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신을 발견하기에 늦은 때란 없어 "
전 개인적으로 프랑스의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합니다. 모든 작품이 언제나 큰 만족감을 주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그 부드러운 프랑스어 발음을 듣는 것이 좋고 프랑스 로코 특유의 톡톡튀는 리듬감이 좋으며 '파리'등 아름다운 유럽의 도시들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유럽의 정취를 만끽하는 것이 좋으니까요. 그래서 프랑스 로코를 보면 언제나 기본 이상의 재미를 느끼게 되고 그래서 극장에 걸리면 대부분 챙겨보곤 하는데 지난 2월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 이후로 오랜만에 다시 한 편의 프랑스 로코가 개봉했네요. 바로 이 작품 <서른 아홉, 열 아홉> 입니다.
서른 아홉 '알리스'와 열 아홉 '발타자르' 스무살 차이 나는 이 커플 !
'한참 어린 젊은 여자를 만나는 남자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
그 반대의 경우는 왜 특별하게 생각하지 ?'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던 영화
< ▲ 열아홉 '발타자르' & 서른 아홉 '알리스' >
" 뉴턴은 일생 일대의 발견을 했다.
그의 머리 위로 사과가 떨어졌을때...
나에겐 그가 남기고 간 한짝의 운동화가 그러했다 "
매우 상투적이고 흔한 말로 사랑에는 국경이 없는 법, 사랑한다면 나이는 중요하지 않은 법이라고들 하죠. 그것은 이 작품 <서른 아홉, 열 아홉>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서른 아홉살과 열 아홉살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니까요. 때문에 누군가는 이런 두 사람의 관계를 가르켜 '도둑놈', 혹은 '원조 교제'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가 특이한 것은 여자 '알리스'가 서른 아홉살이고 남자 '발타자르'가 열 아홉살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남자가 서른 아홉이고 여자가 열 아홉이었으면 별로 궁금하지 않았을 영화였을테고 많이 다른 분위기의 영화가 됐겠죠? 그런데 이런 남녀의 나이 차이, 무려 스무살의 차이가 결코 평범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나이 많은 남자가 젊은 여자를 짝으로 맞이 하는 경우는 종종 보더라도 그 반대의 경우는 보기 쉬운 것이 아니기도 하구요. 그런데 이 영화는 그렇게 생각하는 시선에 대해 '이게 뭐가 어때서?'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 영화로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좋아하는 프랑스 로맨틱 코미디의 장점이 가득 담겨 있는 영화
좋은 음악, 멋진 정취, 그리고 밝고 유쾌한 분위기 !
< ▲ 알리스에게 있어서는 그저 '연극'으로 시작된 관계였지만
그 관계가 지속되면서 조금씩 상황은 변해가게 됩니다 >
남자들이 자신보다 한참 어린 젊은 여자를 만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여자가 자신보다 한참 어린 젊은 남자를 만나는 것은 특별하게 바라보기도 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비꼬기라도 하는 것 같았던 영화 <서른 아홉, 열 아홉>. 그래서 영화는 의도적으로 자신보다 한창 어린 나이의 애인을 곁에 두고 있던 알리스의 남자 상사를 비롯해서 발타자르의 아버지를 등장시킵니다. 그들의 모습과 알리스 & 발타자르의 모습이 다를 것이 뭔가? 라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하구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냉소적인 느낌이 가득 들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영화 역시 제가 좋아하는 프랑스 로맨틱 코미디의 스타일 그대로 담겨 있는 영화였기 때문이죠. 좋은 음악, 멋진 정취, 그리고 밝은 분위기까지, 그래서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그런데 사실 알리스와 발타자르의 관계는 처음부터 '사랑'으로 시작된 관계는 아니었습니다. '성숙한 여자'를 좋아하던 발타자르는 비행기에서 만났던 알리스에게 첫 눈에 반하긴 했지만 알리스는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연극으로 시작된 발타자르와의 관계였지만 그와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알리스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여자'로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 ▲ 알리스 역의 여배우도 처음 보는 배우인데 역시나 참 매력적인 프랑스 여배우
그리고 '발타자르'를 연기한 남자 배우는 '이브 생 로랑'에서 '이브 생 로랑'을 연기했던 그 배우 ! >
철두철미한 성격의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자 딸을 둔 엄마였던 '서른 아홉살' 알리스는 처음엔 '열아홉살' 발타자르를 그저 어린 아이로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확고한 입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 회사에서 조금씩 그 자리를 위협받게 되면서 그녀는 변화를 결심하게 되죠. 나이를 먹어가며 어느덧 스스로 고착시켜버리고 있었던 스타일을 바꿈과 동시에 '젊은 피' 발타자르와 함께 하면서 자신의 이미지까지 다르게 보이게 하려는 '연극'으로 발타자르와의 관계를 시작한 것이었는데 그렇게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작된 관계이지만 그 관계속에서 알리스는 조금씩 변해갑니다. 의기소침해지면서 잃어버렸던 '자존감'을 회복하게 되고 잘 돌아가는 회사의 부품처럼 오로지 '일'만을 보고 달려왔던 인생 속에,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잃어버리고 있었던 '여자'로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인데 <서른 아홉, 열 아홉>은 이 두 사람의 관계를 웃음지으면서 볼 수 있도록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는 영화였습니다.
다만 온전히 여자인 '알리스'의 시선에서만 그려지는 영화
때문에 남자인 '발타자르'의 감정을 공감함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작품 <서른 아홉, 열 아홉>
< ▲ 깨알같은 웃음을 안겨줬던 '발타자르'의 아버지 >
이렇게 연극으로 시작된 띠동갑 + 8살 연상 연하 커플이 어떤 결말을 맞이 하게 될지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확인해 보시는 걸로 하고, 작품에서 '알리스'를 연기한 진짜 나이 39살의 여배우 '버지니아 에피라'는 극중 나이와 실제 나이가 동일해서인지 극중 인물의 감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었고, 최근에 봤던 <이브 생 로랑>속의 '이브 생 로랑'을 연기한 '피에르 니네이'는 이번 작품에선 또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습니다. 정말 개성 넘치는 좋은 배우인 것 같다는.. 게다가 '발타자르'의 아버지를 비롯해서 '알리스'의 직장 상사와 친구, 그리고 그녀의 누나 등등 영화속 개성 넘치는 인물들은 적은 분량이지만 웃음 가득 안겨주기도 하는등 확실히 그 역할을 다하고 있기도 했구요. 다만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영화가 완전히 '알리스'의 시선에서만 그려지기 때문에 '발타자르'의 감정을 공감함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있기도 했는데 이 부분 역시 의도적인 것이겠죠? 근데 이렇게 조금은 독특한 스타일의 로맨틱 코미디를 연출한 감독이 <뎀>과 <디 아이>등의 공포영화를 연출했던 남자 감독이라는게 의외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