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있었던 일이다.

낮에 신랑과 대화중 말끝에 "율찬이 건들면 나랑 싸워야되요" 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농담처럼 한 말이였지만 농담속에 진담이 있다고 그러니까 율찬이 건들지 말라는 엄포 비슷한거 였다.

그런데 그 날 밤.

잠들어 있던 차니가 가끔 한번씩 해주는 수면의식이랄까? 암튼

갑자기 대성통곡을 시작 했다.

어쩌다 한번씩 있는 일인데 이럴땐 별 짓을 다 해도 소용이 없다

그저 옆에서 지켜보면서 등이나 토닥토닥 해줄 뿐..

안아줘도 싫다, 업어줘도 싫다, 물도 싫다, 우유도 싫다, 쓰다듬어줘도 싫다

별의별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봐도 암튼 무조건 싫다- 고 난리를 칠 뿐이다.

그걸 아는 난 그날도 그저 눈물 닦아주며 지켜보고 있다가 그래도 혹시나- 해서 안고 토닥이고 있는데

자겠다고 들어갔던 남편이 율찬이 방으로 건너와서는 자기가 안아 보겠단다.

표정도 안좋고 말투도 좋게 하려고는 하나 속으로는 뭔가 올라오는것을 꾹꾹 눌러 담고 있는듯한 느낌이였다.

그렇게 토닥토닥 달래기는 해보지만 그만 둘 율찬이가 아니다.

더더더~ 대성통곡을 하자 다혈질인 또자씨 욱- 하신다.

자지 말라고 잠을 깨라며 뭐라뭐라....

그 모습을 본 나도 따라 욱-!!

율찬이를 확- 낙아채 뺏어 안고는 있는대로 째려보며

"그딴식으로 할꺼면서 왜 와서 애는 달라고 그러세요? 그렇게 짜증나는거 참고 달래면 애가 그걸 못느낄것 같아요?

다 느끼거든요? 억지로 참아가며 토닥이는거 애는 피부로 다 느끼고 불안해해요. 그러니까 내가 어떻게 하든

상관 말고 당신은 들어가서 잠이나 자세요!!" 하고 방으로 휙- 들어갔다.

잠시 후

안방문이 쾅!! 닫히는 소리.

난 그러든지 말든지 율찬이만 토닥여 재웠다.

다음날 아침.

멋쩍은듯이 마주한 우리 부부

내가 먼저 "그러니까 율찬이 건들면 나랑 싸운다고 했지요? 내가 알아서 재울텐데 왜 와서 그랬어요?"

"당신 하는게 짜증나서 그랬어"

"내가요? 내가 왜요?"

"애 한테 쩔쩔 매면서 벌벌 떨면서 '울지마~율찬아~ 하면서 달래는 그 소리가 짜증나서"

"암튼,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알아서 하니까 율찬이 다시는 그런식으로 건들지 마세요"

잠깐 침묵하던 신랑... "여보, 나.... 율찬이 아빠거든?"

"글쎄 당신 율찬이 아빤지 다 알고 있으니까 어쨌거나 다시는 그렇게 율찬이 건들지 마요, 안그럼 나랑 또 싸워야되요"

"........"

내가 밖에서 낳아 온 새끼도 아닌데  내가 혼내는건 괜찮고 신랑이 그러는건 못봐주겠다.

율찬이 뿐만이 아니다.

위의 아들들도 뭔가를 잘못했을때 내가 욱- 해서 혼내고 때리는건 괜찮으면서

아빠가 애들 잡고 혼내는건 못봐주겠다... 차라리 내가 혼내면 혼냈지 그건 못보겠으니....

남편은 남편대로 그게 불만일것이다.

에비인데... 에비 노릇을 못하게 하니.. 속터지고 화도 날만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또 그렇다.

매일 나처럼 애와 붙어 있는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번 시간 날때 잠깐 놀아주면서.. (안좋게 말하면 놀아주는 주제에)

애가 울거나 잘못한다고 해서 아빠 노릇(?)도 제대로 안해주면서 나무랄 자격이나 있나? 싶은 생각... 이 자꾸만 든다.

물론 나도 안다.

아빠 노릇이라는게 딱히 있는것도 아니고 부모는 부모 자체로서 자격은 충분하다는것을...

그러면서도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건 내 이기심이고 욕심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아빠로서 애들과 함께 해주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잘못하면 혼을 내라는 그런 얘기다.

어릴때는 아니겠지만 아이들도 크고 생각이라는걸 하게 되고 머리가 트이면...

아빠가 혼내는게 타당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 싶어서 말이다.

아이들 입장에서 '우리와 함께 해주지도 않고 우리가 뭘 원하는지, 요즘 무슨 고민이 있는지조차 모르면서

숟가락 좀 흔들었다고 해서 혼을 내는 아빠-' 인정하고싶지 않을것 이기에....

매일 술먹고 늦게 들어오고, 티비나 보고 있고, 컴질이나 하면서

애들이 조금 시끄럽게 떠들었다고 해서 혼내는건 아이들 입장에서도 받아들이고 인정 할 수 있을 만큼의 위엄은 없을테니까..

속으로 ' 흥~' 할 수도 있을테니까 말이다.

조금이라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아이들한테 관심을 갖고

육아를 조금이라도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 후에

그 다음에 훈육하는것에 동참을 해야 나도 아이들도 받아들이고 인정을 하고 따르게 될것이다.

자신의 소임을 다 하지 않으면서 남의 잘못이나 실수를 지적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인정할 수 없을테니까.

단지 아빠라는 이름의 특권으로  뭘 어떻게 해도 괜찮다는 식의 독재를 할 수 있을때는 지났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