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동체시력'을 가졌다는 설정은 매우 좋아,

영화 <슬로우 비디오>

2010년 기대이상의 슬리퍼히트를 쳤던 영화 <헬로우 고스트>의 김영탁 감독과 차태현의 4년만의 재만남입니다. 제목도 <헬로우 고스트><슬로우 비디오> 3글자3글자 영어제목의 조합으로 비슷하고, 전체적인 느낌도 어느정도 비슷한데요. 그때와 같은 기대이상의 흥행을 바라볼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 영화 슬로우 비디오 줄거리는.. 누구보다도 뛰어난 '동체시력'을 가진 '여장부 (차태현)'. 하지만, 그 능력은 세상과의 단절을 낳고, 그는 성인이 되서 cctv 관제센터에서 일하게된다. 그 곳을 통해, 자신의 어릴 적 첫사랑과 닮은 여자를 보게되는데.. 

주인공이 가진 '동체시력'이란, 움직이는 물건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으로, 그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빠르게 움직이는 것들도 느리게 모두 파악하면서 볼 수 있는 능력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한 단점이 너무 커서 정상 생활이 힘든데, 그것을 통한 코믹과 감동을 담아낸 영화가 바로 <슬로우 비디오>지요. <슬로우 비디오>란 제목도, 그런 그의 능력으로 인해 세상이 '슬로우 비디오'처럼 자신에겐 보이는 현상을 말하기도 합니다. 

<헬로우 고스트>의 깜짝흥행을 재현해낼 수 있을까? <헬.고> vs <슬.비>

이 작품을 말하면서, 사실 감독의 전작인 <헬로우 고스트>를 언급하지않을 순 없겠더군요. 전체적인 흐름이나 분위기가 비슷한 느낌이고, 주연까지도 같은데, 그게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사실 <헬로우 고스트>의 흥행요인은, 당시 제가 봤을땐 '후반의 반전요인'이 상당히 컸습니다. 일종의 변칙? 반칙?이라고 생각해도될만큼, 반전적인 요인을 당시 홍보 등에서 내세우지않은 상태에서 보러갔는데.. 후반에서 반전으로 인해 밀려오는 감동이 어마무지하게 컸었습니다. 대신, 그 앞의 코미디가 웃음이, 개인적으론 상당히 별로였거든요. 그렇게 웃기지 않았던 코믹을 앞에 두고, 영화가 별로다 할때쯤- 후반의 반전으로 인해 앞의 것을 확 되돌아보게하는 그런 재미가 있던 영화로, 사실 앞과 뒤가 너무 다르고, 전반이 마치 후반의 반전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슬로우 비디오>는 어땠을까요? 일단 '헬로우 고스트'같은 변칙 반전은 없습니다. 대신, '설정적인 후반의 전환'은 조금 있습니다만, '헬.고'같은 반전의 전개는 아닙니다. 어떻게보면, 전작의 반전법칙을 쏙 빼고, 잔잔한 코미디와  동화같은 드라마로 승부를 건 셈인데, 베스트는 아니지만 워스트도 아닙니다. 딱 적당히 가볍게 웃고 가볍게 뭉클하게 볼만한 가족오락영화의 느낌?

<헬.고>도 그랬지만, <슬.비>도 그렇게 연출력이 좋다거나 이음새가 좋다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중간중간 불필요한 장면도 많고, 이음새도 툭툭 끊어지는 등, 연출이 그렇게 자연스럽진않았는데요. 대신 영화가 상당히 착하고, 동화같은 느낌이 물씬 나서 보기에는 좋았습니다. 

가벼운 코웃음이 쳐지는, 잔잔한 웃음만이?  배우들은 괜찮은 편. 

 전반을 차지하는 웃음 코미디부분도, 막 웃기지는 않지만, 적당히 웃기되, <헬.고>처럼  의외로 '잘 안 먹히는 대사 코미디'가 많습니다. 그건 아무리 웃기는 차태현이라고 해도, 대사 자체가 안 웃기면 웃기지않는거더군요. 김영탁 감독님의 코미디는, 개인적으로 봤을때 <헬.고>에 이어 <슬.비>까지 그렇게 폭넓게 막 웃기는 코미디는 아닌것 같더군요. 코웃음이 가볍게 쳐지는 웃음이 많습니다. 

대신, 배우들은 물 만난듯 잘 움직이더군요. 차태현씨야 말할필요 없고, 남상미 씨가 무척 매력적으로 나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예쁜데, 극 중에서 행동하는 것까지 예쁘니 극 중 '여장부'가 좋아할만하겠더군요. 그 다음으로는 오달수 씨 정도가 빛나고, 김강현, 진경, 고창석 씨가 조금씩 나오는데 캐릭터 활용도는 생각보다 많이 낮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헬로우 고스트>와 <슬로우 비디오>는 비슷한 느낌입니다. 딱 하나! '반전'이 없다는 것 빼곤, 착하고 동화같고 적당히 웃기면서 적당히 뭉클하고 적당히 볼만한 수준입니다. <헬.고>의 가장 큰 힘은 '반전을 통한 감동'이었기에, 그것이 빠지면 사실 조금 심심한 연출이라고 생각했는데, <슬로우 비디오>가 약간 그런 느낌이 나네요. 

'동체시력'을 통한 재밌는 설정도 초중반 정도만 자리하며, 중후반을 넘어서는 '여장부 개인의 사랑이야기와 상황'등에 크게 의지하는 감동드라마로 가는 전개입니다. 그의 동체시력을 통해 감동적으로 전해줄것 같았던 "다들 너무 빠르고, 바쁘게 산다."라는 메시지도 의외로 초반정도에서만 언급되며, 전체적으로 '여장부의 Life 스토리'로 이어지는 수순입니다. 대신 <소통과 최측근, 외로운 사람들>에 대한 메시지는 괜찮았던 것 같네요.

박장대소하기보다, 가볍게 웃고, 잔잔하게 감동드라마로 마무리짓는 영화 <슬로우 비디오>. <헬로우 고스트>처럼까진의 파괴력(?)을 바라긴 조금 힘들것 같습니다. 대신, 부담없이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