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인천 차이나타운 일대에는 아주 뜻 깊고 재미있는 축제가 있었다. 바로 중국 노동절(4월 20일~5월2일)에 맞춰 벌어진 제 10회 인천중국의 날 문화 축제이자 제 1회 인천 중국주간 문화축제이다. 이 축제는 국내외 관광객들을 위한 인천의 야심찬 축제인데, 아트플랫폼에서는 자장면무료시식행사, 기념 배지 만들기, 사진전시회 등의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작년 여름에 찾았던 아트플랫폼은 약간 학교 같은 분위기이면서도 예술 공간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었는데, 축제가 한창인 점심때에는 관광객들과 행사 진행자들로 아주 활기찬 모습이었다.

아트플랫폼의 가장 입구에는 일단 축제 정보와 차이나타운 관련 정보, 인천 관광 지도를 받을 수 있는 현수막이 준비되어 있어 유용한 자료를 챙길 수 있었고, 바로 근처에는 원빈 티셔츠를 비롯하여 갖가지 작품들이 경매되고 있는 경매장이 있다.

원빈 티셔츠는 원빈이 하이트 광고 촬영시 입었던 옷을 기증한 것으로 경매시작가가 100,000원이다. 비싼 가격에 살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집에 가서 동생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자기였다면 그걸 사서 20만원에 팔았을 거라는 참으로 입맛 다실 이야기를 했다.

기념 배지 만들기는 동그란 종이에 자신이 그림을 그리면, 민무늬 배지에 그림을 넣어주는 것으로 자신만의 배지를 만들 수 있는 아주 즐거운 작업이다. 아무래도 만들기인데다 그림을 그리는 체험을 할 수 있어 아이들과 부모가 정말 많았는데, 어쩜 그렇게 알록달록하게 그리고 글씨를 쓰는지 도통 미술적 재능이 없는 날 부럽게 만들었다.

드디어 자장면을 공짜로 먹을 수 있는 시식코너에 왔다. 줄은 길고 길어 섣불리 도전할 수 없을 정도라 어찌할까 고민했는데 운이 좋았는지 자장면을 배급해 주는 이들이 무려 미수다에 나왔던 크리스티나와 비앙카이다. TV에서 봤을 때보다 더 예쁜 그녀들의 자태에 자장면을 받는 것보다 더 넋을 잃었는데, 그건 나만 그런 게 아니었나 보다. 줄줄이 줄 선 사람들이 모두 아주 싱글벙글하다.

자장면은 나누어 주는 곳도 바쁘지만 그것보다 그 뒤에서 자장면을 만들기 위한 요리사들의 손놀림이 아주 분주하다. 긴긴 면을 쉬지 않고 나르는 분, 뜨거운 물에 연신 면을 익히는 분, 소스를 만들고, 면을 그릇에 담고, 그릇에 자장 소스를 붓고 그렇게 완성된 자장면 한 그릇, 한 그릇을 쟁반에 올려 나르는 일까지. 2011년을 기념하는 2011그릇의 자장면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사람들에게 나누어졌으며, 자장면을 먹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듬뿍 전해준다. 천진난만한 아이도, 근엄한 중년의 아저씨도, 날 좋은날 축제를 찾은 연인들과 친구들도 모두 호르륵호르륵 맛나게 먹는, 공짜 자장면 먹는 날. 공짜라서 그런 건 아니지만, 역시 자장면은 차이나타운에서 먹어야 제 맛인 것 같다.

자장무료시식 코너와 이웃한 곳에는 한창 요리대회가 진행 중이다. <한중 자장인생대박! 대회>라고 하는데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아쉬운 건 촬영이 진행되고 있어 사진을 찍을 수도 없고, 대회를 지켜보는 것도 좀 어려웠다고 할까. 그래도 나중에 대회가 끝나고 요리사들끼리 환한 얼굴로 서로의 수고를 격려하고, 하이파이브까지 하는 모습을 보니 뭔가 가슴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트플랫폼을 따라 걷다 한 블록을 더 건너면 예전 물류창고로 쓰였던 적벽돌의 창고와 만난다. 그곳에서는 화교전시전 <화교 華僑, 말을 걸다!!>가 전시 중이다. 어두운 실내는 사진을 감상하는 재미와 더불어 오래된 건물에서 느껴지는 묘한 매력도 함께 볼 수 있어 작지만 아주 알찬 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