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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인생을 망쳐버린 것이 바로 너희들 학교야 "

헐리우드의 B급 공포·스릴러물들을 많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런 장르의 영화는 정형화된 특징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많은 작품들에서 청춘 남녀들은 즐거운 시간을 기대하면서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지만 그 여행은 곧 악몽으로 변하고 그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들의 모습을 그려내는 작품을 자주 볼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정형화된 틀을 갖고 있는 영화임에도 그 작품들을 꾸준하게 보게 되는 이유는 그런 'B급 감성'이 재밌게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인데 올해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던 작품 <좀비스쿨> 역시 이런 특징을 차용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헐리우드 B급 공포·스릴러의 특징과 많이 닮아 있는 작품

하지만 단순 정형화된 특징을 따르지 않고 변형을 가하고 있는 <좀비스쿨>

< ▲ 한국영화에선 결코 보기 쉬운 장르가 아닌 '좀비물' >

그런데 <좀비스쿨>은 단순히 정형화된 특징을 따르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어느 정도의 변형을 가하고 있습니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작품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좀비물'을 표방하고 있는 이 작품은 '구제역 파동으로 산채로 생매장된 돼지'라는 실제 사건에서 '좀비'가 등장하게 된 원인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주로 이런 영화에서 피해자 역할을 하게 되는 '여행을 떠난 청춘 남녀'는 '문제를 일으키고 외딴 섬에 위치한 고등학교로 전학가게 되는 남녀 고등학생'으로 치환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좀비스쿨>은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에 대한 날선 시선까지 넌지시 이야기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저 '구제역'이 발병했기 때문에 산채로 흙에 파묻혀야 했던 돼지와 그 돼지들을 학살하듯 구덩이 속에 집어 넣던 사람들은 '문제아'라고 낙인 찍히면서 외딴 섬의 학교에 '감금'되어 있던 학생들과 그들을 폭력적으로 대하던 선생님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음에도 <좀비스쿨>은 'B급 장르 영화'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는 못합니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았던 영화, 때문에 '좀비물'로서의 매력을 크게 느낄 수 없었던..

< ▲ 굳이 뜬금 없는 이 로맨스를 집어 넣었어야 했을까.. >

우선 영화가 담아내려고 하는 주제 의식은 과하게 느껴집니다. 학교나 군대, 혹은 삭막한 사회의 모습등 여러 작품들에서 가혹한 권력 관계를 묘사할때 '돼지와 돼지 우리'라는 설정이 차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좀비스쿨>이 끌어오고 있는 이 '돼지와 구제역'이라는 설정은 이야기와 어우러지지 못한채 그저 과하게 느껴지는 설명과 함께 증발되어버릴 뿐이고 그 뒤에는 단순한 '고어 액션'만이 자리합니다. 하지만 헐리우드의 좀비물들을 많이 보셨던 분들이라면 <좀비스쿨>이 보여주고 있는 그것들은 많이 심심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더군요. 게다가 긴장감을 느끼게 되기 보다는 아이러니하게 여유가 넘치기도 했던 영화의 분위기와 무섭기 보다는 코믹하게 느껴지기도 하던 좀비들의 모습은 이런 장르 영화의 묘미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고 뜬금없이 끼어드는 '하이틴 로맨스'는 영화의 흐름을 저해하며 갑자기 혼자서 <이블 데드>를 찍어버리던 남자 주인공의 모습은 어색하기만 합니다. 때문에 <좀비스쿨>은 '좀비물'로서의 매력을 크게 느낄 수는 없었던 영화였습니다.

그래도 우리 영화에는 황무지와도 같은 장르인 '좀비물'로서 끝까지 진득하게 밀어붙인 영화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 이런 새로운 시도는 응원하고 싶습니다.

< ▲ 어색하고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이런 새로운 시도는 응원하고 싶습니다 >

하지만 전 이 영화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의 공포 영화는 새로운 시도 없이 그저 비슷한 이야기를 양산하면서 점점 뒷걸음질만 치고 있는 느낌이 드는데 비해 <좀비스쿨>은 한국 영화로서는 황무지와도 같은 장르인 '좀비물'로서의 본분(?)을 잃지 않은채 처음부터 끝까지 진득하게 밀어붙이고 있었고 제법 인상적인 엔딩까지 담아내고 있는 영화였이니까요. 비록 그 표현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힘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분명 의미가 있는 영화로 보이기도 했던 것인데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이런 새로운 시도가 계속해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그리고 극중 배우들은 하나 같이 새로운 얼굴들이었는데 결코 익숙하지 않았을 이런 연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더군요. 앞으로 이 배우들의 활약 역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