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 호스텔(新華, San Va Hostel)과의 만남은 한 블로거의 글에 감동했기 때문이었다.

“산화호스텔이 주는 매력은 엉뚱하게도 다른 곳에 있었다. 처음에 숙소에 도착했을 때, 벽이 아니라 칸막이 스타일의 숙소라는 것은 알았지만, 방음이 안 되서 다른 방에서 하는 말이 다 들린다는 것은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침대에 언니랑 누워서 잠을 청하려고 했을 때, 우리는 큭큭~ 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옆방에서 칫솔질하는 소리며, 대화하는 소리며, 옆방에서 fan 돌아가는 소리까지 다 들렸다. 그런데, 이게 너무나 재미있고 흥미진진했던 것이다.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그런 느낌 참 좋았다. 그리고 아침에 다른 방에서 울리는 알람소리를 듣고 깼을 때, 우리는 아침부터도 깔깔대며 웃었다.” 

- 키키님 블로그 : http://blog.naver.com/yki1975/30093775713

옆방에서 칫솔질 하는 소리에 웃을 수 있는, 세상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그런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호스텔이라는 곳을 여행자인 내가 가보지 않는다면 어떻게 유쾌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결국 난 이번 홍콩마카오 여행에 동행하는 언니에게 이 호스텔에 묵을 것을 강력 주장했고, 잘 하지도 못하는 영어로 메일을 작성해 예약을 하고 산바 호스텔을 찾았다.

이미 예상했던 대로 산바 호스텔은 열악했다.

언제 빨았는지 말렸는지 감이 오지 않는 눅눅한 이불과 세면대 하나, 책상 하나, 옷걸이 하나, 콘센트 하나와 두 개의 싱글 침대가 있는 열악한 객실과, 복도를 지나가는 사람의 발소리조차도 생생하게 들리는 방음이 안 되는 벽, 프런트 TV에서 흘러나오는 알 수 없는 언어의 소리와 시끄럽게 떠드는 이야기, 남몰래 피는 담배 향조차도 개방된 벽을 타고 코끝을 알싸하게 자극하는 곳이 바로 산바 호스텔이었던 것이다.

예민한 귀를 자극하는 소리들에 잠을 뒤척이는 것은 일쑤고, 샤워 중에 옆 칸에서 누군가 함께 씻으면 물이 나오는 건지 졸졸 흐르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수압이 낮았으며, 옛날 중국식 화장실의 민망함을 참아야 할 만큼 열악한 그곳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싫어하지 않고 외려 즐거워했던 것은 물론 전혀 방음이 안 되는 시설의 유쾌함도 있었지만 침대 머리맡 천장에 놓인 청문에서 쏟아지는 햇살의 정겨움 덕분이었다.

첫 날 객실과 복도를 경계 짓는 칸막이 너머로 소리의 홍수에 잠을 뒤척이다 눈을 떴을 때 불을 켜지 않았음에도 사위가 밝은 것을 확인하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비스듬히 뉘었던 몸을 바로 눕고 나서야 비로소 이유가 머리맡 천장에 놓인 창문에서 아침의 보드라운 빛줄기가 넘쳐났기 때문이란 것을 알았고, 그 순간 나는 산바 호스텔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멍했던 정신은 순식간에 명료해지고,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카메라부터 찾은 것은 본능이었다.

빛의 음영에 따라 선명하게 갈리는 침대와 벽의 명암대비는 카라바조의 강렬한 그림을 볼 때처럼 심장을 꽉 쥐는 듯한 감동을 나에게 선사했다.

산바 호스텔의 거리 또한 매력적이었다. 하얀색으로 칠해진 건물에 붉은색을 더한 창과 문은 이곳이 역시 중국에 속해 있는 곳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해주었고, 마치 역사 속 한 켠을 걷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거리를 거닐며 살며시 열린 문틈으로 실내를 엿보는 즐거움을 어찌 외면할 수 있을까. 현관에 놓인 제단에서 피어오르는 뽀얀 연기의 모호함과 낯선 동네에서 발견한 고려 인삼 상자의 반가움과 맛집이라고 사진을 다닥다닥 붙여놓은 허름한 식당의 익숙함마저도 아름다운, 그 또한 산바 호스텔에 묵었기에 누릴 수 있는 호사였다.

산바 호스텔은 영화나 화보 촬영의 단골 명소이기도 했다. 2004년 왕가위 감독, 공리와 장첸 주연의 옴니버스 영화 , 마찬가지로 왕가위 감독, 장쯔이, 장첸, 기무라 타쿠야 주연의 <2046>, 무협연예 영화 , 1999년 마카오 중국반환의 혼란기를 그렸던 2006년 영화 의 촬영을 이곳에서 했고, 내가 묵고 있을 때에도 내용을 할 수 없는 영화의 촬영을 위해 하루 종일 부산스럽기도 했다.

여행할 때 숙소를 고르는 방법이 위치와 청결함, 편리함을 꼽을 수 있다면 산바 호스텔은 한 가지를 빼놓고는 모조리 오답으로 처리될 수 있는 열악한 곳이다. 인터넷에 산바 호스텔을 검색하면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렸고, 나는 이마저도 참 유쾌하지 아니한가 하는 생각을 가졌다. 영화만큼이나 그림만큼이나 참으로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극명하게 나뉘니 이 또한 산바 호스텔의 매력이지 아니한가.

산바 호스텔의 글을 쓰고 있자니 추억이 다시 여행의 즐거움을 상기시키고 나를 그 거리로, 그 객실로, 그리고 그 침대 머리맡 천장의 창문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바라보던 그 때로 되돌아가게 한다.