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중간고사가 끝나고, 징검다리 연휴를 맞았어요. 당연히 약속은 있었죠.

통영으로 친구와 여행을 가기로 했어요.

오랜만에 동여진 머리를 풀고, 감고, 드라이 후 화장까지 했죠. 버스에 몸을  싣고
친구를 만나러 가는 마음이 두근두근 설레어옵니다.

어? 그런데 도서관에서 자주 보았던 남자가 버스에 타는 게 아니겠어요?

데이트 가나봐요? 하긴 저런 남자 옆에 아무도 없진 않겠죠.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친구와 만나 통영 가는 버스에 탔어요.

어? 저기 저 좌석에 앉아있는 남자, 분명 그 남자 맞죠?

그 남자도 통영을 가나봐요. 친구가 그 남자 맞은 편 좌석에 자리를 잡네요.

옆에 있는 그 남자가 신경 쓰여 친구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도서관
에서 자주 마주쳤던 남자인데 말이죠.
근데 눈이 계속 감겨오네요. 졸면 안 되는데, 연휴라고 친구들과 마신 술이 문제였나봐요.

아...졸면 안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통영종합버스터미널에 도착했어요. 친구는 저보고 무슨 잠을
그렇게 깊게 자냐고 핀잔을 주네요. 머리를 너무 흔들어서 꼭 록을 부르는 것
같았다네요.

화장실에 잠시 들러 정신을 차리고 통영종합버스터미널 바로 앞에 위치 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립니다.

그 남자도 기다리고 있네요. 통영에 이 남자는 뭘 하러 왔을까요?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저 사람도 동피랑 마을에 갈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왜 그런거 있잖아요. 여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직감 같은 거...

직감이 맞았네요. 그 남자도 중앙시장에서 내렸어요. 그리고 우리 뒤를 따라오네요.

걷는 게 이상하지 않은지 신경 써야겠어요.

동피랑 마을이라서 그럴까요? 형형색색으로 꾸며진 화려한 봉고가
보여요.

우리아기봉고, 이름마저 귀엽네요. 무더운 날씨를 이길 겸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들고 동피랑 구경을 시작해요.

어? 입구를 보니, 날개벽화가 있어요. 그 이화동에서 이승기가 사진을 찍었던
날개벽화와 같이 말이죠.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많네요. 기다리다가 찍으려면 한 30분 걸릴 것 같은데,
기다려서 찍으면 그 사람은 동피랑 마을을 보고 떠나겠죠?

날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피해 드디어 동피랑 마을을 둘러보기 시작해요.

친구와 보는 내내 ‘아, 여기가 사진 속 그 장면이구나? 너무 예쁘다.’ 라고 말하며
사진을 담기 시작했죠. 저기 쵸파도 찍고, 어린왕자도 찍고 말이에요. 꼭 동화
마을에 온 것 같네요.

날개벽화에서 동피랑 구판장까지는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았어요.
구판장에 만들어진 자리에 앉아 물끄러미 통영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죠. 그제서야
그 남자는 우리 앞을 지나가네요. 구판장 안 골목으로 들어갔어요.

큰 카메라를 맨 걸 보니 이 남자는 사진을 찍으러 왔나봐요. 홀로 사진기를 들고
있는 모습이 왠지 멋있어 보이는 건 저 뿐이겠죠.

다시 중앙시장으로 내려와 충무김밥을 먹으러 갔어요.

매운 걸 좋아하지 않는 저희에게 충무김밥의 심심한 맛은 입맛을 한층
돋궈주더라고요.

둘이서 3인분을 쓱싹해치우고, 근처 가게에서 오미사꿀빵을 간식으로 산 후 다음
여행지로 발걸음을 옮겨요.

5월의 날씨가 마치 한 여름의 날씨 같아요. 중앙시장까지 보이던 그 남자도 보이지
않네요.

어딘가에서 사진을 찍고 있겠죠. 시원한 곳에 가자며 친구와 해저터널로 향해요. 택시를

타고 가니 약 10분정도 소요된 것 같아요.

해저터널.....저흰 무엇을 기대한 것일까요?

부산이나 서울 아쿠아리움과 같이 투명한 유리에 바다 속이 훤히 보일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 컸던 것일까요? 그저 시원한 터널을 지나가는 기분이에요. 근데, 설명을
읽어보니 대단한 터널인거 같아요.

관광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 아니라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진 터널이며 1931년
바다의 물길을 막은 후 공사를 시작했고, 완공 후 바닷물을 현 상태로 돌려놓았다는
믿기 힘든 말 까지 적혀있어요.

동양 최초로 만들어진 바다 밑 터널로 한 때 통영 교통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네요.

어? 익숙한 뒷모습이 우리 옆을 지나가요.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라던데, 여기서도 그 남자가 보이는 걸 보니 우린 필연일까요?

근데, 무슨 걸음이 그렇게 빠른지 그리고 사진을 찍지도 않아요. 그러더니 버스를 타고

훌쩍 떠나버리네요. 허무하게도 말이죠.

친구와 달아공원에서 일몰을 보며 생각했어요.

그 남자, 또 만날 수 있겠죠? 같은 학교인 것 같던데, 한번쯤 부딪히겠죠? 그럼, 제가

먼저 인사해 보는 건 어떨까요?

아름다운 일몰의 황홀한 풍경, 모두들 입에서는 감탄사와 미소가 떠나지 않아요.

통영여행지

동피랑마을.

이제 통영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푸른통영21이란 단체가 벽화공모전을 했고,

수많은 미술학도들이 벽화를 그렸으며 그것을 수많은 사진가들이 찾아와 찍음으로써

유명세를 탔다. 버스 이용 시 남망산 공원이나 중앙시장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

해저터널

관광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 아니라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진 터널이다.

1931년 바다의 물길을 막은 후 공사를 시작했고 완공 후 바닷물을 현 상태로 돌려

놓았다. 동양최초로 만들어진 바다 밑 터널로 한 때 통영 교통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충무김밥

통영하면 단연 유명한 음식이다.

일반 김밥과는 다르게 김밥과 오징어 깍두기 등이 따로 나와 같이 싸서 먹는다.

옛날에 뱃사람들이 바다에 나갈 때 일반 김밥은 너무 빨리 상해 이렇게 따로 준비해

먹은 것에서 유례 되었다고 한다.

오미사꿀빵

통영에서 유명한 음식 중 하나이다.

원조집은 통영시 항남동 270-21번지에 위치하고 있다.

달 것처럼 보이는 꿀빵을 먹어보면 그렇게 진득하지도 않고 적당한 단 맛에 빠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