별로 재미없을것 같은데?'라면서 이혼얘기 나오자나, 신파 아니야? 이런 말들까지 들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근래 보기드문 쇼와 코믹, 그리고 로멘스까지 있는 즐거운 뮤지컬이었다. 캐스팅을 바꿔서 한번 더 보러갈까도 고민하게 만든 추천할만한 창작 뮤지컬이다. 대학로 뮤지컬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는것 같다. 

한편으론 개인취향일수도 있겠지만 진지하고 사회풍자적인건 연극에서 채우고 뮤지컬에선 가능하면 신나게 즐기고 싶다. 그렇다고 뮤지컬이 사회풍자 부분이 없는건 아니다. 특히 [완전보험주식회사]는 대한민국의 가장 심각한 문제중 하나인 이혼문제에 대하여 이런 방향으로 해결해보는건 어떨까? 하는 대안을 제시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영화 [제보자]가 곧 개봉되는 시점에 극중에서도 '세울대'&'황박사' 등의 에피소드도 등장한다. 억지스럽게 넣은게 아닌 스토리와 연관성있게 적절하게 들어간 풍자와 패러디도 볼만하다.

큰 기대없이 관람했다가 대박을 건진듯한 기분에 기분이 아주 좋다. 티켓가격도 로열티를 내며 공연하는 대공연장의 뮤지컬의 반의반값밖에 안되는데 만족도는 훨씬 좋은것 같다. 아직 공연시작한 초반이라서 할인정보도 찾아보면 많이 있을것 같은데 공연기간이 짧은게 조금 아쉽다. (9월11일 ~ 11월2일)까지 공연일정이 계획되어 있다. 아래 커튼콜 영상을 끝으로 [완전보험주식회사]의 공연후기는 마무리지어야겠다. 

너무 극찬하는 느낌으로 글을쓴것 같아서 혹시 대놓고 홍보라도 하는거 아닌가 의심하는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이 생긴다. 하지만 다른 후기들을 보면 알겠지만 솔직하게 후기쓰는게 기본 모토라, 재미없으면 재미없다고 쓰니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완전보험주식회사] 커튼콜 영상

주요 넘버들을 부르면서 커튼콜도 신나게 마무리.

고생하셨습니다 (짝짝짝!)

<2014. 9. 17 대학로 뮤지컬센터 '공간 피꼴로' 관람>

# 2014년 카라의 43번째 공연후기 마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